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12월 8일 새벽 4시, 국회에서는 2019년 정부 예산안이 통과됐다. 여러 가지 정치적 논쟁은 남아 있지만, 여느 해보다 빠르고 신속하게 예산안이 처리된 것은 국민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특히 이번 예산은 469조 원 규모로 평년보다 상당한 재정 지출이 예정된 만큼, 국방예산 역시 그 규모와 내용이 매우 주목할 만하다. ‘2019년 국방예산’ 7가지 관점에서 뜯어본다.
1. 역대 최대 방위력 개선비 인상 13.7%
원래 정부 예산은 큰 경제위기가 오지 않는 이상, 새해 예산이 전년 예산보다 늘어나는 법이다. 따라서 특정 분야에 예산 투입을 판단하는 척도는 절대액보다는 전년 예산과의 증감액 차이다.
2019년 새해 국방예산은 총 46조 6971억 원으로 전년 대비 8.2%가 증가했는데, 이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이후 최대 폭의 예산 증가율이다. 특히 증가된 예산의 대부분이 ‘방위력 개선비’라는 점이 중요하다.
방위력 개선비는 간단히 말해 유지비의 반대 개념으로, 기존에 있던 무기와 능력을 대신하거나 유지하는 게 아니라, 한국군이 기존에 갖지 못한 새로운 능력을 갖추거나 신무기를 도입하고 개발하는 비용이다.
새해 국방예산에서 방위력 개선비는 모두 15조 3733억 원으로, 총 예산 중 32.9%를 차지한다. 방위력 개선비 역시 증가폭과 비중이 10년 만에 최대 규모로, ‘국방개혁 2.0’을 실행하기 위한 본격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 4차산업혁명을 반영한 국방력 강화 계획
국방예산은 그 목적인 국방력 강화 이외에도 정부의 과학기술과 산업 정책에 큰 영향을 받는다. 국방기술과 제품은 일종의 관급품으로, 국가의 산업정책과 과학기술 정책에 발을 맞추는 경우가 많은 까닭에서다.
새해 국방예산 중 상당 부분은 바로 ‘4차산업’과 연관된 것이다. ICT 기술을 활용한 제조업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둔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국방기술로 국방부는 드론 기술의 군사적 활용, VR(가상현실)을 활용한 훈련체계,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선박 추적, 사이버전 등이 그것이다.
다만 이런 신개념, 신기술 관련 국방예산은 그 효용성을 두고 논쟁이 많았는데, 이명박 정부 때에는 녹색성장에 맞춘 ‘녹색국방’, 박근혜 정부 때에는 창조경제에 맞춘 ‘창조국방’이라는 슬로건 아래, 여러 신개념 무기체계와 기술이 연구되었으나 정권이 바뀌자 사장된 것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번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국방 신기술은 그 방향성 자체에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으나, 과거 정부의 국방정책처럼 정권 교체 후 사장되는 일이 없도록 후속조치를 잘 연구해야 할 것이다.
3. 예산 삭감의 바람을 맞은 16개 사업
이런 확장 일변도의 국방예산 중에서도 삭감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한 것들이 있다. 총 16개 사업의 예산이 여러 가지 이유로 줄어들었다. 대부분 여건과 상황상 문제로 삭감의 칼날을 맞았지만, 문책성도 만만찮았다.
가장 큰 삭감을 당한 사업은 K-11 복합소총이다. 지난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K-11 복합소총의 결함과 문제를 강하게 질책했다. K-11 문제는 올해까지 계속해서 결함 수정과 개선작업이 계속됐고, K-11에 더욱 더 발전된 사격통제 장비를 달고 무게를 줄인 K-11 블록2도 개발 중이었지만 더 이상 국방비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게 국회의 판단인 것 같다.
기초 비행훈련용 헬기의 경우 참여 기업들이 가격조건을 맞추지 못하는 관계로 사업추진전략을 수정한 뒤에 다시 예산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 주된 증액 예산은 R&D와 성능 개량
반대로 국방부 제출안보다 더 큰 예산으로 증액된 사업들도 상당하다.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것은 KF-X 보라매 차세대 전투기 사업이다. 기존 예산 5800억 원에서 800억 원이 증가, 6600억 원의 예산을 받았다.
최근 몇 년간 공동개발 파트너인 인도네시아가 수천억 원의 개발비를 미납했지만, 지난 9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KF-X 사업을 중단 없이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재협상 후 인도네시아가 분담금을 내기 전까지, 자금 부담을 겪고 있는 KAI(한국항공우주산업)에 개발비를 조기 집행해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른 공군 사업인 KF-16 성능개량 사업도 7600억 원에서 8300억 원으로 증액됐다. KF-16 성능개량 사업은 사업 추진 도중 주 계약자가 교체되고 사업 예산이 재산정 되는 진통을 겪었는데, 예산 조기 투입으로 적기 전력화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공군의 큰 걱정거리 두 개가 일단 숨을 돌린 셈이다.
5. 남북관계와 상관없이 추진되는 북핵 대비 전력 증강
11일 현재까지 남북한 정상은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가졌고, 세 번째 정상회담의 개최를 놓고 협의가 진행 중이다. 특히 정상회담의 결과로 이루어진 남북군사합의는 남북한 상호간에 일어날 수 있는 우발적 교전상황을 줄일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와 무관하게 북핵 및 대량살상무기에 대비하는 예산이 5조 691억 원 편성됐다. 북핵 위기가 최고조로 치달았던 올해 예산안보다 16.2%가 증가된 수치다. 이 예산에는 정찰위성, F-35 스텔스기, 고고도 무인기, 전자정보 수집기, KTSSM(한국형 전술탄도탄) 및 현무2, 3 지대지 미사일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데, 하나는 북한의 비핵화 노력이 아직 미진한 점에 대한 압박 카드로서 일명 ‘3축 체계’라 불리는 북핵 대비 군사력을 완성하겠다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3축 체계가 북한 외의 주변국 분쟁에서도 충분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6.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한국군 홀로서기 강조
북핵 위협 대응 예산만큼이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 예산이 바로 전시작전권 전환 예산이다. 5조 2978억 원이 투입되는 전작권 전환 및 군 구조 개편예산은 작년에 비해 2200억 원이 증액됐다.
전시작전권 전환을 위한 예산이 군사적으로 그렇게 유별난 내용은 아니다. 위성통신체계, 차세대 군 통신망, 피아식별장비, 전투 예비탄약 확보, 차륜형 장갑차, 무장 헬기, 전투 수리부속 확보 등 보급, 통신, 화력이라는 군대의 필수 3요소를 확충하는 데 가깝다. 미군의 지원을 전제로 특정 분야에만 전력을 집중한 ‘절름발이 군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7. 공격과 방어, 훈련이 균형 잡히게 편성된 18개 신규사업
새해 처음 예산을 받는 신규 무기체계 획득 및 개발사업은 모두 18개인데, 이 사업들의 예산은 모두 993억 원으로 국방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지만, 앞으로 국방부가 어떤 전력을 건설할 것인지를 알 수 있는 힌트가 담겨 있다.
지상장비의 경우 화력장비보다는 기동과 방어전력에 집중되어 있는데, 특히 장애물개척전차와 자주도하장비는 한국군의 부족한 공병역량을 크게 향상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방어 쪽으로는 방사능 및 화학, 생물무기를 탐지하고 경보를 내리는 화생방정찰차-II, 드론과 소형 포탄을 격추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레이저 대공무기 Block-1 등이 주목할 만하다.
그 밖에도 날로 증가하는 대함미사일 위협에서 우리 전투함을 보호할 수 있는 대함유도탄방어유도탄(SAAM) 2차 사업, 우리 해군의 차세대 잠수함인 장보고-3에 탑재될 중어뢰-II 등 해군 전력에도 공세적 전력과 방어전력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려는 의도가 보인다.
2019년 국방예산안은 역대 최대 규모이자, 한국군이 그동안 갖추지 못했던 능력을 보완하는 데 그 초점이 맞춰 있다. 화력과 병력은 우수하지만, 지원과 기동, 보급, 생존성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은 우리 군이 균형 잡힌 전력증강으로 국방개혁 2.0을 완수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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