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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 뒤돌아보니…

"3만 달러 시대 걸맞은 삶의 질" 약속했지만 취업자 증가 줄고 빈부격차 커져

2018.12.22(Sat) 12:49:37

[비즈한국]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무술년(戊戌年)이 시작된 올 1월 신년사에서 ‘3만 달러 시대에 걸맞은 삶의 질’을 약속했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두 축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각각 이끌던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3만 달러 시대를 이야기하며 각종 경제적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김 전 부총리, 이 총재 등이 2018년을 맞으며 신년사에서 밝혔던 각종 정책 약속은 말 그대로 공수표가 돼버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이들은 늘고, 빈부 격차는 심해졌으며, 가계 부채의 질도 더욱 나빠진 탓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2일 가진 신년인사회에서 “올해는 국민께서 ‘나라가 달라지니 내 삶도 좋아지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정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며 “좋은 일자리 창출과 격차 해소에 주력해 양극화 해소의 큰 전환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우리가 이루게 될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걸맞은 삶의 질을 모든 국민이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2018년 1월 10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그러나 문 대통령이 한 약속 중에서 지켜진 것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유일한 상황이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은 3분기 누적으로 2만 3433달러로 추산된다. 이 누적 속도대로라면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1243달러가 될 전망이다. 선진국을 의미하는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진입하는 것이지만 2만 달러를 돌파한 지 12년 만이고, 지난해 국민소득이 2만 9745달러였다는 점에서 온전히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과로 보기는 무리다. 

 

3만 달러 시대에 들어섰지만 문 대통령이 이야기한 삶의 질은 되레 나빠진 상태다. 일자리가 제대로 늘어나지 않고 빈부 격차가 악화된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취업자 증가수는 10만 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수가 31만 6000명이었다는 점에서 1년 만에 일자리를 찾은 사람이 4분의 1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의 -8만 7000명 이래 최악의 일자리난이다. 

 

가계 소득 격차는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1분위(소득 하위 20%) 가계 소득은 3분기 기준으로 1년 전보다 7.0% 감소했다. 반면 5분위(소득 상위 20%) 가계 소득은 8.8% 늘었다. 이로 인해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5분위 소득/1분위 소득)은 5.52배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신년사에서 밝힌 약속들도 공염불이 됐다. 김 부총리도 “올해가 국민소득 3만 달러 원년이 될 것”이라며 “경제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국민의 삶의 가시적 변화와 성장 잠재력 확충에 두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3%대 성장세 복원, 일자리 확대, 교육·주거비 등 생계비 부담 완화, 대·중소기업 균형 발전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과 달리 지난해 3.1%였던 경제성장률은 올해 2%대 중반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기재부는 올해 성장률을 2.6~2.7%로 보고 있다. 성장 잠재력 확충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된 산업정책을 내놓지 못한 탓에 기재부는 내년 성장률(2.6~2.7%)도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생계비 부담 완화를 이야기했지만 올해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 탓에 서울 재건축과 신축 아파트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부담은 더욱 늘어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균형발전도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2분기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7.8%로 1년 전(7.4%)보다 0.4%포인트 오른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7.3%로 1년 전(7.4%)에 비해 0.1%포인트 하락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신년사에서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의 회복세 지속,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 등에 힘입어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지목되는 가계 부채 문제와 관련해 “가계 부채는 정부의 주택 시장 및 가계 부채 안정 노력에 힘입어 증가세가 점차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가계 부채 증가속도가 다소 둔화됐지만 소득 증가보다는 빠르게 늘어나면서 부채의 질은 더욱 나빠졌다. 3분기 말 현재 가계 신용은 1년 전에 비해 6.7% 늘어난 데 반해 가구 월평균 소득은 4.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신년사에서 내놓았던 경제 정책 중 올해 이뤄진 것은 사실상 하나도 없는 상태”라며 “다만 문 대통령이 18일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 ‘정부의 뼈아픈 자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한 만큼 내년 경제 정책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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