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내일은 크리스마스다.
얼마 전 제니의 ‘SOLO’ 활동이 종료됐다. 23일 만에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 1억 돌파, 각종 차트 1위 등 빛나는 결과를 달성했다. 발라드가 강세인 한국의 겨울을 뚫고, 빨갛고 하얀 털 달린 옷을 입고 귀엽게 크리스마스 타령을 하는 것이 아닌 나는 ‘빛이 나는 솔로’라며 솔로 아티스트로서 큰 발을 쾅 내디디며 만들어낸 결과다. 용감한 행보이자, 성공적인 솔로 데뷔였다.
준비를 많이 한다 해도 그룹 활동을 하다 솔로 아티스트로서 무대 위에 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뮤직비디오에서 혼자 춤을 춰야 하며 황량하게 넓은 무대를 홀로 채워야만 한다. 퍼포먼스도 부담감도 책임감도 오롯이 혼자 감당한다. 기대거나 숨을 곳이 없다. 이것을 모두 이겨내야만 비로소 빛이 나는 솔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혼자 보내는 크리스마스라서 대충 보내야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혼자라면 크리스마스에 누릴 수 있는 기쁨을 오롯이 독차지할 수 있다. 언제 ‘솔로’의 자리가 위태로워질지 모른다. 누릴 수 있을 때 맘껏 누려야 한다.
좋은 것을 나누면 두 배가 된다는 말이 있다. 나눠봐야 크기의 변화가 없는 무형의 가치거나 나눠도 내가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크기일 때나 의미가 있는 말이다. 영화는 둘이 본다고 반으로 나눠지지 않지만 케이크는 둘이 먹으면 반으로 나눠진다. 아주 적은 양이 된다. 가루 하나 남김없이 손가락 끝으로 콕콕 찍어먹어도 부족함이 느껴지는 아주 많이 맛있는 음식은 온전히 혼자 다 먹어야 한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많은 양과자점에서 크리스마스 홀사이즈 케이크를 내놓는다. 보통 4~5인이 먹을 수 있는 크기다. 홀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사람이 굳이 이런 홀사이즈 케이크를 먹을 필요는 없다. 저것 하나만으로 배가 불러 다른 맛있는 것들을 놓칠 수 있다.
이럴 땐 프티가토(Petit Gâteau: 작은 케이크)가 제격이다. 홀사이즈가 아닌 작은 크기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내놓는 양과자점들이 있다. 메종엠오도 그중 하나다.
시커먼 초콜릿을 두른 길다란 외형은 샤넬 원피스 수영복을 입고 거침없이 세탁소에서 나가는 제니의 당당함을 닮았다. 포크로 세로로 길게 잘라 한 입 넣으면 새콤한 카시스와 고소한 아몬드 브라우니, 진한 초콜릿 향이 입 안에서 화려하게 어울린다. 마치 폭죽이 터지는 빛나는 회전목마 앞에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빛이 나는 솔로’를 외치는 제니처럼.
또 혼자 타야 빛이 나는 탈 것이 있다. 이를테면 ‘SOLO’ 뮤직비디오에서 제니 발 밑에 깔린 자동차처럼. 이 작고 시크한 자동차는 84년에 출시된 도요타의 MR2다. 엔진이 운전석과 뒷바퀴 사이에 올라간 미드쉽 스포츠카다. 미드쉽 스포츠카의 조수석은 사람이 앉는 곳이 아니다. 가방, 코트, 모자, 우산, 와인, 맥주, 고기, 무엇보다 프티가토 상자를 두는 곳이다. 제니도 뮤직비디오에서 이 차를 혼자 타고 다닌다.
또 제니가 MR2를 향해서 가는 중간에 타고 있는 빛나는 은빛 로라이더(Low Rider, 앉는 위치가 낮고 화려한 주문제작식 자전거·오토바이·자동차) 자전거 또한 혼자 타는 자전거다. 심지어 안장이 딱 하나다.
거친 세상에 두 발 땅에 딛고 홀로 서있다는 것은 외롭고 고된 일이다. 하지만 열매는 달콤할 것이며 오직 솔로일 때 즐길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것이 이렇게나 많다. 메리 크리스마스.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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