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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드 뮤지끄] 장기하와 얼굴들, 끝

2018년 연말 작별을 고한 장얼의 마지막 공연과 새로 발견한 케이크 한 입

2018.12.31(Mon) 17:54:30

[비즈한국] 몇 시간 뒤면 2018년이 끝난다. 그보다 몇 시간 전엔 장기하와 얼굴들(장얼)의 마지막 공연이 끝날 것이다. 그러면 약속대로 장얼의 활동이 종료된다.

 

집에 가자​. 영상=장기하와얼굴들

 

지난 29일, 장얼의 마지막 콘서트인 ‘마무리: 별일 없이 산다’에 갔다. 장얼은 이제 콘서트가 끝났음을 알리며 이 곡을 마지막으로 불렀다. 집에 가기 싫었던 관객들은 장기하가 ‘집에 가자’고 할 때마다 싫다고 외쳤다. 나도 그렇게 외쳤다. 장얼의 노래가 더 듣고 싶었고 연주가 더 듣고 싶었다. 이제 더 이상 그들을 볼 수 없다는 마음에 조바심이 생겼다. 하지만.

 

괜찮아요. 영상=피키라이브

 

내일, 새해 1월 1일에도 해가 뜨고 하루가 시작될 것이 분명함에도 12월엔 분주하게 뭔가를 몰아서 하게 된다. 일도 몰아서 하고 친구도 몰아서 만난다. 가지 못한 곳, 하지 못한 것, 미뤘던 말과 행동들. 

 

새로운 양과자점을 찾는 일도 마찬가지다. 1년 동안 수많은 양과자점을 메모에 적어뒀지만 직접 간 곳은 몇 군데 되지 않았다.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에서, 블로그에서 화려한 사진과 수사와 #존맛탱 태그에 홀려 게으른 발걸음을 재촉하여 찾아가면 실망하는 경우가 잦았다. 너와 나의 생각이 많이 다른 탓이다.

 

이건 뭐 완전히 속았잖어​. 영상=EBS 스페이스공감

 

그러다 지난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한 입 먹고 드디어 환호성을 질렀다. 몇 달 동안 사진만 보고 메모장에만 적어뒀던 가게였다. 성북동에서 한강 아래로 내려와 새롭게 자리잡은 ‘쎄쎄종’이다.

 

쎄쎄종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사진=이덕 제공

 

예약한 케이크를 찾으러 가게 문을 여는 순간 직감했다. 나는 이곳을 좋아하게 될 것 같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한 입 먹고 행복해졌다. 좋아하는 양과자점이 하나 더 생겼구나. 덩실덩실 춤을 췄다.

 

한참 동안을 찾아 다녔네 내 사람. 영상=엠넷

 

크리스마스 케이크의 단면.  사진=이덕 제공

 

한 포크 푹 떠서 입 안으로 가져가면 가장 먼저 칼바도스(Calvados, 사과 브랜디)향이 버선발로 뛰쳐나온다. 풍성하고 부드러운 생크림을 느끼며 턱을 움직이기 시작하면 조린 사과가 아삭아삭 씹히며 고소한 크럼블이 우물우물, 그리고 바닐라 무스가 그들 사이를 오간다. 그리고 고르곤졸라 치즈케이크로 마무리 된다. 

 

향긋한 칼바도스에 고르곤졸라 치즈를 곁들여 마시는 기분도 슬쩍 느낄 수 있는 구성이다. 각각의 요소들이 뚜렷하면서도 조화를 이룬다. 화려한 맛이다. 바로 이 노래처럼. 신시사이저 이종민의 연주처럼. 노이즈를 흩뿌리는 양평이형처럼.

 

날 보고 뭐라 그런 것도 아닌데. 영상=장기하와얼굴들

 

​공연이 막바지를 달릴 무렵 장얼 멤버 하나하나의 얼굴과 연주를 기억 속에 남기려 노력했다. 노래하는, 신시사이저도 연주하는 장기하, 기타 치며 코러스 하는 이민기, 베이스 치며 코러스 하는 정중엽, 신시사이저를 연주하며 코러스 하는 이종민, 드럼 치며 코러스 하는 전일준, 기타 치며 돌아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신시사이저도 연주하는 양평이형.

 

새해엔 새롭게 알게 된 쎄쎄종에 가토를 먹으러 몇 번 더 가 볼 생각이다. 장얼 멤버들도 새해엔 새로운 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새로운 가토를 먹으며 그들이 각각 만드는 새로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새해복 영상=원더케이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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