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제 하루만 지나면 2019년 기해(己亥)년이 시작된다. 직장에서는 종무식이 진행되고, 길거리에는 들뜬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며, 새해 첫 아침을 밝히는 해맞이를 위해 동해로 여행을 떠나는 가족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국회는 여느 때보다 더 팽팽한 긴장감이 돈다. 현 정부의 실세로 통하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취임 이래 처음으로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하기 때문이다.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연내 국회통과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조 수석의 출석을 직접 지시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나오는 건 지난 2006년 8월 당시 전해철 수석 이후 12년 만이다.
야당이 끈질기게 조 수석의 국회 출석을 요구한 이유는 전직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인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로 시작된 민간인 사찰 의혹 때문이다. 김 수사관은 △우윤근 주 러시아대사,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 여권 관계자 비위 첩보를 상부가 묵살했으며 △고건 전 총리 아들의 비트코인 사업, ‘조선일보’ 취재 동향 등 민간인을 사찰했고 △ 환경부가 전 정부에서 임명한 산하기관 임원 동향을 작성해 사퇴를 중용했다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김 수사관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의 잘못된 관성으로 일탈한 것이며, 골프 접대 등 개인 비위가 발각되어 검찰로 복귀시켰다고 해명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도 지난 27일 청와대 측에서 대검에 통보한 비위 의혹이 모두 사실로 확인되었다며 김 수사관에 대한 해임처분을 대검찰청 징계위원회에 요청했다.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따라서 조 수석은 김 수사관의 폭로로 인해 의혹을 품고 있는 국민들에게 자세히 해명할 의무를 갖는다. 이는 당연히 국민들의 알권리 대상이기 때문이다.
우선 김 수사관이 폭로한 여권 관계자 비위 첩보를 상부가 묵살했는지 여부를 해명해야 한다. 김 수사관이 공무상 비밀누설로 처벌될 각오로 폭로한 것인 만큼 진위가 명백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김 수사관이 폭로한 내용 중 2017년 7월 작성된 ‘코리아나 호텔 배우자 자살’과 ‘한국자산공사의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모금 시도’ 첩보 등은 김 수사관이 이전 정부에서 했던 관행을 못 버리고 작성한 것이기에 주의를 주고 폐기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조 수석은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이어가던 김 수사관을 1년 이상 청와대에 방치한 이유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도 해명이 필요하다. 자유한국당은 친정부 인사들을 앉히기 위한 정부의 블랙리스트라고 주장하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대부분 유죄 선고가 되었다.
국회 출석 전날인 30일에 전직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청와대가 민간기업인 KT&G 사장을 바꾸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하고 나선 것 또한 해명이 필요하다. 그에 따르면 지난 5월 위 지시문건에 대해 MBC 보도 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문건 유출 경위를 조사했다고 한다.
조 수석 입장에서는 연일 내부자에 의한 폭로전이 이어지고 있어 상당히 곤욕스러울 것이다. 운영위원회 당일에는 야당 의원들로부터 심한 공격을 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겠지만 맞으며 가겠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힌 것처럼 당당히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조 수석은 서울대 로스쿨 교수 시절인 2012년에 이명박(MB) 정부에서 벌어졌던 KB한마음 대표인 김종익 씨 사찰에 대해 “우리나라의 어떤 기관도 민간인 사찰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범죄 혐의가 있는 경우 절차를 거쳐서만 가능한데, 이 사람은 그런 게 아니다. 그런데 사찰이 일어났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들은 조 수석에게 2012년과 동일한 소신을 원하고 있다.
2018년 마지막 날에 국회 운영위원회는 ‘조국 민정수석 청문회’가 된다. 자유한국당은 탄핵정국 이래 줄곧 밀려왔던 형세를 뒤집을 절호의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여야 간에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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