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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케어'에 갇힌 5060의 고단한 삶

자녀·부모 부양에 본인 노후까지 '삼중고'…부양가족공제·실업부조 등 해법 절실

2018.11.22(Thu) 15:51:42

[비즈한국] 은퇴 후 귀농을 꿈꿨던 A 씨(54)는 요즘 고민이 많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노후계획이 생각처럼 풀리지 않아서다. “귀농 후 생활비로 쓸 연금은 아직 나이가 안 돼 못 받고, 귀농에 필요한 땅을 매입하거나 주택을 짓기에는 자금이 부족하다”며 어렵게 말문을 연 그는 “자녀들 학비나 용돈을 비롯한 생활비 때문에 돈이 많이 든다. 부모님께 늘 생활비를 드리는데 최근 부모님의 병원 방문이 잦아지면서 형제들 간에 갈등도 커졌다”고 털어놨다.

 

얼마 전 자녀가 경제적으로 독립한 B 씨(50)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 그러나 몇 달 전을 회상하자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전문가들이 추천한 ‘30년 가계부’를 작성하다 중도 포기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30년 가계부는 추후 30년의 자금계획을 미리 작성한 가계부를 말한다. 그는 “나이는 계속 들어가는데 답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푸념했다.

 

5060세대의 삶은 팍팍하다. 성인 자녀를 뒷바라지하면서 노년 부모까지 모셔야 하는 경제적 부담은 물론 본인의 노후에 대한 심리적 부담에도 시달린다. 사진=이종현 기자


요즘 5060세대의 삶은 팍팍하다. 성인 자녀를 뒷바라지하면서 노년 부모까지 모셔야 하는 경제적 부담은 물론 본인의 노후에 대한 심리적 부담에도 시달린다. 올해 초 중장년층이 자녀와 부모를 모두 부양하는 상황을 의미하는 ‘더블케어(부모+자녀)​’가 사회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그 더블케어가 이제는 ‘트리플케어(부모+자녀+본인)’로 가중되는 모양새다.

 

# 능력 부족하다는 생각에 자꾸만 위축

 

5060세대의 부담이 늘어나는 이유가 뭘까. 더블케어로 인해 벌이 대부분을 지출하면서 노후생활비까지 마련할 여력이 없다는 인식이 높아진 게 주된 이유로 꼽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올해 전국 20세 이상 국민 1000명과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8년도 사회보장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노후를 준비할 능력이 없다’는 응답은 40대부터 비중이 높아져 50대는 35.6%, 60대는 71.3%로 가장 높았다.

 

노후를 준비할 여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대 수명이 늘어난 탓에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고령 부모는 늘어나고, 취업난으로 인해 자녀 세대인 20~30대의 경제적 독립도 늦어지기 때문이다. 어렵게 취업해도 집값과 생활비 등을 이유로 부모에 기대는 ‘캥거루족’이 되는 성인 자녀도 적지 않다. 취업준비생 서유빈 씨(23)는 “독립을 하고 싶지만 나가는 순간 다 돈이지 않느냐. 어떻게든 꾸역꾸역 부모님과 함께 살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50~60대는 상담센터를 찾아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광화문심리치료센터 상담사는 “50~60대들은 대부분 돈 문제나 노부모 부양 문제로 힘들어서 찾아온다”고 전했다. 통계청이 국민 3만 9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집계한 ‘2018 사회조사’에 따르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살을 생각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50대가 49%로 가장 높았다.

 

# 5060을 위한 부양 부담 경감대책 절실

 

문제는 5060세대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직접적인 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김유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과 노부모를 위한 각각의 정책은 있어도 50~60대를 위한 직접적인 정책은 현재 우리나라에는 없다”며 “이들 세대에서 빈곤층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트리플케어’에 시달리는 C 씨(51)도 “중장년층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의견만 있지 상응하는 전략과 전술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연말정산 부양가족공제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부양가족공제란 부양가족이 있는 직장인에게 1인당 연간 150만 원을 공제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부양하는 직계비속 연령이 ‘만 20세 이하’로 한정돼 성인 자녀를 부양하는 중장년층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5060세대는 은퇴를 앞두고 있다. 이미 실직하거나 퇴직한 사람도 많다. 부모와 자녀 세대를 동시에 부양하는 이들의 부담이 앞으로도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한 채용박람회에 참가한 중장년층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직접적인 부양 부담 경감대책이 나와도 효과가 높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5060세대에서) 일자리를 갖거나 소득을 창출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지금은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많아서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오히려 실업 부조를 늘리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업 부조는 실업급여 수급 자격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현금 급여를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5060세대가 가족들에게 부담을 직접 털어놓을 필요도 있다고 말한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는 “나이 든 부모님과 자식의 눈치를 보느라 힘들다는 말을 못 하는 분들이 많다”며 “본인들에게만 무한 책임이 요구되는 현실을 직시하고 가족에게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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