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18년 한 해를 돌이켜 보면, 꽤 많은 사람들이 ‘주가 폭락의 해’로 기억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9월 말부터 시작된 미국 증시 폭락세는 역사적인 수준이었다(2018년 9월 말부터 12월 24일까지 S&P500 지수 19.3% 하락).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분기별 주가 변동률을 살펴보면, 가장 하락률이 높았던 시기는 1974년 3분기(7~9월)였다. 당시 미국 증시는 닉슨 대통령의 사임과 제1차 석유위기 충격으로 폭락했다.
하락률 2위는 1987년 4분기로, 그 유명한 ‘블랙 먼데이’로 기록된 시기다. 막 임명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의장 앨런 그린스펀이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한 데다 1985년 9월의 플라자 합의 이후 지속된 달러약세 영향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증시 이탈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었던 것이 역사적인 주가 폭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하락률 3위와 4위도 역사적인 사건과 결부되어 있다. 1962년의 주가 폭락 사태는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하는 등 냉전이 극에 달했을 때 발생했다. 그리고 2008년 4분기의 주가 폭락은 글로벌 금융위기, 특히 월스트리트의 대형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이 주된 원인이었다.
2018년 4분기에 발생한 미 증시 폭락 사태는 역대 5위에 해당되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궁금증이 제기된다. 주가가 폭락한 다음, 그 이후의 전개는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주가가 폭락하기 전에 미리 예측해 전량 매도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신이 아닌 다음에야 그렇게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으니 폭락한 다음 벌어진 역사적인 경험을 회고해볼 필요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발생했던 미국 주식시장의 주요 폭락사태 이후 1개월의 수익률의 평균은 +4.0%였다(물론 여기서 2008년 4분기 사례는 제외됐다). 다만 전체 20번의 사례 중에 6차례나 마이너스 성과를 기록했기에, 플러스 성과를 기록할 확률은 70%였다. 그러나 관측기간을 1년으로 늘리면, 수익률 평균은 13.2%로 높아지며 또 플러스 성과를 기록할 확률은 75%까지 상승한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역사적으로 볼 때, 미 증시가 우상향하는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경제의 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수익도 늘어나고, 특히 배당금 지급액이 인상되면서 주가 급락 이후 주식시장이 강한 상승세를 보인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역대급 주가 폭락 사태 이후 1년이 지나도록 주식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도 5번이나 있었으니까.
어떤 시기에 주가 폭락사태로부터 시장이 회복되지 못했을까. 가장 대표적인 시기가 2000년, 1973년, 그리고 2008년이었다(아래 그래프에서 박스 표시된 부분). 이 세 시기의 공통점은 극심한 경기침체로 기업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것이다. 즉 주가 폭락 사태가 심각한 불황을 예고했던 측면이 존재했던 셈이다. 반면 1987년 3분기나 1962년 2분기, 그리고 1970년 2분기의 주가 폭락 사태는 금방 회복됐다. 이는 이후 기업실적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2018년은 어디에 해당될까? 기업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되고 있는데도 주가의 폭락 사태가 발생했으니, 후자에 해당된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물론 2019년에 기업실적이 급전직하 할 경우에는 전자의 사례로 편입될 수 있겠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 징후가 뚜렷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제 한국 주식시장의 역사적인 폭락 사례를 살펴보자. 2018년 4분기 한국 주식시장의 하락률은 ‘톱21’ 중에 16위에 해당된다. 역사적인 하락을 기록한 다음 1개월의 수익률은 2.9%이며 1년 수익률은 15.9%를 기록, 미국과 마찬가지로 ‘폭락 이후에 투자의 기회’가 출현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1년 수익률을 기준으로 보면 총 20차례 중 8차례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해, 플러스 수익을 기록할 확률은 60%에 그쳤다.
이런 면을 보면 한국 주식시장이 상당히 예측하기 힘든 시장이며, 더 나아가 선진국에 비해 안정성이 낮다는 것을 새삼 인식하게 된다. 부디 2019년은 과거에 비해 가시성이 높은, 안정적인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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