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11월 초 국세청이 삼양식품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국세청의 중수부, 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소속 조사관들은 11월 중순, 서울 성북구에 있는 삼양식품 본사를 찾았다. 조사관들은 당일 삼양식품의 지난 회계 자료 등을 대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세무조사는 정기세무조사가 아닌 비정기이자 특별세무조사다. 자연스레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조사가 그룹 내 경영비리 의혹 등 특정 혐의를 인지하고 착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 삼양식품 본사와 계열사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선 지난 8월 중순. 국세청은 대한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도 실시했다. 조사 주체는 비정기 특별세무조사 담당인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었다. 당시 세무조사의 명목은 면세품 중개업체를 통한 부당이득 여부 등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는 당시 국민적 분노 여론에 편승한 수사였다는 게 수사당국 내 중론이었다.
당시 한진 총수일가는 면세품 중개업체를 운영해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관련 수익의 세금을 내지 않아 탈세를 저질렀다는 지적이 나오자 국세청이 전격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 삼양식품·진에어 세무조사 공통점
삼양식품과 진에어, 두 사건은 공동점이 있다. 둘 다 작지 않은 기업들이지만,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 다른 공통점은 둘 다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된 곳이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특징이 최근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당국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일할 재미가 나지 않습니다. 요새 분위기가 정말 그렇습니다.”(세무당국 관계자)
최근 국세청의 분위기를 묻자, 대뜸 나온 설명이다. 내로라하는 국내 굴지 대기업들 관련된 특별세무조사가 전혀 없어 흥이 나지 않는다는 대답이었다.
그는 이 같은 분위기의 배경으로 검찰을 지목했다. 검찰이 대기업 수사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계열사나 관련 업계 풍문 등을 통해 낙수효과(대기업, 재벌의 성과가 늘어나면 연관 산업을 이용해 후발·낙후 부문에 유입되는 효과를 의미한다)처럼 수사 첩보가 생겨 조사로 파생됐는데, 최근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특별수사부를 사실상 전부 투입하면서 상대적으로 큰 수사가 없어졌다는 분석이었다.
실제 올해 5월을 기점으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산하 특수부는 사법농단만 수사 중이다. 수사팀 규모도 ‘역대급’이다. 지난 9월,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특수 1·2·3·4부와 방위사업수사부 등 30여 명의 검사에 더해 대검 연구관 6명을 추가로 수혈하면서 이미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특별검사팀 규모를 넘어섰다.
# “큰 조사거리가 없다”
모든 특수부가 투입되면서, 사실상 기업 수사는 손을 놓은 상태다. 6~7개월간 계속된 대법원 국정농단 수사는 늦어도 내년 초까지 이뤄져야 한다. 재판 진행까지 생각하면 내년 봄 넘어서까지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자연스레 검찰을 제외한 국세청, 공정위 등 기업 전담 사정당국 안팎에서 “큰(대기업) 조사거리가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경제 상황이 악화된 것도 사정당국의 조사를 움츠러들게 하는 또 다른 큰 배경이다. 현대자동차, 대우조선해양 등 한국 경제를 이끌던 자동차와 조선업이 전반적으로 부진에 빠지면서, 정기조사 외에는 나가지 않고 있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이명박 전 대통령 검찰 수사 당시 다스 등 핵심 자동차 부품업계 1차 밴더사들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가 진행됐다”며 “경제 상황도 좋지 않은 마당에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산업군에 더 부담을 줄 수 없지 않느냐, 지금은 경제 성장을 중시하다보니 더더욱 할 게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곳은 중견기업이나, 갑질 의혹이 제기된 유통 기업들에 대한 특별감사 정도가 수사 및 조사 대상의 전부라는 결론으로 도출된다. 실제 특별세무조사가 진행 중인 삼양식품은 지난해 매출이 4584억 원에 불과하다. 진에어 역시 한진그룹 계열사이긴 하지만 매출은 1조 원(지난해 기준 8883억 원)이 되지 않는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분위기는 이름 있는 대기업보다는, 대기업과 산하 계열사 간의 부당거래, 혹은 유통업체들의 가맹점 갑질 의혹 등이 주된 조사 테마”라며 “검찰도 기업 수사를 쉬고 있어, 이 같은 흐름은 내년 초까지 계속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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