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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잇단 소송에 패소…흔들리는 박원순표 뉴타운 출구 전략

사직2구역 서울시 상대 항소심 승소, 성북3구역도 '기대감'…서울시는 도시재생 '대안'

2018.11.30(Fri) 17:44:33

[비즈한국] 서울시의 정비구역 직권해제 지역에서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재개발을, 서울시는 문화재 보존과 도시재생사업을 외치며 평행선을 달리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곳이 종로구에 위치한 ‘사직2구역’이다. 

 

사건의 발단은 서울시가 한양도성을 유네스코에 등재하기 위해 지난해 3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를 개정한 데서 시작했다. 개정된 조례에 따르면 역사문화유산 보존이 필요한 경우 서울시장 직권으로 재개발 사업을 중단할 수 있다.

 

이 조례로 경희궁 근처에 위치한 사직2구역은 재개발 구역에서 직권해제됐다. 여기에 반발한 사직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은 지난해 5월 서울시와 종로구를 상대로 정비사업 직권해제 및 조합설립인가 취소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1심에서 패소한 서울시는 이내 항소했지만, 11월 28일 나온 2심에서도 패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역사·문화적 가치 보존이라는 사유는 정비사업 추진과 직접적인 법률상 관계가 없다”는 1심 재판부의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 시청에서 5분 거리 사직2구역, “​올 겨울 눈 무게도 못 버틸 것”​

 

마을 주민을 비롯한 조합 입장에선 이번 판결은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그간 서울시와의 갈등은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재개발 사업 설립 인가를 받은 2012년 이후 재개발이 차일피일 미뤄진 탓이다. 낙후된 지역에서 아등바등 살거나 못 견디고 동네를 떠난 주민도 많다고 한다. 조합원 A 씨는 “주민들은 그동안 (좁은 도로와 낡은 시설로 가득한 동네에서) 살았고 여전히 살고 있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재개발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사직2구역 주민의 생활 여건은 악화됐다. 사진=김명선 기자

 

시청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있는 사직2구역 주택들은 ‘폐가’에 가까웠다. 사진=김명선 기자

 

소송전이 진행되는 동안 주민들의 생활여건은 악화했다. 시청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있는 사직2구역은 한마디로 ‘폐가’​였다. 마을 곳곳의 집 대문마다 빈집임을 가리키는 ‘관리번호’가 붙고, 담벼락에는 금이 가 있었다. 기자와 함께 마을을 돌아다닌 장진철 사직2지구 조합장대행은 “올 겨울에 눈이 많이 온다고 하더라. 집들이 다 낡아서 눈 무게를 못 견디고 쓸려 내려갈 것”이라고 걱정했다.

 

일각에서는 머지않아 사직2구역의 재개발 사업이 추진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이는 먼 미래의 일이다. 서울시가 대법원에 항고할 가능성이 남아 있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항소심 판결 내용을 검토해봐야 한다. 아직 정해진 게 없다. 진행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의 A 씨​는 “(서울시가) 항고할 것이라고 본다면 내년 상반기에나 결과가 나올 것 같다. 법리에 어긋나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재개발 대신 지역 여건에 따라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사직2구역을 탈바꿈하려는 서울시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A 씨​는 “도시재생사업을 최초로 한 데가 창신동이지 않나. 벽화 그린다고 재생이 되나. 콘크리트 깨고 화강암을 깐다고 재생이냐”​며 “​답이 없다. 여기는 골목 폭이 1m도 안 된다”​​고 했다.

 

조합은 이런 환경에 주민이 몇 년간 살고 있는데도 서울시의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장진철 조합장대행은 “​​지난 8월 3일에 박원순 시장이 새로 인사 이동한 도시활성화과 직원들과 수행원을 데리고 찾아왔다. 그때도 주민들 삶에 대한 질문은 없었다. 환경과 안전이 열악하고 낙후된 마을을 보고도 외면했다”​​며 “​당장 안 되더라도 시행책을 세워야 하는데 시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것 같다”​고 소리 높였다. 조합은 소송이 끝나면 재개발이 미뤄진 5년 동안의 보상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유일한 직권해제 성북3구역, “​도심에 집 지을 곳은 여기뿐”​


성북3구역도 사직2구역과 비슷한 상황이다. 좁은 골목 곳곳마다 물이 샐까 봐 천막으로 덮어놓은 집들이 꽤 보였다. 골목은 오르막이 심했고 두 사람이 드나들기도 힘들어 보였다. 이곳에서 25년을 살았다는 주민 B 씨는 “사람이 살 수가 없다. 집집마다 물이 다 새서 위에 가 보면 빈집이 대부분”이라며 “주민들 사이에서는 사직2구역이 2심에서 승소하면서 성북3구역도 재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북3구역도 사직2구역과 비슷한 상황이다. 사진=김명선 기자


이곳 역시 성북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서울시와 성북구청을 상대로 정비구역해제 고시 무효 확인 소송 중이다. 이 소송에서 ‘집행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오는 12월 31일까지 조합설립인가 취소 효력이 중지된 상태다. 재판부는 직권해제 조치에 대해 양측이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렸다. 앞서 작년 7월 성북3구역은 재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사람이 늘어 재개발구역 해제 대상 고시를 통해 재개발 사업이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는 “우리 지역은 관리처분 단계에서 유일하게 직권해제됐다. 관리처분은 집을 계산해서 나가라 하면 바로 이주할 수 있는 것”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철수 전 성북3구역조합장도 “박원순 시장이 성북3구역과 사직2구역, 그리고 옥인1구역을 타깃(표적)으로 해서 재개발을 해산하기 위해 조례를 만들었다”며 “도시재생사업 시행하는 데 가봤나. 제대로 된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주민들의 재개발 요구를 마냥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서울 유입 인구는 늘어나는데 주거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성북3구역에서 만난 주민 C 씨는 “이번에는 박원순 시장도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외곽에는 집이 많아도 서울 도심에는 집 지을 데가 여기밖에 없다. 집이 부족한데 재개발 해제를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반면 옥인1구역은 무효 소송을 벌였지만 최근 역사문화형 도시재생사업을 하는 것으로 서울시와 합의했다. 옥인1구역도 사직2구역과 함께 서울시가 역사적 보존이 필요하다며 직권해제한 지역이다. 서울시는 ‘옥인1구역 갈등치유 및 상생협력 선언’을 통해 낙후된 생활 시설을 확충하고 주택 개량 등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도시재생사업으로도 노후한 지역을 살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잇달아 패소를 하면서도 재개발 대신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사직2구역의 경우 옛터에 포함돼 있고 사직단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역사적인 장소”라며 “지역 여건을 고려해서 주거환경이 개선될 수 있는, 가치 있는 마을로 만드는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들도 있지만 최근 건물 소유주들도 많이 바뀌었고 신축해서 리모델링해서 살겠다고 하는 분들도 많이 생겼다. 재개발은 옳지 않고 직접 꾸며서 살고 싶다는 분들도 꽤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2023년까지 도시재생사업에 60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재개발 소문이 나면서 집값이 오르는 것도 서울시도시재생사업에 힘을 실어준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시와 조합의 갈등이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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