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골목의 전쟁] 월급 올라도 살림살이는 왜 항상 빠듯할까

소득 올라가면 소비 수준도 함께 올라가…다양한 상품, 일자리 만드는 원동력 되기도

2018.12.26(Wed) 09:12:03

[비즈한국] 주변 지인들을 보면 소득 분포가 꽤 다양하다. 중위소득 이하를 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급여소득으로 상위 1% 선을 벌어들이는 사람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과 소득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 한가지 이야기로 귀결된다. “지금 소득으로 살기에는 너무 빠듯하다.”

 

아마 저소득자가 보기엔 고소득자의 그런 발언이 어처구니없을 것이다. 그러나 엄연한 사실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자신의 소득이 전체 분포에서 어느 위치를 차지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으므로 아마 이 발언을 들으면 자신이 그 일원인지를 모르고 ‘상상 속의 고소득자’를 비난할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빠듯하게 살지 않는 사람은 자산과 소득을 합산하여 상위 1% 미만에 드는 사람들뿐일 것이다.

 

가격은 절대적인 것처럼 보여도 결국 각자 소득에 따라 상대적으로 평가하고 결정을 내린다. 소득이 늘면 대부분은 소비하던 상품의 단계를 한 단계 위로 끌어올려서 소비한다. 세일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그렇다면 사람들은 소득에 관계없이 왜 각자 빠듯하게 생활하고 있는 것일까? 왜 소득이 늘어도 여유를 누리지 못하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상품의 가격은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상품에 붙어 있는 가격표는 절대적인 수치이지만, 그것을 싸다 비싸다 느끼는 것은 소비자의 가처분소득에 달렸다.

 

이에 관해서는 내 친구 하나가 “호텔이 가장 저렴한 시기는 비수기가 아니라 내가 돈을 많이 벌 때”라는 통찰 어린 말을 던진 바 있다. 사람들은 상품의 가격을 볼 때 가격표라는 절대적 수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소득에 비례한 상대적 수치 또한 같이 고려한다.

 

예를 들어서 내가 월 소득 200만 원을 버는 입장에서 1박에 20만 원 하는 호텔은 소득의 10%를 쏟아야 하는 곳이다. 따라서 매우 부담스러운 가격이라 느끼게 된다. 그러나 월 소득 400만 원이라면 1박의 비용은 소득의 5%가 된다. 충분히 감당할 만한 수준이 된다. 사실 다 아는 얘기이며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바로 이것이 소득 수준에 관계 없이, 소득이 올라도 살기 빠듯하다고 느끼는 이유가 된다. 상품은 단일 상품들이 아니다. 가격에 따라 다양한 차이를 보인다. 식사도 한 끼에 5000원 정도인 게 있는가 하면 50만 원, 100만 원을 넘기는 것도 있다. 자동차 역시 중고차 시장에서 헐값에 구매 가능한 것이 있는 반면 비싼 것은 눈 돌아갈 정도로 가격이 높다. 사실상 공공 서비스의 영역에 해당되지 않는 모든 상품이 그렇다.

 

만약 시장에 카테고리별로 상품이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소득이 늘어날수록 소비를 하고 남는 여유 자금이 더 생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시장에서 수많은 상품과 같은 카테고리 내에서도 다양한 가격대와 기능의 상품을 접한다. 바로 이 차이가 소득이 증가하여도 소비는 쉽게 줄어들지 않는 현상을 만든다.

 

예를 들어 200만 원을 버는 사람이 한 달 소득에서 20%인 40만 원을 식비로 쓴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이 사람이 이직과 급여 인상으로 월 250만 원을 벌게 되면 과거처럼 식비를 40만 원만 쓰고 살 수 있을까? 앞에서도 이야기했다시피 가격은 절대적인 것처럼 보여도 결국 우리의 소득에 따라 상대적으로 평가하고 결정을 내린다. 지난 소득의 20%에 해당하는 40만 원은 소득이 250만 원이 되면 16%가 된다. 즉, 과거보다 저렴하다고 느끼게 되고 이 4%만큼 돈을 더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이 경우 사람들은 소비하던 상품의 단계를 한 단계 위로 끌어올려서 소비한다.

 

소비 수준의 인상을 통해 얻는 즐거움은 일정 기간은 만족을 주지만 시간이 흘러 익숙해지면 그 만족감은 원상태로 돌아온다. 결국 소득이 늘었음에도 체감상 크게 달라진 게 없어 여전히 빠듯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게 된다.

 

가격이 끝없이 올라가는 사치품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소비 상품들은 가격의 한계치가 있기에 소비 상품의 일상적인 가격 한계치를 초과하는 소득을 벌어들이지 않는 이상, 누구나 삶이 빠듯하다고 느끼게 된다.

 

이러한 소비 성향이 우리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바로 이 소비 성향이 상권에 실로 다양한 품질과 가격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게가 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사람들이 소비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 원천이 되기도 하며, 이것이 곧 우리의 소득과 일자리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부정할 수만은 없는 현상이다.

 

경기 상황과 사람들의 성향에 따라 이런 소비의 단계를 오르내리는 현상은 매우 흔하며 때로는 대체품으로 건너가는 현상 또한 발생한다. 소비가 심리란 말은 바로 이 때문이기도 하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바람 잘 날 없는 KT스포츠, 어떤 회사길래
· [리얼 실리콘밸리] 화웨이가 미중 무역전쟁 '타깃'이 된 이유
· [골목의 전쟁] 한국이 글로벌 브랜드의 테스트베드가 된 이유
· [골목의 전쟁] '지하철역에서 10분'과 '지하철역에서 1km'의 차이
· [골목의 전쟁] 프랜차이즈, 균질성과 성장 사이에서 길을 잃다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