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머니

발표 임박 'ICO 실태조사' 벌써부터 뒷말 무성 까닭

"범죄자 취급" 참여율 낮고 대상도 불분명…진화하는 자금조달 방식도 반영 못해

2019.01.04(Fri) 16:26:10

[비즈한국] 블록체인 기업 자금조달 방식인 ICO(암호화폐 공개)에 대한 금융당국의 실태조사 결과 발표가 임박했다. 정부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ICO 규제 법안 등 향후 처리 방안에 대해 논의할 방침. 하지만 업계에선 벌써부터 조사 참여율이 낮아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란 반응이다. 게다가 ICO가 아닌 새로운 자금조달 방식도 자리 잡기 시작해 “정부가 한 발 늦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부처별 차관급 인사로 구성된 ‘가상화폐 태스크포스(TF)’에 ICO 실태조사 결과가 1월 중 나올 예정이다. 조사를 맡은 금융감독원이 취합한 내용을 지난 2018년 말 금융위원회에 전달했고, 최근 금융위 자본시장과가 차관회의에 상정할 방침. 금융당국 관계자는 “조만간 실태조사 결과를 회의 안건으로 올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실태조사 내용 공개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ICO 실태조사 결과가 1월 중으로 발표될 전망이다. 암호화폐 제재, 또는 금융권 편입 등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특별한 변화 없이 현재의 정부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임준선 기자

 

# 반쪽짜리 실태조사, 정부 기조에 변화없을 듯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 10일 ICO를 마쳤거나 준비 중인 기업 22곳에 공문을 보냈다. 질의 문항은 모두 52개. 주요주주와 임직원부터 회사에 전반에 대한 현황부터 ICO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 발행한 토큰의 성격, ICO 물량 중 국내 거주자에게 배정된 물량 등 상세한 정보를 요구했다. 

 

업계에 공문이 발송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업계에선 기대감이 높아졌다. 당시 금감원은 별다른 언급 없이 “현재 상황을 파악해보겠다는 취지”라고 밝혔지만,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금융당국이 ‘금융성’ 여부를 판단한 뒤 암호화폐를 제도권 안으로 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와서다. 

 

그동안 정부는 블록체인 육성과 암호화폐 투자를 엄격히 분리해 왔다. 세계적으로 ‘ICO 붐’이 일면서 흐름에 뒤쳐진다는 지적과 함께 각종 유사수신 범죄가 발생하자 업계와 일부 정치권에서 “암호화폐를 제도권에 편입해 관리를 해달라”고 목소리를 냈지만, 정부는 암호화폐 투자의 금융 제도권 편입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앞둔 최근 업계에선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 기조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태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흘러나와 불신의 목소리가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금감원 ICO 실태조사 설문에 참여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일부 문항을 보면서 금융당국이 현황 파악이 아니라 ‘자수’하라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업체들에게 보낸 공문에서 문제가 된 내용은 해외 ICO에 참여한 이유, 토큰 판매와 관련한 자금 집행 내역, 국내 투자자 홍보 내역 등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국내에서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한다는 방침을 내놓고는 해외에서 참여한 이유를 밝히라고 한다거나, 토큰 판매와 관련한 회사 자금 흐름, 홍보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라는 내용을 보고 금융당국이 업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업계는 실태조사를 진행한 부서가 금감원 기업공시심사실이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당초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관련 업무는 모두 금감원 핀테크지원실이 담당해왔다. 이번 실태조사를 갑작스럽게 기업공시심사실이 추진한 것을 두고 사실상 제재 작업의 일환이 아니냐는 얘기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관계자는 “관계부처 협의 끝에 업무를 나눠 추진하기로 했다. 제재 또는 제도권 편입 등을 미리 정하지 않았다”고 짧게 답했다. 

 

조사 과정도 순탄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조사 대상 업체 선정 기준도 불분명하고 참여율도 낮았기 때문. 금감원은 조사 착수 당시 “언론에 나온 업체들을 기준으로 선정했고, 향후 몇 곳을 추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작 업계에서 수천억 원을 모은 유망 ICO 기업들이 빠지기도 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신뢰도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실태조사가 마무리 되면 국제기구, 선진국 사례까지 검토해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박은숙 기자


# ICO에서 IEO, STO로 진화…속도 못 쫒아가는 정부

 

최근 블록체인 업계의 자금조달 방식이 진화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암호화폐 시세가 폭락하고 ICO 신뢰도도 낮아지자 새로운 대안이 나왔다. 이제 ICO를 하려는 업체도 없고 투자하려는 사람도 없다”며 “​ICO를 제외한 다른 자금조달 방식이 이번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한 발 늦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주목받는 자금조달 방식은 IEO(거래소 공개)다. 업체가 암호화폐를 발행한 후 거래소에 맡기면, 거래소가 이 토큰을 판매해주는 방식이다. 최근 IEO를 추진하고 있는 업체들은 “거래소가 나름의 기준을 만들어 업체를 선정하는 데다, 투자도 거래소를 통해서만 이뤄져 기존 ICO의 유사수신 사기, 대규모 투자 손실 등을 차단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증권형 토큰 공개(STO)도 새로운 자금조달 방식으로 떠오른다. 일종의 주식투자와 비슷한데, 부동산이나 채권 등을 토큰과 연동해 배당과 이자, 의결권, 지분 등을 준다. 업체의 프로젝트 내용이나 백서 등을 통해 투자하는 ICO와 달리 실물 자산을 연동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두 가지 자금조달 방식이 ICO와 차이를 보이지만 암호화폐가 기반인 만큼 제도권 편입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STO 등도 ICO와 유사한 점이 있다는 걸 파악하고 있다. 각국의 허용 사례나 방식 등을 관계기관과 함께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핫클릭]

· 한국 경제로 몰려오는 '2019 그레이 스완' 어쩔…
· 중국에 LCD 추월당한 LG·삼성의 '디스플레이 전략'
· [단독] '녹십자 오너 일가와 갈등?' 최승현 목암연구소장 해임 논란
· 신재민 폭로 '4조 국채발행 논란' 2017년 11월에 무슨일 있었나
· 외국인 관광명소 등극 '야생동물카페' 규제 사각지대 놓인 까닭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