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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지역 대학가 '복수학위제'로 시끄러운 사연

학생들 반발에 대학들 한발 물러서…교육부 "합리적 운영방안 검토"

2018.12.19(Wed) 12:05:04

[비즈한국] “복수학위, 졸속행정, 물러나라, 물러나라.” 대학생들이 다시 촛불을 들었다. 지난 17일 오후 6시경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 분수대에 ‘복수학위제’ 도입을 반대하는 재학생 30여 명이 모였다. 한 손에 촛불을 든 대학생들은 자유 발언을 하며 1시간 동안 집회를 이어갔다. 

 

집회를 주최한 단국대 사학과 김시경 씨(24)​는 “학교가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고 협약을 체결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학교의 주인은 학생인데, 학생 의견이 무시되는 일이 되풀이될 것 같아 나섰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18시경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 분수대에 ‘복수학위제’를 반대하는 재학생 30여 명이 모여 촛불을 들었다. 사진=차형조 기자

 

# 복수학위제, 두 대학서 4+1년 이수하면 두 개 학위 취득

 

복수학위제란 대학생이 소속 대학에서 8학기(4년), 교류 대학에서 2학기(1년)를 이수하면 양 대학의 학위를 모두 취득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소속 대학에서 1학년 이상 수료한 재학생 및 복학예정자는 자신의 주 전공과 다른 학과에 복수학위 학생으로 지원할 수 있다. 교류 대학의 자체 심사를 거쳐 선발된 대학생은 양 대학의 학위취득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복수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지난 11월 27일 경기·인천 지역 14개 대학교 총장은 ‘복수학위 학생교류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인천대 제공

 

경기·인천 지역 14개 대학교 총장은 복수학위제 시행을 위해 학칙을 개정한 뒤, 지난 11월 27일 ‘복수학위 학생교류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교류 학과와 인원, 시행 일자는 각 대학이 정하기로 했다. 14개 대학은 강남대, 단국대, 명지대, 서울신학대, 성결대, 안양대, 인천가톨릭대, 인천대, 칼빈대, 평택대, 한국산업기술대, 한국항공대, 한세대, 한신대다. ​​

 

교육부 관계자는 “4차산업혁명 시대 융복합 인재를 기르기 위한 목적”으로 복수학위제의 취지를 설명한다. 반면 학생들은 “10년간 등록금이 동결되고 최저임금도 올라 경영난에 처한 대학들이 수입을 늘리려는 꼼수”라고 비판한다. 이런 비난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그런 우려도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 ​학생 의견 듣지 않은 복수학위제에 단국·명지·인천·항공대 반발

 

협약을 체결한 일부 학교의 학생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협약 체결 과정에서 학생 의견이 수렴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단국대, 명지대, 인천대, 한국항공대 총학생회는 복수학위제 체결 소식이 전해진 지난 27일 이후 각각 공식 홈페이지와 SNS 계정에 반대 성명을 게재했다. 소속 대학 재학생도 해시테그 운동, 대자보 부착, 1인 시위 등을 통해 반대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단국대 교내 게시판에 붙은 대자보와 메모지. 복수학위제 도입을 반대하는 글이 적혔다. 사진=차형조 기자

 

15일 복수학위제 도입 반대를 주장하는 단국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커뮤니티가 생겼다. 페이스북 페이지 ‘단국대 복수 학위제 규탄 대회’와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 ‘단국대학교 공동학위 공론화’에는 19일 현재 각각 700여 명, 400여 명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커뮤니티에 모인 재학생은 학교 건물에 대자보와 메모지를 붙이고, 교내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단국대 복수 학위제 규탄 대회’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자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황동준 씨(19)​는 “학위수여라는 중차대한 일을 ​학교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시험기간에 기사로 확인한 ​복수학위제​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다”고 전했다. ​

 

복수학위제 도입에 반대하며 1인 시위에 나선 단국대 학생 모습. 사진=단국대 복수 학위제 규탄 대회 제공

 

조하은 인천대 총학생회장은 지난 17일부터 복수학위제 도입에 반대하며 대학총장실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인천대 총학생회 제공

 

전병대 단국대학교 총학생회장도 “학교 측은 지난 17일에야 학생 대표자들에게 협약 내용을 설명했다”며 “인천대·한국항공대 총학생회와 연대해 ‘​경인지역대학총장협의회’​에 반대 성명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 학생은 입학 성적이 다른 학교 학생에게 같은 학위를 주는 것을 문제 삼았다. 단국대 죽전캠퍼스에서 만난 재학생 A 씨는 “대학 서열을 따지고 싶지 않지만, 얘기되는 다른 대학보다 우리 학교 입결(입시 결과, 입학 성적)이 높다”며 “우리만의 가치를 잃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단국대 재학생 B 씨도 “K 대학교가 우리 학교와 같은 졸업장을 가질 수 있다면 이곳에 온 메리트가 없다”며 “복수학위제에 반대한다”고 전했다. 

 

조하은 인천대학교 총학생회장은 “학생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복수학위제 도입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며 “19일까지 학교 측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조 총학생회장은 지난 17일부터 복수학위제 도입에 반대하며 대학총장실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대학 측, 학생 반발에 한발 물러선 모양새

 

학생 반발이 이는 대학 측은 당장 복수학위제를 시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대 홍보팀 관계자는 “관련 내용에 대해 대학총장과 총학생회장이 17일 면담을 했다”며 “복수학위제 관련 학생 설명회를 개최해 학생 의견을 수렴한 뒤 진행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단국대 교무처 관계자는 “법학과와 응용통계학과 등이 실무 협의 과정에서 교류 학과로 논의된 바 있지만, 각 단과대학에 교류 학과 수요조사를 한 결과 참여 의사를 밝힌 학과가 없었다”며 “경인지역대학총장협의회에서 포괄적인 시행계획 등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시행 여부는 판단할 수 없지만, 당장 내년 시행은 불가하다”고 밝혔다.  

 

명지대 홍보팀 관계자는 “18일까지 각 단과대학으로부터 교류 학과 신청을 받았지만 신청한 곳이 없었다”며 “제도 시행 여부와 시행 시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지만, (시행이) 쉽진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국항공대 홍보팀 관계자는 “복수학위제의 기본 방향에 동의를 했을 뿐, 교류 학과나 조건 등 세부적인 방안을 검토한 적이 없다”며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원치 않을 경우 추진하지 않을 방침이다”고 밝혔다. 

 

# 규제 풀어준 교육부, 부작용 몰랐을까

 

2016년 12월 교육부는 ‘대학학사제도 개선방안’을 내면서 그간 지침으로 금지했던 복수학위제를 허용했다. 학교 간 인적 교류를 통해 융합 교육을 활성화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기르겠다는 판단이었다. 이듬해 5월에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근거 규정도 만들었다. 

 

교육부 대학학사제도 관계자는 “복수학위제 규제 완화를 추진할 당시에도 형평성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았지만 그것 때문에 긍정적 측면까지 규제하는 것은 현 추세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계속해서 문제가 제기된다면 합리적인 운영방안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했다. ​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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