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사건 자체로만 보면 AWS(아마존웹서비스) 클라우드 서비스 ‘먹통’ 사건은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니다. 서버 장애는 흔한 일이고, 해결 속도도 빠른 편이었다. 다만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라는 말 앞엔 ‘현재로선’ 이라는 수식어가 꼭 붙어야 한다. 당장 내년부터 이번 중단 사건과 똑같은 일이 발생하면 생각보다 많은 걸 잃을 수 있다.”
한 외국계 클라우드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이번 AWS 서비스 중단은 최근 발생한 KT 화재와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사건’이지만, 그 사건에 담긴 의미는 훨씬 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의 ‘새로운 표준’
클라우드란 쉽게 말해 가상 저장 공간이다. 디지털 데이터를 자신의 컴퓨터나 디바이스가 아닌 인터넷에 연결된 중앙 컴퓨터에 저장하고, 이를 통해 어디서든 저장하거나 가져올 수 있다. 최근엔 데이터뿐만 아니라 IT 플랫폼, 각종 웹 서비스 등 광범위한 영역에 클라우드 방식이 적용되면서 IT업계 핵심 서비스로 떠오르고 있다.
클라우드는 기업들에게 IT 서비스의 ‘새로운 표준’으로 통한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도입되기 전까지 기업들은 자체 데이터센터와 서버를 구축하고 유지, 업그레이드하는 등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했지만, 클라우드를 활용하면 이러한 비용 투자 없이도 기업 활동에 필요한 IT 기능과 서비스를 쓸 수 있다. 현재 기업들이 이용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제공업체에 이용료를 내고 쓰는 방식이 보편적이다.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내는 종량제로, 필요에 따라 즉시 규모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유연성도 갖췄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AWS가 이끌어 가고 있다. 점유율은 약 50%로 추정된다. 삼성과 LG가 인공지능 서비스 ‘빅스비’와 ‘씽큐’의 주요 데이터를 AWS에 보관 중이고, 지난 11월 초 대한항공은 회사 IT 시스템을 통째로 옮기기로 했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IT시스템의 클라우드 100% 전환은 대한항공이 최초다.
국내 IT업계에선 AWS가 세계 1위 업체인 데다, 경쟁 업체들보다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비스 이용 기업들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속도는 가장 민감한 요소 가운데 하나”라며 “AWS가 2016년 서울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서 12개월 무료이용 등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한 것도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 사고 방지 대안도 완벽하지 않아
기업들의 IT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찬물을 끼얹은 게 이번 AWS ‘먹통’ 사태다. AWS를 이용하는 국내 업체들은 지난 22일 오전 8시 19분부터 84분간 접속 장애를 겪었다. 홈페이지로 연결해주는 서비스에 오류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쿠팡과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나이키 등 유통업체와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서비스가 완전히 멈췄다. AWS에 따르면, 이날 서울 지역 ‘아마존 엘리스틱 컴퓨트 클라우드’ 서버에서 도메인네임시스템(DNS) 오류가 발생했고 오전 11시가 넘어 완전히 복구됐다.
일시적인 서비스 장애에 불과한 듯 보이지만, 클라우드 서비스 자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최근까지도 이어진다.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 의존도가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클라우드 만능론’에 재해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IT업계 전반에선 “완벽한 기술, 보안, 운영은 없다”는 말이 통용되고 있는 만큼, AWS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 서비스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도 완벽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먹통 사태를 겪은 대부분의 기업이 AWS 클라우드 하나만 사용하는 바람에 피해가 생겼으니, AWS가 아닌 다른 회사의 클라우드를 활용해 대안을 마련하는 방법(멀티 클라우드), 도쿄·싱가포르 등 AWS가 운영하는 다른 지역에 대안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멀티 리전)이다. 모두 한쪽에 장애가 발생했을 때 다른 쪽에서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AWS 측은 인프라를 이중으로 운영하는 방식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업 용도로 다른 업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쓰는 건 비용 문제는 물론 효율적이지도 않다.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확실한 해법이 아니다. 한 곳에서 장애가 발생했을 때, 다른 업체 서비스에서 백업한 데이터를 불러오거나 재가동을 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오히려 장애가 생긴 업체가 복구하는 시간이 더 빠르거나 비슷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밖에 클라우드와 기업의 자체 데이터센터를 병행해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도 주목받고 있지만, 데이터센터 운영 부담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 내년부터 공공·금융 부문 도입 본격화
더 큰 문제는 당장 내년부터 국내 공공·금융 부문에 클라우드가 도입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9월 ‘공공 클라우드’ 컴퓨팅 가이드라인을 폐지하고 내년부터 공공기관도 별도 정부 인증이 없는 민간 클라우드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동안 금융권 클라우드 개방에 소극적이었던 금융위원회 역시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올해 말까지 퍼블릭 클라우드와 관련한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금융업계에선 중요하지 않은 정보들만 클라우드에 보관할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개인신용정보 및 고유식별정보와 같은 민감한 정보들도 보관할 수 있게 된다.
클라우드 도입을 검토 중인 한 금융사 관계자는 “공공·금융 부문은 잠깐의 서비스 장애도 치명적이다. 클라우드 업체들의 사후 대처 방식도 엄격하게 따져야 봐야 한다”며 “최근 수년 사이 금융권 디지털 전환 작업이 진행되면서 클라우드는 필수 서비스로 고려해왔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면밀히 검토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 공공·금융 부문 수요는 클라우드 업계에선 큰손으로 통한다. 최근 AWS는 물론 퍼블릭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를 앞세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을 비롯한 후발주자들이 경쟁적으로 한국 시장 진입을 추진 중인 이유다. 하지만 이번 먹통 사태로 새 전략을 짜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을 비치기도 했다.
다른 외국계 클라우드 업체 관계자는 “이번 AWS 사태는 서비스 안정성이나 보안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 그런 일이 생길 가능성도 상당히 낮다”면서도 “클라우드 서비스에 우려가 높고 이해가 더 필요한 상황인 만큼 신뢰도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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