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또 다시 야권이 연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전에는 주로 고위공직자 후보자 인사검증 실패에 책임을 묻는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내부의 일탈을 문제 삼는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의 특별감찰반 전원이 교체됐다. 검찰에서 파견된 특별감찰반 소속 행정관이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방문해 지인인 건설업자의 뇌물 사건의 진행상황을 청와대 감찰 사안인 듯 속여 알아보는 부적절한 처신이 드러난 탓이다. 정부 기관 산하 기관장들을 직접 만나 청와대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민원을 청탁하거나 일부 특감반원들은 외부인사로부터 골프를 비롯한 향응을 받은 의혹도 제기됐다.
특감반원 전원 교체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해 조국 민정수석은 “일부가 비위 혐의를 받는다는 것 자체만으로 특별감찰반이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면서 검찰과 경찰에서 신속하게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우리에게 민정수석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뇌리에 남아 있다. 이전 정권 후반기에 권력을 전횡한 것으로 알려진 우병우 전 민정수석 탓이 크다.
대체 민정수석에게 어떤 권한과 책임이 있기에 매번 정쟁의 핵심으로 등장하는 걸까. 일단 법적 근거를 찾아보자. 대통령령인 청와대비서실 직제에는 대통령비서실에 보좌관 및 수석비서관을 둔다고 규정되어 있다. 비서실장을 정점으로 총 5명의 수석비서관이 있으며, 정무수석, 국민소통수석,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인사수석이다.
민정수석은 검찰과 경찰·국정원·국세청·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할하면서 대통령 친인척 관리,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업무 등을 다루고 그 산하에 민정·반부패·공직기강·법무비서관이 있기에 외견상 청와대 비서실에서 가장 힘이 세 보인다. 때문에 야권에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때는 전략적으로 헌법상 기관인 국무총리나 각 부처 장관보다 민정수석을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
민정수석은 정권의 부침에 따라 교체가 빈번한 정무직이다. 정권 차원에서 인적 쇄신이 필요할 때면 교체 영순위로 거론됐고, 인사검증 실패·청와대 내부 비위 등 정치적 사건에서 대통령이 질 책임을 대신 지는 방패막이 역할도 해온 것도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의 이종찬 전 민정수석은 임기 초인 2008년 2월에 내정됐지만 불과 4개월 만에 교체됐고, 박근혜 정부 첫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의원도 5개월 남짓 수행하다 낙마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은 7명이다. 헌법재판관 2명에 KBS 사장까지 합치면 10명에 달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한 공직자가 모두 9명인 점을 고려하면 아직 임기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상당한 숫자다. 일부는 야당의 과잉대응도 있었지만 대개 음주운전, 위장전입, 세금탈루 등 충분히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이었다. 여기에 낙마한 장관 후보자들까지 더하면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이라는 측면에서 조 수석에게 도저히 합격점을 줄 수 없다.
올 11월에만 청와대 내부에서 무려 3건의 사건이 터졌다. 경호처 직원이 음주폭행을 저질렀고, 김종천 의전비서관은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여기에 부패를 감시해야 하는 특별감찰반원의 일탈이 더해졌다. 이쯤 되면 청와대 내부에서 누군가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 야권의 조 수석 사퇴요구가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것도 이런 연유다.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인 조국 수석의 거취는 어떻게 정해져야 할까. 반복된 인사검증 실패와 민정 내부 감찰반원들의 일탈에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정부의 지지율이 다소 하강하는 국면도 조 수석에게는 불리한 정황이다.
오죽하면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 여당이 먼저 나서서 연이어 터져 나오는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비위 의혹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를 했을까. 평소 페이스북 등을 통해 국민과 소통을 즐기던 조 수석은 며칠째 침묵 중이다. 그러나 더 이상의 침묵은 현 정권에 큰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반발을 살 것임이 자명하다.
조 수석은 교수 시절 정권의 비위에 대해 냉엄하게 꾸짖었다. 이번 사태를 접했다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아마도 민정수석의 사퇴를 촉구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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