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세계 최초로 진공청소기의 원리를 개발한 사람은 1901년 영국의 세실 부스로 알려져 있다. 상업적인 진공청소기는 1907년 미국의 머레이 스팽글러가 발명했다. 따라서 세계 최초의 타이틀은 미국이 가지고 있다. 과연 발명의 나라 미국답다. 그런데 머레이 스팽글러는 발명가였지 장사꾼은 아니었다. 자신의 기관지염을 해결하기 위해 진공청소기를 개발했기 때문에 판매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 스팽글러 진공청소기가 우연히 ‘수잔 후버’라는 한 주부의 눈에 띄었다. 주부의 가장 큰 가사노동이던 청소를 손쉽게 해결하는 이 신기한 기계를 발견한 후버 부인은 이 청소기의 판권과 제조권을 사들였다. ‘후버’ 브랜드의 탄생설화다. 다만 후버는 현재 홍콩의 TTI 그룹이 인수한 상태다. 과연 인수의 나라 중국답다.
이번에 리뷰할 제품은 후버 ‘퓨전 코드리스’다. 요즘 주류로 올라선 스틱형 무선 청소기다. 무선 청소기는 모터의 위치에 따라 ‘상중심’과 ‘하중심’으로 나뉘는데 후버 퓨전 코드리스는 손잡이 쪽에 모터가 달린 상중심 청소기다. 대부분의 상중심 청소기는 가격이 비싸고 모터 흡입력이 좋다. 대신 배터리가 5분~10분 정도로 짧다.
하지만 미국의 넓은 집을 10분 이내로 청소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후버 퓨전 코드리스는 적당한 흡입력에 24분 정도 청소가 가능하도록 튜닝했다. 집이 미국 집처럼 넓다면 후버 퓨전 코드리스가 좋은 대안이다.
디자인은 아주 멋지다. 블랙과 실버의 몸체와 빨간색 봉이 아주 조화롭다. 사이버틱한 ‘LG 코드제로 A9’, 늘씬하고 팝아트 같은 ‘다이슨 V10’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감각적이면서도 억지스럽지 않다.
조작부도 아주 편리하다. 배터리 잔량, 모드 전환, 제품 이상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다만 무게는 무겁다. 핸들링도 묵직하다. 무게는 3.5kg으로 2.5~3kg대의 경쟁 제품보다 무겁다.
무거운 이유는 있다. 배터리 용량이 크기 때문. 후버 퓨전 코드리스의 배터리 용량은 24V 3000밀리암페어(mAh)다. 와트아워(Wh)로 변환하면 약 72Wh다. 참고로 배터리 용량이 큰 편인 다이슨 V10이 약 66Wh다. 경쟁 제품에 비해 배터리 용량이 크다. 먼지컵도 크다. 620ml의 용량으로 530ml(다이슨), 400ml(LG)에 비해 크다. 소음도 크다. 미국인들은 뭐든 큰 것을 선호한다.
다른 청소기들은 터보 모드가 있어 배터리를 5분~7분 만에 다 소비한다. 그러나 후버는 터보 모드가 없다. 적당한 흡입력으로 24분간 청소가 가능하다. 마루바닥 틈에 낀 먼지를 흡입하지 못할 정도로 모터 성능은 강하지 않다.
대신 후버의 장점은 카펫 청소다. 카펫 모드가 있어 흡입 모터 외에 브러시 모터가 이중으로 돌아간다. 직접 청소해 보니 카펫 청소 능력은 다른 청소기보다 앞선다. 브러시가 카펫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에 카펫이 많다면 꽤 만족스러울 성능이다.
요즘 청소기는 공기배출구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후버 퓨전 코드리스는 헤파(HEPA) 필터는 아니다. 물세척이 가능한 워셔블 필터를 장착해 큰 먼지가 다시 배출되는 것을 방지한다.
초미세먼지가 걱정되지만 어차피 초미세먼지가 청소기로 모두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 청소기들의 필터가 오버스펙일 수도 있다. 퓨전 코드리스는 대신 활성카본 필터를 넣어뒀다. 활성카본 필터는 냄새를 없애는 필터다. 그래서 청소기를 돌리면 풍기는 먼지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미국인들은 실용적인 것을 좋아한다.
다른 부분은 경쟁사 스틱형 청소기와 대동소이하다. 방아쇠 형식의 전원 버튼과 원터치 먼지 비우기, 브러시 교체 방식 등은 비슷하다. 비교적 합리적 가격에 카펫 청소에 특화되어 있으며 25분 정도 청소가 가능하다. 카본 필터가 냄새를 빨아들이므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에서도 유리하다. 이 정도면 최고보다는 최선을 선호하는 미국인들에게 최적화된 제품이다.
다이슨이 시작한 스틱형 청소기 시장은 이제 진공청소기 시장의 대세가 됐다. 한국에서는 LG전자와 다이슨이 2파전을, 미국에서는 샤크, 후버, 다이슨이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실용적인 가격과 적당한 성능의 후버도 충분히 추천할 만한 제품이다.
필자 김정철은? 전 ‘더기어’ 편집장. ‘팝코넷’을 창업하고 ‘얼리어답터’ 편집장도 지냈다. IT기기 애호가 사이에서는 기술을 주제로 하는 ‘기즈모 블로그’ 운영자로 더욱 유명하다. 여행에도 관심이 많아 ‘제주도 절대가이드’를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지만, 돈은 별로 벌지 못했다. 기술에 대한 높은 식견을 위트 있는 필치로 풀어낸다.
김정철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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