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990년대 프랜차이즈 전성시대에 프랜차이즈가 동네 상권을 접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단지 프랜차이즈가 자본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프랜차이즈는 균일한 품질로 소비자들에게 어디를 가건 믿을 수 있는 상품을 세련된 공간과 방식을 통해 제공했다. 더불어 프랜차이즈가 제공하던 그 균일한 품질이 동네 상권의 평균적인 품질보다 좀 더 나았던 부분도 컸다.
이 덕분에 프랜차이즈는 소비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곳으로 여겨졌다. 지금도 이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이 굳이 프랜차이즈에서 무언가를 소비하는 이유는 복잡한 탐색을 하기가 귀찮아서다.
프랜차이즈의 생명이 균질성에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바로 그러한 맥락에서다.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커피가 점포마다 매우 들쭉날쭉하고 미국 스타벅스에 비해 현격한 질적 차이를 보인다면 사람들은 절대 국내에서 스타벅스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브랜드를 보고 그 브랜드가 제공할 것이라 기대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수준을 믿고 가는 것이 프랜차이즈의 본질인데, 품질이 안정화되지 못하여 균질성이 떨어진다면 이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 자체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아쉽게도 국내 프랜차이즈에서는 생각만큼 이 부분을 신경 쓰는 곳들이 많지 않다. 대부분 단기간의 폭발적인 성장에 집중하며, 언론 역시 단기간의 빠른 외형적 성장에만 주목했다. 어느 브랜드가 단기간에 큰 성장을 이루면 그것을 성공으로 묘사하고 그 성공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장 생산이 아닌 인간의 손을 거친 대량생산을 추구하는 프랜차이즈는 그 특성상 확장을 위해서는 잘 갖춰진 생산 프로세스 구축만큼이나 인적자원에 대한 교육과 통제가 중요하다. 단기간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필연적으로 이 부분을 놓칠 수밖에 없다. 즉, 프랜차이즈로서 빠른 성장을 추구하는 업체들은 하나같이 프랜차이즈의 본질을 버렸던 것이다.
이러한 업체들이 빠른 성장을 추구한 것은 맥락상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어떤 곳은 시장 장악을 위해서 빠른 성장을 추구했고, 어떤 곳은 대표의 경영 전략과 관리 능력 부재로 통제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는 가맹을 허가한 탓에 빠른 성장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곳은 비즈니스의 몸집을 크게 부풀려야 인수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그렇게 포지셔닝한 경우도 존재한다.
이 부분이 현재 다수의 프랜차이즈가 곤욕을 겪는 주된 이유 중 하나이다. 빠른 성장과 확장으로 시장에서 규모를 이루었지만 그 과정에서 균질성을 희생했기에, 소비자들의 혹평을 받고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거나 본사에서 열심히 해도 가맹점들을 통제하지 못하고 통제할 수단도 부족하여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는 일을 겪었다.
빠른 확장을 통해 크고 아름다운 가맹점 수를 자랑했던 프랜차이즈들은 대부분 정점에서 하락한 모습을 보여줬다. 과거 고속 성장기에는 엄청난 성장세를 계속 이어나가 글로벌 브랜드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를 보였던 곳들임을 생각하면 참으로 대비되는 결과다. 사람은 미래를 전망할 때 과거의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선형적인 사고를 한다. 바로 그러한 선형적 전망과 전략이 각 브랜드를 내부에서부터 흔들리게 만든 요인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맹을 알아보는 입장에서, 혹은 프랜차이즈에 투자하려고 알아보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이런 폭발적인 성장세를 어떻게 바라보고 평가해야 할까? 적어도 성장을 목표로 균질성이라는 가치를 무너뜨리는 프랜차이즈는 아무리 뛰어난 제품을 가지고 있어도 좋은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균질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대형 프랜차이즈는, 생산능력은 우수하지만 불량률이 어마어마하게 높고 그 어마어마한 불량품을 그대로 시장에 출하하는 제조사와 다름없다. 당신이라면 이 제조사의 상품을 구매하겠는가.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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