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문재인 대통령의 의료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를 통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고, 정부 차원에서 질병 예방 시스템을 구축해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 2019년부터 달라지는 의료법·제도에도 이런 내용이 담겼다.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영유아 의료 지원 폭이 넓어진다. 하지만 문재인 케어에 필요한 예산의 절반 이상을 초기 1~2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소요하도록 설계돼 있어,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2019년에도 달라지는 의료법·제도를 들여다보면 우선 건강보험 적용이 크게 확대된다. 1일부터 광중합형 복합레진 충전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대상은 12세 이하 어린이로 유치가 아닌 영구치에 발생한 충치에만 한정된다. 광중합형 복합레진은 충치 치료 시 복합레진에 광중합형조사기를 사용해 빨리 굳히는 치료방법이다. 지금은 광중합형 복합레진 충전 방식으로 충치를 치료하면 치아당 총 8만 1200원에서 9만 1400원이 소요된다. 그러나 앞으로는 환자 본인 부담이 2만 5000원 수준으로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
2월부터는 초음파 검사 건강보험 적용 범위도 확대된다. 이때까지는 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 등 4대 중증질환 초음파 검사에만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그러나 새해부터는 신장결석, 맹장염, 탈장 등에도 확대 적용된다. 보건복지부는 환자가 부담해야하는 의료비가 보험 적용 전 평균 최고 14만 원 수준이었다면, 앞으로는 2만 원에서 5만 원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새해 상반기에는 두부(안면, 부비동), 경부(목) MRI 검사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그간 MRI 검사는 초음파 검사와 마찬가지로 4대 중증질환자에 대해서만 보험이 적용됐다.
# 저출산 영향…영유아 의료 지원 폭 확대
영유아 의료 지원 폭도 커진다. 이는 정부의 저출산 대책과도 맞닿아 있다. 잘 알려진대로 현재 우리나라는 저출산으로 인해 비상이 걸렸다. 통계청의 ‘9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 3분기 합계출산율은 0.95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0.10명 감소했다. 31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신년사에서 “앞으로 몇 년이 본격적인 저출산·고령화 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라고 밝혔다.
새해 1월 1일부터 1세 미만 아동이 외래 이용 시 본인부담 비율이 상급종합병원 42%에서 20%, 종합병원 35%에서 15%, 병원 28%에서 10%, 의원 21%에서 5%로 크게 줄어든다. 임신·출산 진료비를 지원하는 임산부 국민행복카드 지원 금액도 단태아는 60만 원, 다태아(쌍둥이)는 90만 원으로, 현재보다 10만 원씩 인상된다.
1월부터 1kg 미만 초미숙아 신생아집중치료실 의료비도 최고 1000만 원까지 지원된다. 현재는 2kg에서 2.5kg미만 환아는 300만 원, 1.5kg에서 2.0kg미만 환아는 400만 원, 1kg에서 1.5kg미만 환아는 700만 원이 지원된다. 1kg 미만 초미숙아의 경우 치료비 부담이 더 크지만 지원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새해부터는 1kg 미만 환아 구간이 신설돼 초미숙아 지원 폭이 커질 전망이다.
만 2세 이하의 선청성 난청 환아에게 보청기를 지원하는 사업도 새로 실시된다. 다만 기준중위소득 180% 이하 가구(4인 가구 기준 830만 4000원)의 만 2세 이하로 대상은 한정된다. 선천성 난청 환아는 1000명당 1~3명이다. 보건복지부는 “선천성 난청으로 진단받았으나, 청각장애로 인정받지 못하는 환아를 조기에 발견하여 언어장애, 사회 부적응 등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정부 ‘폐암, 청년우울증, 자살’에 촉각
1월부터 20~30대도 국가건강검진의 우울증 검사대상에 포함된다. 지금까지는 40~70대만 검사대상이었다. 7월부터는 국가 암검진사업에 폐암검진이 추가된다. 국가 암검진사업은 정부가 암으로 인한 국민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무료로 실시하는 사업이다. 현재 국가암검진 대상은 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간암, 대장암 5종이다. 그러나 새해부터는 폐암을 포함해 6종으로 늘어날 계획이다.
국무총리 소속으로 자살예방정책위원회도 신설된다. 지난 11일 통과된 자살예방법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청 등과 자살예방센터 등 기관 간 정보 연계 체계가 구축되고 119 구조·구급 대원은 자살예방 상담 및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는 정부가 폐암, 청년우울증 그리고 자살에 경각심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2018년 통계청의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폐암은 전체 암 종류 중 사망자 수 1위를 차지했다. 올 2월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2~2016년 국내 청년층 인구 10만 명당 우울증 환자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4.7%로, 전체 세대의 1.6%를 상회한다. 또 우리나라는 13년째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오명을 기록하고 있다.
2019년 3월부터 연명의료 중단 기준도 완화된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은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임종기 환자의 경우,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가 있어야만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행법상 환자가족은 19세 이상의 배우자 및 모든 직계혈족을 의미하는데, 직계혈족의 수가 많은 환자의 경우 가족 전원의 동의를 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그러나 앞으로는 배우자 및 1촌 이내의 직계존비속의 동의만 있으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게 됐다.
이렇듯 환자 부담을 경감하는 형태로 제도가 개선되지만 의료보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의료비 가계 부담률이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고 10년 동안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이 정체돼 왔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의료 정책 방향성에는 공감한다”면서 “그러나 소요되는 재정의 56%를 초기 1~2년 사이에 집중하도록 돼 있다.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준현 대표는 정부가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국민의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는 건강보험 대책과 더불어 (질병) 예방 시스템도 함께 가야 한다”며 “청년 우울증이 심각하고 혼자 사는 노인 비율도 높아지는데, 근본적으로 일자리를 늘리거나 지역사회 돌봄 체계를 제대로 구축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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