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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KAI 살리기'가 쉽지 않은 까닭

마린온 사고 이후 수출도 무산…스페인과 스왑딜도 '배임 소지' 상당

2018.12.12(Wed) 11:17:44

[비즈한국] “호재다운 호재가 없다.”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분위기를 설명해주는 말이다. 지난 9월 미 공군 고등훈련기(APT) 사업 수주에 실패한 이후 ‘스페인과 절충교역’ 사업 추진에 나섰지만, 방산업계의 시선이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 특히 절충교역은 정부의 도움이 절실한데, 자칫하면 배임 등 범죄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정부 관계자들도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는 후문이다.

 

지난 5일 2018 대한민국 산업기술 R&D 대전에 참가한 한국항공우주산업 부스.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홈페이지

 

# 악재 또 악재…사고에 필리핀 수출도 무산

 

미국 공군의 고등훈련기를 납품하는 17조 원 규모의 APT 사업에서 보잉-사브 컨소시엄에 패한 KAI. 후폭풍으로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기대감에 9월 27일 5만 16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수주 무산 소식에 10월 30일 2만 7950원까지 떨어졌다.

 

악재는 계속됐다. 지난 7월 발생한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추락사고 여파로 헬기 생산이 잠정 중단됐다. 특히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에 참여하는 인도네시아가 비용 분담과 기술이전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시도에 KAI는 곤혹스러운 것으로 알려졌다. 

 

마리온 사고로 인한 악재는 필리핀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군 관계자는 “필리핀 정부 측이 기체 부분에 대한 평가에서 수리온보다는 미국산 UH-60(블랙호크)에 높은 점수를 줬다”며 사실상 수주가 무산됐다고 언급했다.

 

지난 2017년 4월 26일 경기도 포천 육군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2017 통합화력격멸훈련’에서 특공대원들이 수리온 헬기에서 하강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사실 이미 예측된 흐름이었다.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은 최근 “블랙호크를 구매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옵션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며 “자금 부족으로 수리온은 10대밖에 구입할 수 없다. 그런데 블랙호크는 16대를 구입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차원에서 나섰던 수주 사업이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앞서 국방부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 6월 방한했을 때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 연병장에 수리온을 전시하기도 했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수주 실패는 수리온의 친척 격인 해병대 상륙 기동헬기 마린온 추락 사고가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사고 직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나서서 “우리 수리온 헬기의 성능과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명했지만, 필리핀 측은 거듭 ‘마리온 사고 원인과 해결방안’ 등을 KAI와 방사청 등에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KAI가 찾은 돌파구는? 스페인 절충교역

 

KAI(와 정부)는 돌파구 마련에 고심했다. 미국 외에 다른 국가에 수출을 모색했고, 그 선택지로 스페인을 낙점했다. 정부도 적극 지원에 나섰다.

 

KAI가 사업을 수주할 경우 KT-1은 최대 30여 대, TA-50 최대 20여 대를 스페인에 판매하게 된다. 지상장비 등을 합치면 1조 원대 사업이다. 하지만 스페인은 1조 원가량의 금액을 감안, 힌국 정부에 스왑딜(Swap deal, 맞교환)을 제안했다. 에어버스 A400M 수송기 4~6대를 한국이 절충교역 형식으로 도입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 까다로운 구매 과정 통과할 수 있을까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KAI를 살리기 위해 정부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방산업계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우선 스페인이 처분하려는 A400M 수송기의 성격도 문제다. 2009년 12월 첫 비행한 A400M은 116명 또는 30톤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데, 에어버스 지분 19%를 지닌 스페인은 A400M 27대를 에어버스에 주문했다가 경제 사정이 악화되면서 13대를 운용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 측에 처분하려는 것도 이 중 일부다. 

 

2018 FIDAE 에어쇼에 나온 스페인 공군이 운용하는 A400M. 사진=에어버스 홈페이지

 

통상 소요 제기부터 생산, 배치까지 이뤄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 측 사정에 맞는 요구들이 반영되기 어려울 여지가 다분하다는 얘기다. 특히 우리 공군이 A400M 수송기 4대를 구매하려면 다른 수송기들과 비교 우위에 올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결과가 나올 경우 향후 법적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보통 전투기, 수송기 등 군 핵심 기기의 구입은 육·해·공군 등 각 군의 소요제기→합동참모본부의 소요확정→국방과학연구소(ADD)의 선행연구→방위사업추진위원회 의결→국방연구원(KIDA)의 사업타당성 검토→예산 반영을 거쳐야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다른 경쟁 모델과의 비교와 입찰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은 물론, 우리 군이 원하는 기술 이전 등에 대한 부수적인 요구 사항도 반영돼야 한다. 

 

A400M으로 낙점하고 시작할 경우 배임의 소지가 상당하다는 얘기다. 군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적폐로 몰아가는 수사가 트렌드가 되면서 공무원들이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상당하다”며 “해군에 대한 대대적인 검찰 수사에도 결국 무죄가 나왔지만, 잘못하면 특정 업체(KAI)를 위해서 정부가 배임을 한 게 될 수 있어 담당자들이 더 신중해졌다, 절충교역이라고 하더라도 경쟁력 검증 과정에서 정부의 생각과 다른 입장들이 많이 개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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