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오늘 아침 처음 확인한 뉴스는 전날 저녁(현지시각 11일) 프랑스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이다. 독일과 국경을 맞댄 스트라스부르의 유명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벌어진 이 사건으로 여러 명이 죽거나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에 안타까움과 걱정스러운 마음이 교차한다.
영국 외무부(FCO)가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을 비롯해 유럽 내 크리스마스 마켓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주의’ 경보를 내렸다는 뉴스를 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로 사건이 발생하다니! 몇 년 전부터 유럽 일대에서 끊이지 않는 테러 혹은 총격전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장소를 갈 때마다 주위를 경계하곤 했는데 이번 일로 긴장감이 더 커졌다.
뉴스로 인한 충격이 한동안 있을 테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가라앉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가 있다. 지난해 처음 베를린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은 나는 바로 전년도인 2016년 베를린에서 일어난 크리스마스 마켓 테러를 상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테러가 일어났던 브라이트샤이트 광장에 마련된 크리스마스 마켓을 찾았을 때, 카이저빌헬름 교회 앞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공간에서 추모한 뒤 마켓을 찾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서 크리스마스 시즌이 갖는 의미가 어느 정도인지 느낄 수 있었다.
독일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연중 최대의 축제이고 이벤트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시작됐다고 알려진 독일은 마켓이 일제히 오픈하는 11월 말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떠들썩하다. 크고 작은 규모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동네 곳곳에서 열리는데 베를린에만 70여 개가 넘는 마켓이 있다고 하니, 도시 전체가 크리스마스 마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
마켓마다 분위기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시즌 내내 크리스마스 마켓 투어를 다니는 이들도 많다. 대부분은 무료지만 일부는 입장료를 받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주말, 올 들어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마켓을 찾았다. 목적지였던 한 박물관 근처 광장에 마련된 마켓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는 날씨에도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과 연인, 친구로 추정되는 수많은 이들이 따뜻한 와인인 글뤼바인을 마시고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즐겼다. 딱히 이색적일 것도 없는데도 모두들 즐거워 보였다. 그게 무엇이든 행복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나 할까.
집집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에 전력을 쏟는 모습을 보면서도 스스로 기쁨을 만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철, 테라스 가드닝 경쟁으로 꽃밭이 됐던 집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트리와 색색의 전등, 다양한 오너먼트 장식이 된 파티장소로 변신한다.
12월 초부터 쿠키를 만들어 주위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고, 지인들을 초대해 파티를 연다. 12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의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에는 떨어져 살던 가족들이 모여 풍성한 선물을 나눈다. 크리스마스의 행복이 정점에 달한다.
아이들이 가장 행복한 시기라는 점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 전교생이 참가하는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열리고, 각 반마다 학부모들이 준비해온 음식으로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리는 등 12월 내내 크리스마스에 맞춘 특별 이벤트들이 즐비하다.
크리스마스 전 2~3주간의 방학은 공식 명칭이 ‘크리스마스 홀리데이’이니, 12월 한 달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크리스마스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설렘과 기쁨을 배가시키는 장치로는 아드반트 캘린더를 빼놓을 수 없다.
재림절 달력으로 불리는 이 캘린더는 12월 1일부터 24일까지 매일 하나씩 해당 날짜에 해당하는 숫자 칸을 열어 그 안에 숨겨진 선물을 받는 달력인데, 보편적인 것은 초콜릿 브랜드에서 만든 캘린더들이다. 매일 다른 모양의 초콜릿을 확인하고 꺼내 먹는 재미가 있는 이 달력은 독일 아이들에겐 필수 아이템이다.
12월 초부터 시작한 크리스마스 일정을 따라가 보니 어느 새 12월 중순. 올해는 꼭 생나무로 트리를 만드는 ‘독일식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보겠노라 다짐했는데 아무 준비도 못한 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다행히 아드반트 캘린더를 3개나 선물 받은 아이는 매일 초콜릿 3개를 먹으며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고대하고 있다. 아, 올해도 반짝반짝 빛나는 남의 집 창문과 테라스를 보는 즐거움으로 만족해야 하려나.
글쓴이 박진영은 방송작가로 사회생활에 입문, 여성지 기자, 경제매거진 기자 등 잡지 기자로만 15년을 일한 뒤 PR회사 콘텐츠디렉터로 영역을 확장, 다양한 콘텐츠 기획과 실험에 재미를 붙였다. 지난해 여름부터 글로벌 힙스터들의 성지라는 독일 베를린에 머물며 또 다른 영역 확장을 고민 중이다.
박진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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