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2월 21일 서울시의 ‘제로페이’가 시작됐다.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로제 등으로 비용 증가, 매출 하락의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카드결제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 기존의 신용카드, 체크카드 대신 소비자가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인식하면 결제되는 방식이다.
소상공인, 소비자 모두 익숙지 않은 결제방식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소비자들도 익숙해지고 판매자 입장에서도 POS시스템(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과 통합되면 불편은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제로페이 소득공제를 통해 75만 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고 홍보한다. 사진=서울시 유튜브 캡처
신용카드 수수료가 사라지니 판매자로서는 이익이지만, 소비자로선 신용카드가 주는 할인,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이 사라지므로 제로페이를 굳이 사용할 동기가 없다. 서울시가 최근 내보내는 공익광고에 따르면 제로페이를 사용할 경우 소득공제를 통해 신용카드보다 연 47만 원을 추가로 환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그러한지 ‘비즈한국’이 분석했다.
# ‘연봉 5000만 원 직장인’은 상위 20%
광고영상에는 ‘47만 원 더 받습니다’라고 크게 나오지만, 그 아래 작은 글씨로 ‘직장인 연봉 5000만 원, 카드소비 2500만 원’이라고 나와 있다.
11월 18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근로자 1519만 명의 지난해 연봉을 분석한 결과 전체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3475만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소득을 10분위로 나누었을 때 연봉 6746만 원 이상은 상위 10%, 4901만~6746만 원은 상위 20%에 속했다.
즉 제로페이 광고에서 제시한 ‘직장인 연봉 5000만 원’은 직장인 연봉 상위 20% 이내를 뜻한다. 제로페이 소득공제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해 평균연봉이 아닌 상위 20%의 연봉을 제시한 것이다. 다만 한경연 자료는 전국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고, 서울시 직장인이 전국에 비해 소득수준이 높을 것이므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 비현실적인 ‘카드 소비 2500만 원’
연봉 5000만 원인 직장인이 신용카드로 소득의 절반을 쓴다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물론 자동차처럼 고가의 제품을 신용카드 할부로 사는 경우도 있고, 소득공제 혜택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가족 중 1인에게 신용카드·체크카드·현금영수증을 몰아주기도 하므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왜 이렇게 카드 소비가 많은 경우를 가정해야 했을까. 이는 신용카드·체크카드·현금영수증 사용액 중 연봉의 4분의 1을 넘게 쓴 부분에 대해서만 소득공제가 되기 때문이다. 연봉 5000만 원인 경우 신용카드·체크카드·현금영수증 사용액이 1250만 원 이하면 이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은 하나도 없다.
# 공제액 한도는 어차피 300만 원?
신용카드·체크카드·현금영수증으로 받을 수 있는 소득공제 혜택은 생각만큼 크지는 않다. ‘연봉 5000만 원, 카드소비 2500만 원’인 경우 연봉의 4분의 1(1250만 원)을 초과한 1250만 원이 소득공제액은 아니다.
여기에 신용카드의 소득공제율(15%)을 적용한 187만 5000원이 소득공제액이다. 체크카드·현금영수증의 소득공제율(30%)을 적용하면 375만 원이 된다. 다만 신용카드·체크카드·현금영수증의 소득공제 한도는 300만 원이다.
신용카드·체크카드·현금영수증 사용액 외에 추가로 전통시장 사용액 100만 원, 대중교통 사용액 100만 원, 올해부터 적용되는 도서구입비 100만 원을 합하면 소득공제 한도는 600만 원까지 가능하다.
신설될 ‘제로페이 사용 소득공제율’은 40%다. 그러나 위 직장인의 경우 ‘체크카드·현금영수증’을 쓰나 ‘제로페이’를 쓰나 결과는 동일하다. 체크카드·현금영수증 소득공제율을 적용하면 375만 원이나 소득공제 한도인 300만 원까지만 인정된다. 제로페이 소득공제율을 적용하면 500만 원이지만 한도액 300만 원까지만 인정된다.
현재의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계산하면, 제로페이 결제액은 기존의 신용카드·체크카드·현금영수증 소득공제액과 동일하게 취급돼 300만 원 한도에 그친다. 제로페이로 1250만 원을 결제하든, 체크카드·현금영수증로 결제하든 차이가 없다.
# 신용카드 vs 체크카드·현금영수증 vs 제로페이
서울시 광고에 제시된 조건 ‘직장인 연봉 5000만 원, 카드사용 2500만 원’을 △신용카드 △체크카드·현금영수증 △제로페이로 썼을 때로 나눠서 분석해보자.
①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15%
서울시의 제로페이 광고에서는 신용카드 연말정산 환급액을 28만 원으로 제시한다. 위에서 계산한 대로 카드사용액 2500만 원의 소득공제액은 187만 5000원이다. ‘환급액=소득공제액×세율’ 공식을 대입하면 ‘28만 원=187만 5000원×세율’이다. 따라서 소득세율은 14.9%다.
② 체크카드·현금영수증: 소득공제율 30%
앞서 계산한 대로 2500만 원을 체크카드·현금영수증으로 사용할 경우 소득공제액은 300만 원이다. 이 경우 위와 동일한 소득세율 14.9%를 적용하면 환급액은 약 45만 원이다.
③ 제로페이: 소득공제율 40%
동일한 계산법을 제로페이에 적용하면, 소득공제액 한도는 똑같이 300만 원이므로 소득세율 14.9%를 적용하면 환급액은 약 45만 원이다. 따라서 현재의 세법으로는 제로페이 광고에서처럼 75만 원을 환급받을 수 없다. 75만 원이 되기 위해서는 소득공제액 한도가 500만 원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
# 서울시 “환급액 ‘75만 원’ 이론적으로 가능”
서울시가 광고하는 제로페이 환급액 ‘75만 원’은 신용카드·체크카드·현금영수증 사용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 300만 원에 제로페이 한도를 200만 원 추가해 총 500만 원이 되어야 가능하다. 서울시는 이를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2019년 사용액에 대해 2020년 1월 연말정산이 이뤄지므로, 내년 중에 법 개정이 이뤄질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개인소득세는 지방세가 아닌 국세이므로 서울시만의 결정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야 가능한데, 이는 서울시의회가 아닌 국회에서 결정할 문제다. 제로페이만 소득공제 한도를 늘리고 소득공제율도 40%까지 늘리면 타 지방자치단체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또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려면 여야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2019년 말로 갈수록 이슈를 주도하려는 여야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야당 입장에서는 여당의 경제정책 실패를 부각시키기 위해 제로페이 관련 법안을 저지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법안 통과에 대한) 그런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중기부(중소벤처기업부)가 주도하고 기재부와 협의 중이다.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내용이 포함됐고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그게 들어가야 조세특례제한법도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대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서울시 측은 “그렇다”고 답했다.
소득공제 한도에 대해 서울시 측은 “현재 법으로도 대중교통 100만 원, 전통시장 100만 원, 도서구입비 100만 원을 합하면 총 600만 원까지 한도를 늘릴 수 있으므로, 현실적으론 어렵더라도 이론적으로는 (홍보영상대로) 가능하다. 조특법에서 소득공제 한도를 늘릴지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우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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