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카풀 타보면 어떨까?” 열이면 열,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생판 모르는 사람의 차에 제 발로 올라탄다는 것이 여성에게는 다소 위험한 상황에 놓일 여지가 있다는 우려다. 일부는 SNS에서 떠도는 ‘드라이버가 여성 승객에게 따로 연락한다’더라는 내용의 카풀 후기까지 언급하며 경고했다. 실제로 타봤다는 사람은 없었지만 대부분의 의견이 부정적이었다. 도대체 카풀이 뭐기에…. 미지의 카카오 카풀 체험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 단거리, 막히는 구간의 ‘승차거부’ 카풀도 똑같아
카카오 카풀은 현재 베타서비스 중이다. 차량을 운행하는 크루(드라이버)는 모두 참여 중이지만 승객은 한정적 인원으로 제한했다. 불특정 다수 중 선발된 일부 승객만이 카카오 카풀을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T’ 앱(애플리케이션)에서 카풀 서비스 탭을 눌렀을 때 출발지, 목적지 입력이 가능하면 이용 가능 승객이다.
1월 2일 오전 9시 30분, 떨리는 마음으로 카풀 호출 앱을 켰다.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한 뒤 인원(1~3명)을 체크하면 된다. 뒷자리 선호를 따로 선택할 수도 있다. 카카오 택시와 달리 카풀은 결제 카드를 등록해야만 이용이 가능하다. 카풀 크루와 연결되는 동시에 등록된 카드로 선결제 되기 때문이다.
약 6km 거리의 목적지를 찍고 호출 버튼을 누르니 곧바로 크루와 연결됐다. 동시에 6000원의 요금이 선결제됐다. 택시로 7500원~8000원 나오는 거리임을 감안하면 저렴한 편. 선결제가 되니 막히는 구간이라도 요금이 더 올라가지 않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카풀이 연결되면 앱을 통해 크루와 차량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크루의 이름과 사진이 뜨고 차량 번호와 차종, 사진도 나온다. 10분 후, 앱에서 확인했던 차량이 비상등을 켜고 앞에 섰다. 뒷좌석의 문을 열고 타자 남성 크루는 “오래 기다렸느냐”며 인사를 건넸다.
이틀간 카풀을 총 8회 호출했는데 세 번만 연결되고 나머지는 연결되지 않았다. 연결되지 않은 다섯 번 중 네 번은 요금 3000원이 나오는 가까운 거리였다. 한 번은 7000원 상당의 거리였지만 차가 많이 막히는 구간이었다. 단거리나 차가 막히는 구간 등은 승차거부 하는 택시와 별다를 바가 없었다. 강남에서는 단거리 카풀도 잘 잡힌다는 얘기를 듣고 청담동에서도 호출 해봤지만 잡히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한 크루는 “3000원대 단거리는 콜을 잘 잡지 않는다. 수수료를 떼면 남는 금액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풀 수수료는 20%, 콜당 200원의 보험료도 빠진다. 3000원짜리 단거리 콜을 잡을 경우 카풀 크루가 받는 금액은 겨우 2200원이다.
# 카풀은 지금 ‘만남의 장소’로 흥행 중
거절당한 콜을 제외하고 세 번 카풀을 이용했는데 모두 비싼 수입차였다. 아우디 A6,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 BMW 5시리즈 GT였다. 크루나 차종을 고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화려한 수입차의 향연이었다. 구입한 지 4개월밖에 안됐다는 신차도 있었다. 카카오 모빌리티 측은 “수입차가 많아 이용객의 만족도가 높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차량을 이용할 수 있어 좋아하는 이용객이 상당수”라고 밝혔다.
비싼 차량 내부를 둘러보다 문득 궁금해졌다. 도대체 얼마를 벌고자 카풀까지 하며 거리로 나오는 걸까. 카카오 카풀의 크루는 하루 2회만 운행할 수 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출퇴근 시 카풀 운행은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은 개인에 따라 다르기에 각자의 스케줄에 맞춰 이용하도록 출근과 퇴근을 감안해 하루 2회만 운행하도록 제한한다”고 말했다(관련기사 카카오-택시 충돌로 난리난 '카풀' 앱, 보험은요?).
하루 2회만 운영하며 크루가 버는 돈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기엔 너무나 약소하다. 한 크루는 “지금까지 카풀을 10회 운행했는데 통장에 입금된 금액은 3만 원”이라고 말했다. 다른 크루는 “4회 운행했고 정산 전이지만 대략 1만 원 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6000만~9000만 원짜리 차량을 소유한 사람들이 겨우 몇만 원을 벌기 위해 거리로 나온다니 검소함에 말문이 막혔다. 의아한 표정을 지은 기자를 본 크루는 “하루 두 번 운행하는 카풀로 돈을 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 수익이 아닌 무엇을 위해 그들은 굳이 ‘콜’을 받는 건가.
“사람 만나려고요.” 한 크루는 업무상 인맥이 필요해 카풀을 통해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 간다고 했고, 다른 크루들도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 카풀을 한다고 말했다. 카풀은 지금 새로운 ‘만남의 장소’로 진화 중이다.
한 크루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고, 다른 크루는 강남의 고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궁금해한 적은 없었지만 친절한 크루들은 그들의 재력과 사생활을 거리낌 없이 얘기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어디 사는지, 직업은 무엇인지 등을 물어왔다. 크게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었지만 생판 모르는 남이 사는 곳과 개인 신상을 묻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대화를 나누며 친근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한 크루는 앱으로 지정한 도착지가 아닌 기자의 집까지 친히 태워주겠다고 말했다. 집까지 가려면 7km 이상을 더 가야 했지만 요금도 더 받지 않겠다고 했다. 친절한 마음에서 베푼 호의일 수 있지만 불편하게 여겨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일부 카풀은 이성 간의 만남을 목적으로 한다는 지적이 완전히 지어낸 얘기는 아닌 듯싶었다.
승객도 마찬가지다. 5명 이상의 여성 승객을 만났다는 크루는 “여성 승객 중 일부는 ‘앱에 나온 크루의 사진과 차종을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취소한다’고 말했다. 40대 아저씨처럼 보이거나 차량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취소하고 다른 카풀을 부른다더라”고도 했다. 또한 생각보다 여성 승객의 이용률이 높다는 말도 함께 전했다.
# 안심번호로 걸었는데 실제 휴대폰 번호가 떠
카카오 모빌리티 관계자는 “다른 어떤 공유경제 서비스도 불안 요소는 있기 마련이다. 위험 요소를 줄이려면 크루를 모두 직접 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고용한다고 해도 범죄 이력 등은 조회가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대신 크루 선발 시 서류를 꼼꼼하게 검수한다고 했다. 운전면허증, 차량 정보, 가족관계증명서(가족 명의 차량의 경우), 재직증명서(법인 명의 차량의 경우) 등 13개의 서류를 검토해 크루를 선발한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안심번호도 사용하지만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앱에서는 크루와 이용객의 번호가 0505로 시작되는 안심번호로 표시되지만 안심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면 상대방의 휴대폰에는 실제 휴대폰 번호가 노출된다. 때문에 위치를 찾지 못해 전화를 걸어온 크루의 개인 번호가 기자의 휴대폰에 그대로 남아있다. 크루에게 이러한 사실을 말하니 “안심번호로 표시되는 줄 알았다. 실제 휴대폰 번호가 뜨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카카오 모빌리티 관계자는 “현행법상 발신번호를 변작하는 것은 불가하다. 전화 문자는 본인 번호가 뜨니 ‘앱내 문자 기능’을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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