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05년 12월, 최근 사의를 표명한 안용찬 제주항공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국비누세제협회가 출범했다. 한국비누세제협회 이사진에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 이재관 전 CJ 바이오사업본부 부사장, 김이기 전 피죤 대표 등 업계 거물들이 포진해 있다. 안 부회장은 한국비누세제협회 대표를 맡았고, 사무실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것으로 나온다.
안용찬 부회장은 2012년부터 제주항공 경영에 전념했지만, 처음부터 항공사 경영을 맡은 건 아니다. 그는 1987년 애경산업 마케팅부에 입사, 1995년 애경산업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하면서 애경그룹의 핵심 사업인 세제, 화장품 등 생활용품 사업에 힘썼다. 따라서 안 부회장이 한국비누세제협회 대표를 맡은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비누세제협회는 2017년 5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설립허가 취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즈한국’이 입수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의 공문을 살펴보면 “민법 제38조 및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 제9조에 따라 법인설립허가 취소 처분에 앞서 청문 공지를 했다”고 적혀 있다.
민법 제38조는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주무관청이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및 그 소속 청장 소관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 제9조에는 “주무관청은 법인의 설립허가를 취소하려면 청문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힌 처분 원인은 ‘최근 수년간 사업실적보고서 미제출’과 ‘법인사무소 부재 및 연락두절로 사실상 법인 활동이 중단돼 법인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해 취소사유 발생’이다. 설립이 취소된 것으로 보아 한국비누세제협회가 청문에 응하지 않았거나 응했더라도 설립 조건을 위반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특이한 점은 한국비누세제협회 이사진에 업계 거물들이 있음에도 그간 언론에 노출된 활동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비누세제협회에 대해 “처음 들어본다”고 입을 모았다. 애경 관계자도 “한국비누세제협회에 대해 아는 사항이 없어서 답변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안용찬 부회장이 2006년 말 항공사 경영을 맡은 후부터는 한국비누세제협회 활동에 집중하기어려웠을 수 있다. 그렇지만 설립이 취소된 2017년까지도 협회 대표를 맡았고, 10년이 넘도록 한국세제협회 이사진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사진 면면을 살펴보면 후임 대표를 맡을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서경배 회장, 차석용 부회장 등 업계 거물들이 사실상 유령협회나 다름없었던 협회 이사진에 이름을 올렸던 셈이다.
한편 안용찬 부회장은 지난 12월 5일 사의를 표명했다. 안 부회장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사위로 2006년 말 애경그룹 생활항공부문 부회장에 취임, 2012년에는 제주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랐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해 매출 9964억 원, 영업이익 1013억 원을 기록하는 등 애경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그 중심에 안용찬 부회장이 있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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