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6개월이 넘어가고 있지만 제대로 된 경제 성적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40%대까지 떨어졌다. 최근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된 배경에는 ‘이영자(20대·영남·자영업자)’로 대표되는 계층의 이반이 작용했다.
문재인 정부는 떨어져 나가는 ‘이영자’를 붙잡기 위해 사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올해 19조 2000억 원이었던 일자리 예산을 내년에 23조 5000억 원으로 22.0% 늘리는 등 20대를 달래기 위한 안을 마련해둔 상태다. 영남의 경우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남북 관계 개선과 비핵화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이탈을 늦추거나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경우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에서 이중 삼중의 타격을 받고 있어 이들을 다시 붙잡긴 힘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3분기에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가계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5.7%를 증가했다. 그러나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가계 소득은 20.6% 감소하면서 빈부 격차가 확대됐다. 그런데 이 수치를 더 깊이 들여다보면 문재인 정부에서 집중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이들은 소득 하위 계층 중에서도 영세 자영업자들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소득 하위 20%에서 근로자 가구의 경우 3분기 가계 소득이 1년 전에 비해 6.4% 증가했다. 저소득 근로자의 경우 소득 증가율이 전체 가구 가계 소득 증가율보다도 더 높았던 것이다. 이에 반해 소득 하위 20%에서 근로자 외 가구(자영업자)의 경우 3분기 가계 소득은 1년 전과 비교해 26.6%나 급감했다. 영세 자영업자 소득이 급감한 것이 전체 저소득층 가계의 소득 하락을 불러온 셈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을 옥죄는 것은 소득 하락만이 아니다. 최근 경기 악화로 빚이 늘어나면서 갚아야 할 이자 부담이 늘어났다. 저소득 근로자 가구의 경우 올 3분기 이자지출액이 1년 전에 비해 25.8% 줄어든 데 비해 영세 자영업자 가구는 이자지출액이 같은 기간 60.5%나 급증했다. 소득은 크게 줄어들었는데 이자 부담은 급증하면서 생사의 기로에 선 것이다.
이처럼 저소득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들의 소득 흐름이 정반대로 흐른 것은 최저임금 인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강조하며 올해 최저임금을 16.4% 인상했는데 이것이 저소득 근로자에게는 약이 됐지만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는 독이 된 것이다.
실제 올해 들어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층이 이용하는 제2금융권의 기타대출 비중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3분기 말 현재 제2금융권의 전체 가계대출은 317조 2065억 원인데 이 중에서 기타대출은 205조 8917억 원으로 64.9%를 차지했다.
기타대출은 전체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뺀 나머지 대출로, 경기 악화 등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면 늘어나는 경향을 보여 ‘생계형 대출’로 불린다. 제2금융권 기타대출 비중은 2017년 4분기(63.6%)까지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최저임금이 인상된 올 1분기 63.9%를 기록하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제2금융권 기타대출은 이자율이 높아 가뜩이나 경기 부진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워진 영세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은행 신용대출의 경우 이자율(신규취급액·10월 기준)이 평균 4.45%이지만, 제2금융권에 속하는 저축은행의 경우 소액 신용대출의 이자율은 21.49%에 달한다.
문 대통령이 지난 27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차 출국하기에 앞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이영자’ 중에서 특별히 자영업자 대책 마련을 부탁한 것도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홍 장관에게 “자영업자들이 성장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자영업 성장 종합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가뜩이나 소득이 줄어든 영세 자영업자들은 더욱 늘어난 이자 부담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30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연 1.50%였던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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