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식당 개수만 70만이 넘는다. 하지만 2년 내 폐업하는 식당이 80%, 2년 후 살아남는 식당은 5곳 중 1곳뿐이다. 외식창업은 진입은 쉽지만 경쟁이 심하고 변화속도가 빠르다. 손맛만 좋다고 잘되는 건 아니다. 브랜드 관리와 메뉴 구성, 서비스 마인드와 상권, 경영 노하우까지 식당 창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무턱대고 가게를 차렸다간 낭패 보기 일쑤. 요리는 좀 하는데, 창업은 처음이라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정부 지원사업을 활용해보자.
농림축산식품부의 ‘청년키움식당’과 서울시의 ‘키친인큐베이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꿈이룸 점포체험’ 등을 통해 공간을 무료로 빌리는 것은 물론 식당 경영 전반에 관한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식재료비와 공과금만 부담하면 실제로 몇 개월간 장사도 해볼 수 있다. 비용이 무료인 데다 아직 경쟁률이 그리 높지 않고 지원 규모도 적지 않아 선발 가능성도 높다. 식당 창업을 꿈꾸는 이라면 도전해볼 만하다.
# 실제 식당 열어 창업 실습 ‘청년키움식당’
“고정비만 안 나가도 시험해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위너셰프’에서 몇 개월의 실습을 마치고 수원에서 양식당 ‘셰프스 위트’를 창업한 김동년 씨(31). 그는 두어 달 만에 월매출 4000만 원, 월 순이익 1000만 원을 넘기며 창업에 성공했다. 그는 위너셰프에서 무료로 점포와 주방기구를 쓰면서 한 번에 들어가는 보증금을 비롯해 월 300만 원가량의 고정비를 절약했고 창업에 필요한 각종 컨설팅도 받았다.
김 씨는 “요리를 하는 것과 실제로 가게를 열어 장사를 해보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며 “실제로 제 업장을 꾸려 메뉴를 구성하고 손님을 대하며 장사를 해봤던 것이 창업의 두려움을 없애줬다”고 말했다.
‘청년키움식당’ 중 하나인 위너셰프는 한·중·일·양식이 고루 섞여 있는 5개의 점포와 함께 손님들의 식사공간이 함께 있는 푸드코트 개념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외식창업 인큐베이팅의 일환으로 목포, 완주, 양재, 위례, 전국에 4곳의 시설(2019년 장소 변동 가능)이 더 있다. 운영기관에 따라 2주일의 이론교육 후 4주~3개월간 매장에서 직접 메뉴를 개발하고 요리하며 장사를 하게 된다. 매장에서 얻은 수익은 고스란히 참가자의 몫이다. 월말에 가스사용료 등의 공과금과 청소비 등 공동경비만 부담하면 된다.
대상은 만 39세의 청년에 한하지만 2인 1팀을 이룬다면 둘 중 1명만 청년이면 된다. 부모자식 간 창업도 가능하다. 대학생은 물론 꼭 예비 창업자가 아니라도 식당을 해본 적이 있거나 현재 식당을 하며 고전을 겪고 있는 팀도 지원 가능하다.
유지상 위너셰프 총괄대표는 “이곳에선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판다는 개념을 넘어 ‘잘 팔릴 수 있는’ 메뉴의 구성을 돕는다. 팔고 싶은 메뉴가 아니라 팔리는 메뉴를 개발하게 한다. 또 원가분석부터 손님접대 요령, SNS 마케팅, 실제 사례 등을 교육하며 직접 식당 창업을 경험할 수 있다”며 “성공적인 창업을 위한 실습뿐 아니라 스스로 식당 창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도 시험해볼 수 있는 장”이라고 설명했다.
청년키움식당은 2018년에 위너셰프를 통해 창업한 7팀을 포함해 5개 사업장에서 총 12개 팀을 창업시켰다. 농식품부의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사업은 2015년 대학생의 외식업 창업활성화를 위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에이토랑(aTorang)으로 시작되어 2018년에는 5개 운영기관으로 지원이 확대됐다. 2016년 16개 팀, 2017년 12개 팀, 2018년 42개 팀이 지원을 받았다.
2019년 전체 지원 예산은 2018년과 같은 약 7억 원으로 예정돼 있다. 2019년 청년키움식당 지원 요강은 12월 중순 이후 위탁사인 aT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공유주방과 개별주방 활용하는 ‘키친인큐베이터’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창업허브의 ‘키친인큐베이터’ 지원 사업도 있다.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서울창업허브 3층에서는 창업에 필요한 교육을 기본으로 다양한 메뉴를 실험하고 검증할 수 있는 창업 환경을 제공한다. 창업 준비부터 개발과 판매, 시장 진출까지 총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2017년 사업 첫해 37개 팀을 지원했고 2018년에는 현재 주방을 이용하는 33팀을 포함해 총 70팀을 지원했다.
먼저 외식창업에 관심 있는 이라면 선발과정 없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교육이 매주 진행된다. 사업 준비 단계인 메뉴 개발과 브랜딩, 외식업 경영 등의 교육이 12주간 이어진다. 다음 단계는 공유주방. 선발된 예비 창업자의 메뉴 개발 및 테스트공간인 공유주방에는 레인지, 오븐, 냉장고, 식기세척기, 작업대 등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
키친인큐베이터는 주간·야간 6시간씩 시간대별 최대 6팀이 사용할 수 있으며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수시로 모집한다. 집기를 제외한 식자재와 개별 소모품은 개인이 준비해 가면 되고 주방 사용료는 역시 무료다. 공유주방을 통해 메뉴개발이 완료된 업체는 매주 블라인드 테스트와 오픈키친데이 등 테스트와 시장검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있다.
메뉴 구성을 마친 예비 창업자가 시장검증을 받게 되는 개별주방은 심사를 통해 기수당 4개팀을 선발해 5개 부스를 제공한다. 선발되면 6평 공간의 부스를 최대 3개월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또 세무, 상권분석, 인테리어, 주방설비 등에 관한 각종 전문교육과 배달, 유통, SNS마케팅 등에 대한 컨설팅도 받는다.
이 과정에서 가공식품의 경우 모바일 스토어에 입점해 판매할 수도 있다. 메뉴 테스트 과정에서 시민들의 평가를 직접 받는 피드백 기회도 있다. 마지막으로 시장진출 시에는 크라우드펀딩과 여러 유통 채널을 지원한다.
# 4개월간 무료 점포 체험 ‘꿈이룸 점포체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신사업창업사관학교에서도 ‘점포경영 체험교육’을 통해 실제 점포를 운영해볼 수 있게 한다. 선발되면 ‘꿈이룸’이라는 이름의 멀티 복합매장에 무료로 입점 기회를 준다. 꿈이룸은 열린 공간으로 누구나 들어와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다. 4개월간 무료로 점포체험을 할 수 있는데 연간 총 300~400명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예비 창업자에게는 점포체험 전 이론교육이 진행되고 점포체험을 하면서 멘토링도 받는다. 체험 후에는 창업자금 지원으로 연결된다.
꿈이룸을 통해 외식 창업은 물론 기타 창업 아이템도 신청할 수 있다. 식당이나 카페, 베이커리를 비롯해 소품숍이나 의류숍, 유아용품숍, 서점 등 선발된 예비 창업자들의 다양한 점포가 함께 입점된다. 서울에는 대학로점, 명동점, 중랑점, 충무로점 등이 있고 대전, 대구, 부산, 광주, 경기의 여러 지역에도 체험점포가 있다. 신청일 기준 사업자등록이 없는 예비 창업자만 신청 가능하다.
정부나 지자체의 외식 창업 인큐베이팅 지원 사업을 잘 활용하면 임대료와 기물 사용료, 컨설팅 비용 등을 합쳐 최소 한 달에 300만~500만 원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여기에 곧바로 창업해 실패했을 때의 기회비용까지 생각하면 경제적 수혜는 적지 않다.
각종 창업 지원 사업에서 상당한 수혜를 받은 한 창업자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사업들은 성공사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가능성이 보이는 창업자에게는 예정된 지원이 끝나도 홍보·마케팅과 투자연결 등 후속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경향이 있다. 지원 단체가 다르다면 중복 지원이 되는 경우도 많다”며 정부 지원을 끝까지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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