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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블록체인 밋업 '그들만의 리그'에선 무슨 일이…

서울 강남에선 매일 열릴 정도 "사실상 ICO…장소만 한국, 돈은 해외로"

2018.11.17(Sat) 11:19:44

[비즈한국] 한국에서 ‘블록체인 밋업’이 끊이지 않고 있다. 블록체인 산업 관계자들이 모여 정보교류와 네트워킹을 하는 모임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한 블록체인 관련 업체 대표는 “서울 강남에선 매일 하나 이상의 블록체인 컨퍼런스가 열린다. 네트워킹 모임으로 가장한 ICO(가상화폐공개)에 가깝다”며 “다른 나라는 규제가 심하거나 세금이 많이 붙기 때문에, 국내외 업체를 막론하고 밋업이란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와서 사실상 투자자를 모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컨퍼런스는 블록체인의 최신 동향과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자리라지만 실제로는 암호화폐 관련 투자를 위한 대단위 설명회에 가깝다. 사진은 ‘블록배틀 컨퍼런스&블록체인 잡페어 2018’​. 사진=TVCC 제공


지난 16일, 서울 드래곤 시티에서 글로벌 블록체인 관련 업체들이 대거 참여한 ‘블록배틀 컨퍼런스&블록체인 잡페어 2018’이 개최됐다. 1000여 명의 업계 관계자와 투자자는 물론 15개의 유망 블록체인 업체가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글로벌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 대표들과 세계적인 암호화폐 펀드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블록체인 업체들의 기업설명회(IR) 행사도 열렸다. 국내외 벤처캐피탈 및 자산운용사와 글로벌 크립토펀드도 약 40곳이 참가했다. 표면적으로는 업계를 선도하는 업체들이 모여 블록체인 산업의 최신 동향과 흐름,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자리였지만 실제로는 암호화폐 관련 투자를 위한 대단위 설명회에 가까웠다. 

 

한국에선 ICO(암호화폐공개, 사업자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코인을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가 금지되어 있다. 아직 리스크가 큰 암호화폐 산업에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다. 

 

하지만 실제로 국내에서 투자모금이 이루어지지 않는 건 아니다. 컨퍼런스나 밋업이라는 이름으로 간접적인 투자설명회가 이루어지고 이는 향후 투자모금으로 이어진다. 이번 컨퍼런스만 해도 배틀(경연) 형식으로 진행되어 심사라는 이름으로 전문가들의 검증을 받고 나면 우승한 업체는 향후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까지 투자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ICO가 기업공개와 다른 점은 공개 주간사가 존재하지 않고 사업주체가 직접 판매한다는 것이다. 감사가 없고 누구라도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다. 정부가 촉각을 세우는 이유다. 투자금을 현금이 아니라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로 받기 때문에 국경에 상관없이 누구나 투자하고 투자 받을 수 있다. 누가 어디에서 투자하고 투자받는지 명확히 알기 어렵다. 규제를 피하고 싶다면 해외법인을 설립해 활용한다. 한 투자자는 “한국은 장소만 제공하고 돈은 딴 데로 흘러간다”고 말한다. 

 

서울 강남에서는 매일같이 이렇게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와 관련한 다양한 컨퍼런스와 컨소시엄이 열린다. 컨퍼런스를 진행하는 한 관계자는 “보통 한국인과 외국인이 6:4, 혹은 7:3 정도로 섞여있다. 한번에 500~2000명까지 모이는 작지 않은 컨퍼런스도 많다. 100~200명이 모이는 밋업 행사도 거의 매일 열린다”고 전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말을 위주로 열리던 것이 올해 들어 매일 평일 저녁은 물론 주말은 오전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관련 행사로 넘친다. 반포한강변 세빛둥둥섬의 경우 내년 6월까지 가상화폐 관련 컨퍼런스나 밋업으로 예약이 꽉 차 있다고 한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가치가 폭락했다는 소식도 종종 들리고 공중파 방송에도 잘 나오지 않는 암호화폐 이슈가 소위 ‘그들만의 세계’에선 다른 얘기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따르면 세계 ICO규모는 올해만 약 220억 달러(24조 8000억)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ICO를 통해 시장에 나온 암호화폐는 2080개, 하지만 이 중 1000여 개는 거래되지 않고 있다.


블록체인 관련 업체를 운영 중인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매일같이 블록체인 설명회가 성황인 이유에 대해 “한국은 일단 입지적으로 좋다. 미국, 캐나다 등의 서구나 동남아 국가에서 오가기 편한 위치이면서도 금융 등 경제기반과 치안 및 교통, 디지털 인프라 등 사회기반시설이 여러모로 안정적이라 교류하기에 좋은 조건”이라고 귀띔했다. 더구나 해외 업체가 진행하는 ICO에 국내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는 이어 “태국이나 싱가포르는 정부가 나서서 사업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각종 수수료가 비싼 단점이 있고, 암호화폐를 처음 개발한 일본은 이미 정부 차원에서 세세한 규제와 지침이 있어 접근이 쉽지 않다. 또 중국은 공산국가라는 점 때문에 블록체인도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밖에 할 수 없다”며 “반면 한국은 ICO 외에 다른 규제는 허술한 면이 많다”고 덧붙였다.  

 

각각의 사업 법인은 실제로 사업하기 용이한 싱가포르나 태국, 미국 등에 있고 한국에선 컨퍼런스 등의 행사를 통해 간접적인 투자 모금 활동만 벌이는 것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는 암호화폐 거래에 우호적이지 않고 때로 예고 없이 일방적인 정부 방침을 발표하며 시장 상황을 어렵게 만든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 속에 지난 10월 30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거래소가 실명인증 및 자금세탁방지 장치를 갖췄다면 신규계좌 발급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최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정부가 거래소의 시중 은행 가상계좌 개설을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며 암호화폐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반겼다.  

 

최 위원장은 올 초인 1월 15일 “부의 암호화폐 규제는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투기의 진정이 목표”​라고 말하며 시중 은행권의 거래소 암호계좌 개설에 한 차례 제동을 건 바 있다. 이는 곧 거래소의 수익저하로 이어져 거래소들의 해외법인 설립에 대한 요구로 나타났다. 이후 빗썸은 홍콩에 ‘빗썸덱스’를 세우고 향후 싱가포르와 유럽 등에도 새 거래소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업비트 역시 싱가포르에 ‘업비트 싱가포르’ 개설을 준비 중이다. 코인원도 지난 8월 인도네시아에 거래소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는 최근 ICO 관련 규제를 일시적으로 전면 풀면서 아시아의 블록체인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 4년 동안 싱가포르에서 유치한 ICO 자금은 한국의 약 40배 수준인 약 2조 3000억 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렇게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빅3’가 연이어 해외 진출에 나섰지만 자회사 설립과 운영비 조달을 위한 해외 투자 송금 길은 막혀 위기에 몰리고 있다. 정부가 신규계좌는 허용했지만 거래소의 외환송금은 아직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암호화폐 산업을 해외에 뺏기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해외송금의 사후 관리 책임이 있다. 그런데 암호화폐 거래소의 해외 투자는 신뢰하기 어려워 해외송금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외환법에 따라 기업은 시중은행에 해외직접투자신고서를 내고 해외 송금을 할 수 있지만 암호화폐 거래소의 해외송금은 책임지기 어려울까봐 꺼리는 눈치”라고 말했다. 

 

반면 일본은 2016년에 암호통화법을 제정하고 암호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인정했다. 또 독일에서는 암호화폐를 합법적 금융수단으로 인정하고 해당 거래에 과세 하고 있다. 또 11월 1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랑스는 ICO를 제도권 안으로 안착시키기로 정하고 관련 법규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영국도 최근 합법성 여부를 판단 중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사기피해를 막고 세수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세계 ICO 규모는 올해만 약 220억 달러(24조 8000억)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ICO를 통해 시장에 나온 암호화폐는 2080개, 하지만 이 중 1000여 개는 거래되지 않고 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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