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9일, KB금융지주는 계열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를 열어 7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후보를 선정했다. 계열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는 12월 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7개 계열사 중 KB증권, KB캐피탈, KB부동산신탁의 신임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했고, KB데이타시스템은 추후 추천 예정이라고 밝혔다. KB손해보험, KB자산운용, KB신용정보는 기존 대표이사가 연임하기로 결정했다.
KB증권은 복수대표체제를 유지하면서 박정림 KB증권 부사장 겸 KB국민은행 부행장, 김성현 KB증권 부사장 두 사람을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했다. KB금융에 따르면 당초 윤경은·전병조 KB증권 대표이사의 재선임도 고려했지만 본인들이 “통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후임 경영진에게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며 연임을 고사했다.
# ‘국회의원 비서관 출신’ 박정림 내정자
1963년생인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내정자는 영동여자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인 1986년 체이스맨해튼은행 서울지점에 입사해 금융인의 길을 걸었다. 1992년 정몽준 당시 통일국민당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박 내정자는 1994년 조흥은행(현 신한은행) 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금융권에 복귀했고, 1996년 조흥은행 종합기획부 리스크관리실 과장을 거쳐 1999년 삼성화재 자산리스크관리 부장으로 이직했다. 삼성화재가 리스크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 박 내정자를 스카우트한 것이다.
2004년 박 내정자는 국민은행 시장운영리스크 부장으로 다시 이직했다. 2005년 국민은행 재무보고통제부장, 2008년 국민은행 제휴상품부장, 2012년 KB국민은행 WM 본부장 등을 거쳐 2014년 8월 KB국민은행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2017년부터는 KB증권과 KB금융 부사장도 겸직했다. 박 내정자가 KB금융에 처음 발을 들일 때는 리스크 전문가로 유명했지만 이제는 WM(자산관리) 부문에서도 오랜 경력을 자랑한다.
박 내정자는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며 시너지 효과 창출에 힘썼다. 2017년 3월, KB금융은 138곳에 이르는 KB국민은행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해당 지역 내 계열사 RM(기업영업)을 하나의 팀으로 구성해 공동 마케팅을 시작했다. 이 체계 구성에 박 내정자가 적지 않은 공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박 내정자는 “고객을 위한 최적의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은행과 증권 프라이빗뱅커(PB)가 함께 근무하는 복합점포를 추가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후 KB금융이 계열사 복합점포 설립을 알릴 때는 대부분 박 내정자가 설명을 맡았다.
금융권에서는 대체로 박 내정자의 대표 승진은 예정된 수순으로 분석한다. 이미 KB증권 대표는 박 내정자로 사실상 결정됐다는 풍문도 돌았다. 윤경은·전병조 KB증권 대표이사가 사의를 표명했고, 여성 최고경영자(CEO)라는 상징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KB금융은 “박정림 내정자는 WM, 리스크, 여신 등 폭넒은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수익 창출을 확대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그룹 WM 부문 시너지 영업을 진두지휘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한 바 있다”고 평가했다.
# ‘IB 전문가’ 김성현 내정자
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 내정자는 박정림 내정자와 같은 1963년에 태어났다. 그는 순천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후인 1988년 대신증권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3년 한누리투자증권으로 이직, 2006년에는 한누리투자증권 상무로 승진했다.
2007년 국민은행이 한누리투자증권을 인수해 KB투자증권이 출범하면서 김 내정자도 자연스럽게 KB금융 일원이 됐다. 2007년 KB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장을 거쳐 2015년 IB(투자금융) 총괄본부장에 올랐다. 박정림 내정자가 은행, 보험사 등을 거쳤다면 김성현 내정자는 증권사에서만 한 우물을 판 인물이다.
김 내정자는 ‘IB 전문가’라는 말로 대표된다. KB증권은 지난해 11월 초대형 IB로 지정됐지만, 올해 1월 단기금융업 인가 신청을 스스로 철회했다. 옛 현대증권 시절 신용공여 금지를 위반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경고 조치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KB증권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단기금융업 인가 신청서를 다시 제출하면서 초대형 IB 재진출을 노리고 있다.
2016년 4월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아시아판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BoA 메릴린치는 상업은행인 BoA와 투자은행인 메릴린치가 합친 복합금융그룹이다. BoA는 메릴린치 인수 후 WM과 CIB(기업투자금융) 중심으로 사업을 개편했는데, KB증권도 향후 WM과 CIB 부문을 강화할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해석했다.
2016년 말, 금융권의 예상대로 KB증권은 강남CIB센터, 오창CIB센터, 부산CIB센터, 3곳을 개설했다. 또 KB국민은행과의 CIB 사업연계를 바탕으로 기업 커버리지 확대 및 상품별 전문성 강화, KB금융 고객기업에 대한 투자와 동반성장을 지원하는 IB솔루션본부를 신설했다. 김성현 내정자는 IB 부문을 맡으면서 CIB 부문 성장에도 적지 않은 공을 세운 것이다.
KB증권은 지난 3월에도 대구CIB센터를 여는 등 현재 전국 9곳에 CIB센터를 두고 있다. 김성현 내정자는 CIB센터 개소식 때마다 빠짐없이 참석했다. KB증권과 합병한 현대증권이 전통적으로 IB에 강한 것도 김 내정자가 CIB에 힘을 쏟는 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김성현 내정자는 대표적인 IB 전문가로 IB 전 부문을 총괄한 바 있다”며 “투자자산 다변화 등을 통해 시장 지위를 개선할 검증된 리더십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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