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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폐업전야" 서울시청 인근 편의점 5곳 점주들 만나보니

최저임금 직격탄에 거리제한 무소용…5곳 모두 감원으로 버텨, 2곳은 폐업 결정

2019.01.02(Wed) 16:25:56

[비즈한국] 지난 한 해 편의점 업계는 유난히 추웠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인천 부평갑)이 지난해 10월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편의점 4개사로부터 제출받은 ‘출·폐점 자료’에 따르면 8월까지 폐업한 편의점은 1900개로 전년 대비 39% 증가했다. 폐업률(개업점포 수 대비 폐업점포 수)은 75.6%에 달했다. 전체 가맹점 3만 5070개의 월평균 매출액은 5140만 원으로 전년 대비 0.7%, 2016년 대비 3.3% 감소했다.

 

시청역 인근에서 약 10m 간격을 두고 영업 중인 세븐일레븐과 GS25. 사진 속 편의점들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사진=차형조 기자

 

2019년 새해 편의점 업계엔 호재와 악재가 동시에 찾아온다. ‘편의점 출점 거리 제한’은 대표적인 호재다. 지난 12월 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편의점 업계 과밀화 해소를 위해 GS25(지에스리테일), CU(BGF리테일), 세븐일레븐(코리아세븐), 미니스톱(한국미니스톱), C·Space(씨스페이스) 등 6개 가맹본부가 제출한 ‘자율규약제정(안)’을 승인했다. 

 

각 편의점 가맹본부는 ‘담배소매인 지정 거리 기준’을 고려해 편의점을 출점하기로 했다. 이에 발맞춰 서울시는 지난 연말 ‘담배 판매 소매인 지정 거리’를 100m 이상으로 확정하고 각 자치구에 규칙 개정을 권고했다. 자치구별 규칙 개정 절차를 거쳐 3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현행 담배사업법은 담배소매인 간 거리를 50m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각 지자체는 지역 여건에 맞게 구체적인 거리를 조정한다. 서울시의 경우 서초구(100m 이상)를 제외한 24개구가 ‘50m 이상’을 담배소매인 지정 거리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인상된 최저임금과 경기침체는 악재로 꼽힌다. 2019년 최저임금은 8350원(10.9% 상승)​으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폭을 보였다. 통계청이 지난 12월 28일 내놓은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2%로 8개월째 하락세를 보였다. 

 

호재와 악재를 맞는 편의점 가맹점주는 2019년을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2018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서울시청 인근 편의점 5곳을 찾아 점주의 목소리를 들었다. 방문한 편의점 브랜드는 GS25, CU, 세븐일레븐이다.

 

# 인건비가 최대 걱정, 직원 임금 오르면 점주가 최저임금 이하 되기도

 

편의점 점주들의 가장 큰 걱정은 단연 인건비였다. 방문한 편의점 점주 5명의 하루 근로시간은 평균 12시간. 야간영업을 하는 점포 4곳 중 2곳은 점주가 직접 근무를 섰다. 이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자신의 근로시간을 늘렸다고 입을 모았다. 5곳 중 4곳은 경영난으로 2019년 폐점을 확정하거나 계획하고 있었다. 

 

서대문역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 씨(58)는 이날 아르바이트 직원의 근무시간을 1시간 줄였다. 근로시간을 주 15시간 미만으로 줄여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아르바이트 쪼개기’를 처음 시도한 것이다. 

 

A 씨는 “평일 오후 6~10시에 일하던 아르바이트의 근무시간을 내일부터 3시간으로 줄이고 금요일 하루는 2시간 30분을 일하게 했다”며 “하루 매출이 2017년 150만 원에서 110만 원선으로 줄었다. 월 임대료 200만 원에, 인상된 인건비로 주휴수당까지 챙겨주면 내게 남는 것은 정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긴 회사가 밀집한 곳이라 6시가 넘으면 아르바이트 직원이 휴대폰을 만지며 놀 만큼 한가하다. 급여를 주고 아깝지 않아야 하는데 내년엔 속이 쓰릴 것 같다”며 “업무의 경중을 따져가며 최저임금을 적용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시청역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B 씨(34)는 매일 저녁 10시부터 다음날 정오까지 하루 14시간을 근무하고도 한 달 인건비로 440만 원을 쓴다. 점장을 맡긴 친구 C 씨(34)에게 200만 원, 평일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180만 원, 주말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각 60만 원을 월급으로 준다. 하루 매출 300만 원을 웃도는 점포지만 B 씨는 올해 만료되는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작정이다. 

 

점장 C 씨는 “임대료를 본사가 내는 대신 수익의 40%를 가져간다. 남은 금액에서 점주가 인건비, 운영비(세무 대리 비용·시설 유지비 등), 전기료, 4대 보험료를 내고 초기 투자 시 낸 빚까지 갚으면 수중에 50만 원이 남을 때도 있다”며 “월 200만 원 더 써서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하면 임금 주고 끝난다. 사업성이 좋은 자리라서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이전 사업주가 왜 떠났는지 알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D 씨(34)는 얼마 전 시청역 인근에서 운영하는 편의점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기로 했다. 그는 “하루 매출이 200만~300만 원인데 아르바이트 직원 네 명 월급을 주고 나면 주 60시간 일하는 내게 남는 건 최저시급 정도의 월급뿐이다”며 “회사가 임대료를 내는 대신 수익배분을 많이 가져간다. 새로운 임대료 측정까지 1년이 남았는데 최저임금이 이렇게 빨리 오르지 않았다면 임대료 흥정을 해서 돌파구를 찾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12월 31일 오후 5시 무렵 시청역 인근 세븐일레븐에서 발주한 물건을 정리하던 E 씨는 손님 부름을 듣고 계산대로 달려갔다. 사진=차형조 기자


# 편의점 출점 거리 제한에 “더 생길 곳도 없는데?” 반문

 

편의점 출점 거리를 제한한다는 소식에도 점주들 반응은 시큰둥했다. E 씨(58)는 2012년 서울시청 인근에 편의점을 열었다. 당시만 해도 100m 이내 편의점은 이곳을 포함해 두 곳뿐이었지만 지금은 여섯 곳으로 늘었다. E 씨는 “두 곳이 소화하던 손님을 여섯 곳이 나눠 가지니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2016년만 해도 하루 매출 600만 원은 거뜬했는데 이젠 300만 원 팔기도 벅차다”며 “피 터질 때까지 싸우는 거 구경하다가 이제야 출점 거리 제한하면 뭐하느냐”고 토로했다. 

 

E 씨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12월 폐점을 결정했다. 그는 “본사는 월 3000만 원 이상의 임대료를 내는 대신 편의점은 매출의 70%를 가져간다. 과거엔 장사가 잘 돼서 아르바이트 직원을 하루에 3명도 쓰고도 이익이 남았지만, 지금은 일주일에 두 명 쓰기도 벅차다”며 “가정생활을 포기하고 매일 아침 7시부터 저녁 7씨까지 일했지만 남는 게 없으니 재계약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점주인 남편과 서대문역 근처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F 씨도 비슷한 얘기를 전했다. 그는 “100m(반경) 안에 편의점이 2개다. 더 이상 생길 곳도 없는데 이제 와서 무슨 출점제한이냐”고 반문했다. F 씨는 “하루 매출이 100만 원이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다. 인건비를 아끼려고 남편과 내가 하루 20시간을 근무하는데 돌아오는 건 월 200만 원 수준”이라며 “이럴 바에는 다른 직장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마음 편하게 살고 싶다”고도 했다. 

 

성인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공동대표는 “주휴수당을 합하면 올해 최저시급은 1만 20원이 되는 셈이다. 정부가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편의점 본사에서도 로열티 배분율을 올려 인건비 부담을 줄여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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