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제도의 안전자산 쏠림현상이 심각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5일 금융투자협회와 한국투자증권 은퇴설계연구소는 최근 한 달간 퇴직연금 제도 가입자 898명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운용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확정급여형(DB)의 원리금 보장상품의 비중이 무려 97.7%에 달했다.
근로자가 받을 퇴직급여가 사전에 확정돼 있는 DB형은 회사가 퇴직연금을 운용한다. 따라서 손실 책임에 대한 부담이 커 적립금을 예·적금 위주의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운용하는 경향이 크다.
확정기여형(DC)역시 안전자산 비중이 79.0%로 나타났다. 회사의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된 DC형은 회사가 분기별로 퇴직금을 근로자 퇴직연금 계좌에 넣어주면 근로자가 직접 운용해 자산을 늘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근로자가 중심이 돼 자산을 늘린다’는 DC형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기대수익률은 높았다. DB형과 DC형 가입자 모두 연 기대수익률이 각각 3.87%, 5.23%로 지난해 실현수익률인 3.08%, 3.5%와 괴리가 있어 수익률 제고를 위한 운용방법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DC형의 경우 가입자 운용지시가 없을 때 자동으로 주식, 채권 등 실적배당상품으로 투자되는 ‘디폴트옵션’이나 가입자와 금융회사 사이에 수탁기관을 설치해 수탁기관이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기금형제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퇴직연금 운용 시 회사 또는 금융회사 등에 의존하는 정도는 53.8%인 반면 근로자가 스스로 상품을 선택하는 비중은 23.5%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