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작가들은 빈 캔버스로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설렌다고도 한다.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작품 제작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것이다. ‘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시즌4를 시작하는 마음도 같다. 초심으로 새롭게 정진하려고 한다. 미술 응원의 진정한 바탕을 다진다는 생각으로 진지하고 외롭게 작업하는 작가를 찾아내 조명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미술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경향을 더욱 객관적 시각으로 조망해 한국미술의 미래를 보여주려는 노력도 병행할 것이다.
회화의 매력은 볼거리의 쾌감과 작가의 생각을 찾아내는 발견의 즐거움이다. 볼거리는 화면에 나타나는 아름다움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작가의 솜씨를 즐기는 것이다. 묘사력이나 색감을 다루는 능력, 여러 가지 기법에서 우러나오는 시각적 즐거움 또는 구도나 구성이 보여주는 새로움 같은 것을 찾아내는 일이다. 우리는 작가가 보여주는 이런 화면을 통해 시각적 환상을 만날 수 있다.
환상만으로 끝나는 회화에는 여운이 없다. 시각적 자극만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이런 환상을 앞세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게 된다. 회화의 생명은 환상과 작가의 이야기가 조화를 이룰 때 튼실해진다. 이런 회화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보고 감명받는다는 게 이런 경우다. 감동의 깊이와 넓이가 큰 작품이 명화다.
김진관이 보여주는 화면에는 볼거리가 없다. 시각적으로 충격받을 만한 기발한 것을 찾을 수가 없다. 사물의 신선한 묘사나 신기한 형상 또는 현란한 색채의 향연도 없다. 그럼에도 그의 회화는 마음속에 들어와 앉는다. 어떻게 들어왔는지도 모르게.
왜 그럴까.
그의 그림에는 치장이 없다. 있는 그대로의 날것을 보여준다. 꽃으로 치면 야생화의 건강한 정서다. 이런 소박한 진솔함이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다.
그가 그리는 대상은 식물이나 곤충이다. 지극히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사물들이다. 눈높이를 한껏 낮춰야 보이는 이런 대상에 대한 진한 애정이 보인다. 작가와 꼭 닮은 소재다. 특별할 것도 없는 대상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방법으로 작가는 직설법을 택한다. 이는 화장기 없는 맨얼굴의 시골 소녀가 보여주는 풋풋한 아름다움과도 같다. 라벤더나 허브의 향기가 아니라 오이나 상추의 신선한 향 같은 미감이다.
인적 닿은 적 없는 자연의 본 모습에도 여러 가지 얼굴이 있다. 그랜드캐년이나 사하라 사막 같은 극적인 자연에서는 숨 막히는 긴장미가 보인다. 그런가 하면 아마존 같은 원시적 자연에서는 싱싱한 생명력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네 산골에서 느끼는 자연미는 조금 다르다. 아기자기한 인간미가 느껴진다. 김진관이 보여주는 미감은 이처럼 우리네 자연과 닮아 있다.
김진관이 접근하는 세계는 우리 주변의 작고 보잘것없는 자연, 너무도 당연하게 있었기 때문에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우리네 자연이다. 우리의 삶과 정서를 품고 키워낸 세상이다.
이처럼 우리에게 공기처럼 익숙한 미감을 군더더기 없이 표현하려는 태도가 진솔한 느낌의 그림으로 태어나는 셈이다. 이런 것을 작가는 볼품없다고 여겨왔던 사소한 자연 속에 담아 보여주고 있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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