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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치킨값 인상 다음날 BBQ 가맹점에서 벌어진 일

"왜 치킨 가격에만 엄격한가" 볼멘소리…비용 부담 덜지만 본사 재료비 오를까 걱정

2018.11.22(Thu) 15:27:51

[비즈한국] “회사에서 9년간 봉급이 안 오르면 어떨 것 같으세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BBQ(비비큐)​ 가맹점을 15년째 운영하는 A 씨가 입을 열었다. 그는 테이블에 놓인 계산기를 두드리며 “9년 만에 치킨값 2000원 올랐다. 인상률이 12.5%니까 1년에 고작 1.39% 오른 것”이라며 “그때보다 임대료만 최소 50%가 올랐다. 시장논리로 물가는 오르기 마련인데 왜 유독 치킨에만 엄격한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취재에 응한 가맹점주들은 본인은 물론 가게도 촬영을 못하게 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다. 사진=연합뉴스

  

# “우동 한 그릇도 7000원인데, 여러 명이 먹는 치킨은…”

 

지난 19일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주력 메뉴 3가지의 가격을 인상했다. 2009년 가격 인상 이후 9년 만이다. ‘황금올리브치킨’과 ‘자메이카 통다리 구이’는 2000원씩 올려 각각 1만 8000원과 1만 9500원에, ‘써프라이드치킨’은 1000원 올려 1만 9900원에 판매한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료 1000~2000원을 감안하면 ‘치킨 2만 원’ 시대가 도래한 것. 

BBQ 측은 “인건비, 임대료, 원부자재 등의 인상으로 가맹점주로부터 지속적인 가격 조정 요청을 받아왔다”며 “가맹점주와 회사 간 의사결정기구인 ‘동행위원회’에서 가격 조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BBQ는 지난해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치킨 가격을 올렸다. 이후 여론이 나빠지고,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하자 가격 인상 결정을 철회했다. 소비자 반발에도 BBQ가 이번에 가격인상을 단행한 게 정말 가맹점주의 요구 때문일까. 

‘비즈한국’은 치킨 가격 인상 이튿날인 20일 서울 시내 BBQ 가맹점 7곳을 찾았다. 점주들은 기존 치킨 가격으로는 불경기에 임대료와 인건비, 재료비 등을 감당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오후 2시, 서울 시내에서 7년째 영업 중인 한 BBQ 가맹점. 점장 B 씨가 주방에서 아르바이트 직원과 함께 냉동실에 낀 성에를 없애고 있었다. 1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매장 안은 텅 비었다. B 씨는 “몇 년 전만 해도 이 시간에 사람이 꽤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도 없다”며 “앉아서 손님을 기다릴 수만은 없으니 뭐라도 한다”고 말했다. 

배달 영업을 하지 않는 이 매장의 가장 큰 걱정은 인건비와 임대료다. B 씨는 “7년 전에는 아르바이트 직원 시급으로 5000~5500원을 줬는데 지금은 최저임금(7530원)에 맞춰 8000원을 준다”며 “월 임대료도 900만 원을 넘어섰다. 개업 당시와 비교하면 30%가량 오른 셈”이라고 설명했다. 

B 씨는 “1만 8000원짜리 치킨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요즘 밖에서 우동을 사 먹어도 7000원인데 치킨은 둘이나 셋이 와서 먹지 않나”고 반문했다.

# 본사-가맹점주 협의회, 재료비 납품가 인상은 일단 부결

“저희 닭값 올랐어요. 2000원이요.” 

오후 6시, 서울 시내 또 다른 BBQ 가맹점. 계산대 뒤에 앉아 있던 점장의 부인 C 씨가 배달 주문 전화를 받았다. 오전 11시부터 지금까지 들어온 배달 주문은 6건. C 씨는 어제(19일) 오른 치킨 가격을 매번 손님에게 알렸다. 

C 씨는 오른손에 손목 보호대를 찼다. 통증 때문에 며칠 전 주방일을 아들에게 넘겼다는 그는 “일을 많이 해서 손목이 다 망가졌다. 이제는 홀 서빙만 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C 씨는 “매장에 직원 한 명이 더 필요한데 인건비 감당이 안 돼 쓰질 못하고 있다. 아르바이트 직원을 쓰고 적자를 보느니 남편과 아들까지 세 명이 바쁘게 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내와 10년째 매장을 운영 중인 점주 D 씨는 “가격이 올라서 장사가 안 될까 걱정이지만 어쩌겠나, 우리도 살아야지”라고 했다. 

기존 1만 6000원짜리 황금올리브 치킨 한 마리를 만드는 데 드는 재료비는 약 8000원. 가맹점은 본사로부터 10호 생닭(1kg)을 4000~5000원에 공급받는다. 닭 한 마리를 튀기는 데 필요한 올리브유와 파우더, 소스 등의 가격은 3000원선. 재료비를 뺀 8000원에서 인건비, 임대료, 배달 앱(애플리케이션) 수수료, 배달 대행료 등을 제하면 가맹점이 가져가는 이윤은 더 줄어든다. BBQ 본사 관계자는 “배달 앱 수수료는 800~1200원, 배달 대행료가 건당 평균 3500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번 가격 인상이 본사 재료비 납품 단가를 올리기 위한 수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BBQ 가맹점주 E 씨는 “본사가 기름값(올리브유)에서 손해를 많이 본다고 한다”며 “이번에 치킨 가격이 올랐으니 재료비도 올릴 것 같다. 인상 폭이 크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했다. 앞서의 A 씨도 “본사 직원도 살아야 하니 곧 재료비도 오를 것이다. 난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BBQ는 재료비 인상 압력을 받고 있다. BBQ 관계자에 따르면 올리브유 가격은 2012년 이후 5년간 58% 올랐다. 이 관계자는 “BBQ는 타 치킨 브랜드와 달리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를 사용하는데 몇 년 새 올리브유 가격이 다른 기름과 비교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다른 튀김용 기름보다 약 6배 이상 비싸지만 고객 건강과 뛰어난 맛을 위해 이를 감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진행된 본사와 가맹점주들의 협의체인 동행위원회 회의에선 치킨 가격 인상과 함께 재료비 가격을 인상(올리브유 15kg 1캔당 5000원, 신선육 박스당 6000원, 양념 봉지당 1200원, 치킨 무 박스당 2500원 인상)하는 안이 상정됐지만 통과되지 않았다. BBQ 관계자는 “인상분 전액은 가맹점주들 몫이 된다”며 ​“현재로서는 재료비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재료비와 임대료, 인건비 상승은 특정 업체만 겪는 어려움이 아니다. BBQ의 가격 인상은 치킨 업계 가격 인상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같은 조건에서 가격만 오른다면 소비자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다. 품질과 서비스를 개선하려는 노력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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