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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구직자·구인기업 모두 불만 '서울 청년 채용박람회'

썰렁한 행사장에 군인이 대다수…기업들 "적격자 없어 채용 안 할 수도"

2018.11.27(Tue) 16:57:41

[비즈한국] 중소기업진흥공단·코레일이 주최하고, 중소벤처기업부·​국방부 육군본부 후원한 ‘서울 청년 채용박람회’가 ​26일 하루 서울역에서 개최됐다.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과 코레일이 추천한 우수 중소 기업 30곳이 참여해 100명을 채용할 계획이었다. 이번이 첫 회인 이 행사는 향후 지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상직 중진공 이사장과 오영식 코레일 사장도 현장을 찾아 박람회를 정기적으로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행사를 두고 구직자와 구인자 모두 불만을 표했다. 행사 후 몇몇 기업은 적격자가 없어 채용을 안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동안 중소기업 대상 채용박람회는 모집 부문이 영업직이나 계약직 등으로만 한정돼 청년 구직자들의 외면을 받아 왔지만, 이번 행사는 참여 기업 대부분이 정규직을 뽑는다고 밝혔고 100명을 실제 채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비즈한국’ 취재 결과 구직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구인자는 불만을 토로했다. 기업 관계자들은 “채용을 염두에 두고 면접을 보러 온 청년들은 소수였고 그마저도 대부분 군인과 고등학생이었다”고 말했다. 

 

‘서울 청년 채용박람회’가 26일 서울역에서 개최됐는데, 구직자와 구인자 모두 불만을 표했다. 사진=김명선 기자

 

# 국방부 공문에 전역 많이 남은 군인들도 참여

 

행사장에서 가장 많이 보인 이들은 ‘군인’이었다. 국방부 후원으로 열린 행사라 중진공이 수도권 각 부대에 공문을 보냈다. 중진공 관계자는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군인이 별로 없어 남은 전역 기간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지원자를 받았다”고 했다. 행사에 참석한 군인들은 자필로 이력서를 작성 중이었고 기자들은 이 모습을 영상으로 담느라 바빴다. 사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면접 신청을 하지 못한 이들은 현장에서 이력서를 작성한 후 원하는 기업 부스에서 면접을 볼 수 있었다.

 

채용박람회에는 군인들이 많이 참여했다. 중진공 관계자는 국방부에 공문을 돌려 남은 전역 기간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지원자를 받았다고 했다. 사진=김명선 기자


채용박람회를 찾은 사람은 군인뿐만이 아니었다. 얼마 가지 않아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이 단체로 몰려왔다. 성동글로벌경영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 아무개 씨(18)와 정 아무개 씨(18)는 “학교에서 단체로 왔다. 취업 정보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영등포공업고등학교 인솔교사 한국희 씨(57)도 “정보를 얻을 겸 취업을 희망하는 아이들 30명을 데리고 왔다”며 “​채용까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 정작 취준생은 취업박람회에 관심 없어

 

이때까지만 해도 평범한 채용박람회 같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구직자와 구인자 모두 불만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청년 실업 해소라는 좋은 취지에다 ​기업 30곳이 ​정규직을 고용하겠다고 모였는데도 현장을 찾은 일반 취업준비생은 예상보다 적었다. 방문객 대부분을 차지한 건 군인이었는데 이들 중에서도 채용을 염두에 두고 온 이들은 많지 않았다. 사람을 찾는 기업 역시 채용할 만한 사람이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기자가 만난 군인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들은 자발적으로 행사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채용박람회에 관심이 없었다고 밝혔다. 군인 A 씨는 “면접 안 봤다”며 “딱히 관심 있는 기업이 없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부스 앞에 서 있던 군인 B 씨는 “어떤 기업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호기심 때문에 왔다”고 밝혔다. C 씨도 “다른 부대는 모르겠지만 우리 부대는 남은 전역 기간에 상관없이 신청 받아서 왔다. 딱히 취업 생각은 없다”며 웃어 보였다.

 

취업에 관심은 있지만 이 박람회에는 희망 기업이 없다는 군인도 있었다. 전역 후 은행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D 씨는 기자가 “​면접을 볼 거냐”​고 묻자 “지원할 기업이 없다”고 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군인들 다수는 인터뷰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취업 혹은 박람회에 관심이 없다는 군인들은 행사장 구석에 마련된 타로점을 보는 곳으로 몰렸다.

 

채용면접에 관심이 없는 군인들은 행사장 구석에 마련된 타로점을 보는 곳으로 모였다. 사진=김명선 기자


실수요자인 취준생들의 반응도 썩 좋지는 않았다. 부스를 둘러보던 E 씨는 “채용 목적으로 왔다기보다는 둘러보러 왔다”고 말했다. 부스에서 막 나온 F 씨는 “방금 면접을 보고 나왔는데, 나보고 적성에 안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지원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고 했다.

 

홍보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아래층에서 캐리어를 끌고 지나가던 한 20대 남성은 “위에서 행사가 열리는지 아예 몰랐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역 2층 안내 카운터에서는 청년과 군 장병을 대상으로 취업 상담을 해주는 상담센터도 동시에 열렸다. 하지만 찾는 이들은 극소수였다. 한 상담사는 “열심히 했지만 오늘 총 한두 분 정도 들렀다. 홍보가 덜 된 것 같다”고 애써 웃어 보였다.

 

행사 자체에 불만을 제기하는 청년들도 있었다. 채용박람회에 참가하지 않은 취업준비생 한 아무개 씨(23)는 “간다고 뽑아주는 것도 아니어서 학교에서 열리는 중소기업 채용설명회도 안 간다”며 “평일이라 학업에 지장이 된다. 채용박람회가 열린다는 것도 몰랐지만 알았어도 안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년째 취업을 준비 중인 김 아무개 씨(23)도 “오늘 채용박람회가 열리는지에 대한 정보도 없었다. 혹여나 가도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적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기업들 “취업 절실한 구직자는 보이지 않아”

 

사람이 필요한 기업들 역시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중소기업 활성화를 강조하고 스스로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기에 큰 기대를 하고 왔지만 실상은 달랐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기업 관계자들에게 굳이 행사에 참여한 이유를 묻자, 대다수가 청년들과 대면해 이야기를 나누고 채용을 진행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스타트업 엔터플 직원은 “젊은 인재들을 구하기 어려워 행사에 참가하게 됐다”고 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개발사 정글의 인사담당자도 “새로운 트라이(시도)를 하는 차원에서 왔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기업들은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선정했고, 정부의 중소기업 활성화 정책에 따라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기업 관계자들은 채용할 만한 사람이 딱히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G 사 담당자는 “얘기 듣기로는 군대에서 이런 거 하면 외출 보내준다고 해서 온 군인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래서 채용면접보다는 취업상담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를 찾은 고등학생들은 캐리커처와 취업타로점을 보기 위해 행사장 구석으로 모였다. 사진=김명선 기자


기업 관계자들은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일반 취업준비생보다는 군인과 사회 경험이 부족한 고등학생에 치우쳐 채용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H 사 담당자는 “지원자들이 대부분 군인과 고등학생이고 다른 청년들은 저희 쪽에 많이 안 왔다”며 “채용해야겠다고 생각이 드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I 사 대표도 “큰 기대는 안 했지만 작은 기대는 했는데 구직이 절실해서 온 사람은 생각보다 적었다”며 “자기 적성하고 전혀 안 맞는데 그냥 찾아온 경우도 있더라”며 멋쩍게 웃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아예 채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J 사 대표는 “마음에 드는 지원자가 없으면 뽑지 않을 수도 있다”고 잘라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군인들 중에는 전역이 한참 남은 군인들도 많았다고 했다. K 사 담당자도 “지금(오후 1시)까지 8명 정도 왔지만 채용할 만한 사람은 없었다. 군인들은 전역이 좀 많이 남은 이들이 대부분이었다”고 밝혔다. L 사 경영관리팀 직원도 “적격자가 없을 경우에는 채용을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후 3시 30분께 행사장 모습이다. 행사가 5시까지인데도 이미 많은 기업 관계자들이 자리를 비웠다. 사진=김명선 기자


‘내일(JOB)을 잡아라’라는 행사 슬로건에 맞게 100명의 청년이 일자리를 잡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행사 종료를 한 시간 30분 앞둔 오후 3시 30분께 이미 많은 기업 관계자들이 자리를 비웠다. 행사 스태프는 “오후에는 사람이 없어 빨리 철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채용을 포기하거나 채용 인원을 줄인 기업도 여럿 있었다. M 사 담당자는 “5명 정도 채용 예정이었지만 마땅한 인재가 없었다”고 말했다. N 사 담당자는 “견학 나온 친구들이 많았다. 사람 수 채우기 급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대부분 목적성을 가지고 오지 않은 군인들이 많아 실익은 없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사정이 급해 적격자가 아니더라도 1차 면접을 통과시킨 후 임원 면접을 다시 진행하겠다는 기업도 있었다. 스탭스의 박현승 실장은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지원을 많이 안 하니까 기업들은 구인난에 시달린다”며 “여기서 1차 면접을 보고 몇 명을 뽑은 후 2차로 대표와 임원진 면접을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구직자들과 마찬가지로 기업들도 ‘홍보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J 사 대표는 “홈페이지를 보고 왔다는 사람은 3명밖에 없었다”며 “군인들도 여기서 불러서 온 것 같은데 이력서 작성하는 법도 좀 배웠으면 좋겠다. 현장에서 작성했던데 실제로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O 사 대표도 “다시 행사하라 하면 안 하고 싶다. 너무 급하게 만들어진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채용박람회에는 이상직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과 오영식 코레일 사장도 찾아와 채용박람회를 지방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김명선 기자


다음 날, 행사를 주최한 코레일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인자와 구직자들이 불만을 표했고 채용을 안 하겠다는 기업도 생겼다는 지적에 코레일 관계자는 “100명을 채용하려 했던 것은 맞다. 하지만 다른 채용박람회들이 그렇듯 참가 업체의 구체적인 채용 계획이 있어도 그 부분이 어떻게 소화되는지까지 말씀 드리기는 어렵다”며 “아직 구체적 일정은 안 나왔지만 주요 역으로 채용박람회 행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일 현장에 있었다는 중진공 관계자는 “행사 때 세팅 때문에 왔다 갔다 하느라 불만을 파악하거나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소기업에 가겠다는 청년은 많지 않다. 11월에 대기업 공채가 진행 중이라 청년들이 많이 안 온 것 같다”며 “군인 중에서 진로가 결정되지 않은 이들이나 특성화고 학생들을 섭외했던 것도 그것 때문”이라고 밝혔다. 홍보가 부족했다는 지적에는 “잡코리아 홈페이지에도 홍보했다”며 “채용박람회도 계속해 나갈 거다. 언제 개선될지는 모르겠지만 채용과 교육을 동시에 해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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