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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폭행 논란,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 '네트워크' 추적

마커그룹 사업분야 4개, 직원은 3~5명, 실적은 불분명…송 대표 영상 조작 가능성 언급

2018.12.31(Mon) 11:32:05

[비즈한국] 최근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49)의 직원 폭행사건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송 대표는 직원 양 아무개 씨를 상습 구타하고 심지어 청부살인을 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양 씨는 현재 송 대표를 피해 해외 거주 중으로 전해진다. 서울강서경찰서는 관련 수사에 착수, 양 씨를 불러 조사를 마쳤다. 경찰 관계자는 “곧 송 대표와 최 아무개 마커그룹 부사장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송명빈 대표는 온라인상에서의 ‘잊혀질 권리’를 주장하면서 ‘디지털 에이징 시스템(DAS)’을 개발한 인물로 유명하다. DAS는 인터넷에 올라간 사진, 파일 등에 대해 소멸 시간을 설정해 수명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마커그룹 측에 따르면 송 대표는 DAS 외에도 여러 굵직한 사업을 진행했고, 정치권과의 네트워크까지 형성돼 있었다.

 

온라인에서 ‘잊혀질 권리’를 주장하며 유명해진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가 직원을 폭행하는 영상이 지난 28일 공개됐다. 영상은 5월 21일 촬영됐다고 ‘경향신문’​은 밝혔다. 사진=유튜브 채널 ‘경향뷰’ 캡처


‘비즈한국’ 취재 결과 송명빈 대표의 원래 이름은 송진이었으나 2006년 현재 이름으로 개명했다. 1969년생인 송 대표는 연세대학교 국문학과 학부와 석사 졸업 후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BTV(온미디어) PD로 입사했고, MBC, KBS 등 방송사에서 인터넷 사업을 맡기도 했다. CJ시스템즈(현 CJ올리브네트웍스)와 KT에서도 근무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송 대표는 2004~2011년 5차례에 걸쳐 본인 주택을 담보로 약 4억 원을 대출받았다. 이 중 6370만 원은 2011년 7월 저축은행으로부터 진 빚으로, 4개월 후 상환했다. 

 

송 대표는 아내 이 아무개 씨와 얘기를 나누다가 잊혀질 권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초등학교 교사인 이 씨에게 한 제자가 “어렸을 때 인터넷에 달았던 욕설이 시간이 지나도 검색이 된다”고 상담하자 이를 계기로 DAS 개발에 나선 것이다.​ 

 

송 대표는 2012년 4월 아워스플랜이라는 회사를 설립했고, 2013년 6월 현재의 마커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구체적인 지분 관계는 확인되지 않는다. 마커그룹의 초기 자본금은 100만 원이었지만 수차례 증자를 단행해 현재 자본금은 2억 3529만 5000원이다.

 

회사 설립 당시 송 대표는 KT 재직 중이었기에 마커그룹의 초대 대표는 송 대표의 모친 안 아무개 씨가 맡았다. 실제 경영은 송 대표가 담당한 것으로 전해지며 송 대표는 2018년 7월 공식 대표로 취임했다.

 

2018년 9월, 송명빈 대표의 회사 DAL과 세종텔레콤은 디지털 소멸 사업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오른쪽이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 사진=세종텔레콤


마커그룹의 사업부는 특허&저작권 유통, RC 스포츠, 방송&미디어 마케팅, 글로벌 컨설팅, 네 부문으로 나뉜다. DAS는 특허&저작권 유통 사업부에 포함되고, RC 스포츠는 드론과 관련한 엔터테인먼트를 담당한다.

 

글로벌 컨설팅은 미국, 일본, 유럽 등에 있는 기업에 사업 컨설팅을 제공하고, 방송&미디어 마케팅은 방송사들에 TV 프로그램 관련 컨설팅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부서다. 이 설명대로라면 꽤 규모가 큰 회사로 보이지만 마커그룹의 구체적인 사업성과는 확인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마커그룹의 직원은 3~5명에 불과해 이 사업들을 수행할 능력이 되는지도 의문이 든다.

 

2014년 9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마커그룹 감사를 맡았던 부분도 눈에 띈다. 이효성 위원장은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출신이고, 송 대표도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또 송 대표가 성균관대학교 박사과정을 밟을 때 지도교수가 이효성 위원장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사제지간이다보니 송 대표가 이효성 위원장에게 요청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송명빈 대표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건 2014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타운에서 송 대표의 DAS가 우수 아이디어로 선정되면서다. 한국IT비지니스진흥협회에서 DAS 개발비로 1억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송 대표는 2015년 10월 강원도 춘천시에 주식회사 DAL(Digital Aging Laboratory)을 설립해 DAS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춘천시에 회사를 설립한 이유는 강원도가 마커그룹과 DAS 관련 업무 협약을 맺었기 때문. 앞서 2015년 4월, 송 대표는 1억 7160만 원을 대출받았지만 DAL 설립과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2015년 12월, 송 대표는 ‘잊혀질 권리 법제화 국회 토론회’에 참석했다. 당시 최문순 강원도지사, 전병헌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 등도 참석했다. 이후 송 대표는 문재인 대선캠프에서도 활동했고, 현재는 방송통신위원회 상생협의회 위원을 맡고 있는 등 정치권에서도 인정받았다.

 

‘비즈한국’은 송 대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송 대표는 언론에 영상 조작 가능성을 언급했고, 맞고소로 대응한 것으로 전해진다. 

 

송명빈 대표는 2018년 8월 저서 ‘피치 못해 사업을 시작하는 어른들을 위한 책’을 출판했다. 책 소개 부분에는 “투자 유치를 추진하는 가운데 겪게 될 창업자의 심리적 동요. 즉, 감정의 기복에 중점적인 조언을 제공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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