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KB국민카드가 스타트업 여행예약플랫폼 트립비토즈와 공동사업을 추진한다. 트립비토즈는 ‘퓨처나인(Future 9)’이라는 KB국민카드의 자체 스타트업 지원사업을 통해 발굴한 기업이다. 온라인 호텔예약 서비스를 진행 중인 트립비토즈는 최저가 차액 보상 시스템이라는 핵심전략으로 다른 OTA(Online Travel Agency)와 차별을 시도하고 나섰다. KB국민카드는 1800만 명에 달하는 자사의 고객DB를 활용한 타깃 마케팅을 통해 트립비토즈와 공동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트립비토즈는 2017년 7월 서비스를 론칭해 이제 막 1년 6개월 정도 된 스타트업이다. 익스피디아, 씨트립 등과 API를 연동해 전 세계 80만 개 호텔을 예약할 수 있는 온라인 숙박 예약 플랫폼이다. 2019년에는 액티비티 예약 시스템과 항공예약 서비스도 오픈하겠다고 밝혔다. 최종 목표는 자유여행객에 최적화된 여행 예약 플랫폼을 만드는 것.
트립비토즈의 핵심 경쟁력은 최저가 차액 보상 시스템이다. 최저가 차액 보상 시스템이란 일단 트립비토즈에서 호텔을 예약한 경우 향후 호텔 가격이 내려가도 최저가 구매를 보장하겠다는 것. 다른 OTA와 비교해 최저가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트립비토즈 예약시스템 내에서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이를테면 어제 10만 원에 예약한 호텔이 내일 9만 원으로 가격이 떨어지면 차액 1만 원을 포인트로 전환해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국내에선 유일하다. 2017년 9월 말부터 현재까지 트립비토즈가 고객에게 지급한 차액 보상 누적액은 약 1830만 원이다.
트립비토즈는 이러한 장점 등으로 올해 7월 KB국민카드의 스타트업 지원프로그램인 ‘퓨처나인(Future 9)’의 10개 스타트업 중 한 곳으로 선정되어 지원을 받고 있다. 일반적인 창업자금 지원은 아니다. 현재까지 자금 지원은 없었고 KB국민카드의 고객DB를 기반으로 한 타깃 마케팅을 테스트하고 있다.
황복연 트립비토즈 이사는 “지난 5월경 SJ투자파트너스로부터 5억여 원의 자금을 투자받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금보다는 플랫폼을 더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방안과 마케팅 지원”이라고 말했다. KB국민카드가 보유한 1800만여 고객 유형을 분석한 타깃 마케팅으로 안정적인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KB국민카드와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핵심 배경이다.
KB국민카드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공동 마케팅을 하겠다는 것인데, 유효고객 모객은 KB국민카드가 하고 플랫폼 개발과 운영은 트립비토즈가 한다는 것. 그래서 일방적인 지원이 아닌 공동사업화를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카드는 라이프커머스부와 미래사업부 실무진을 트립비토즈에 파견해 밀착 협업을 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다. 일반적으로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협업할 경우 자금 지원이나 신생 기술 일부를 테스트하는 방식과는 다른 이례적인 모양새다.
트립비토즈는 지난 8월부터 10월에 KB국민카드 고객에게 타깃 메시지를 보내 15%의 예약전환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익스피디아 같은 글로벌 OTA의 평균 예약전환률이 3.8%인 것과 비교하면 대단히 성공적인 수치다. 트립비토즈 측은 “타깃이 불분명한 마케팅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 것에 비해 KB국민카드의 빅데이터 활용은 직접적 자금 지원보다 더 큰 확실한 지원”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NHN엔터테인먼트는 결제 시스템 페이코의 전략적 수익 증대를 위해 여행박사를 인수했다. 여행 플랫폼과 결제 시스템의 전략적 제휴인 셈이다. KB국민카드 역시 향후 트립비토즈를 인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 KB국민카드 관계자는 “KB국민카드가 트립비토즈를 흡수하거나 자회사로 연결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KB국민카드가 창업을 지원하는 퓨처나인은 그 사업 분야가 속한 생태계 자체에 도움을 주려는 목적이 강하다. 트립비토즈와 공동사업화 하는 것도 스타트업이 사업적 토양을 가꾸도록 지원한다는 장기적 차원이다. KB국민카드의 빅데이터 활용 역시 실험적 테스트이며 개발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향후 지불 결제 솔루션을 공유할 수는 있다”면서 “수익 배분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이자 퓨처나인의 운영사인 로아인벤션랩 관계자는 “각종 간편결제 시스템이 나오면서 카드사도 이제 카드 수수료만으로 살아남기 어려워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 KB국민카드도 단순 카드사를 넘어 데이터 기업으로의 전환을 염두에 두는 것 같다. 퓨처나인에 전문 DB 사업 관련 스타트업도 있어 향후 다양한 업체가 협업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하 트립비토즈 대표는 “온라인 예약 플랫폼은 보통 검색 후 리스트를 검토하고, 각각 해당 창을 열어 정보를 확인한 후 결제하는 4단계로 나뉘는데 우리는 이 4단계 중 어느 단계에서 고객이 이탈하는지를 분석한다. 이를 분석하는 것은 서비스 만족도를 높여 예약전환률을 높이는 방안이기도 하다. OTA의 데이터 분석능력은 생각보다 중요하다”며 “분석된 자료로 개인에 맞는 최적화된 여행을 추천할 수 있어 여행 예약의 스트레스까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창업 바로 전까지 3년간 익스피디아 한국 지사에서 근무한 바 있다.
현직 OTA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OTA들은 데이터 분석에 기반을 둔 IT 기업이고, 국내 OTA는 IT보다는 여행업이나 서비스업에 강점을 둔 기업들이라 데이터 활용에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향후 OTA의 빅데이터 활용과 정보처리능력이 성공 여부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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