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1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그룹이 2014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차명으로 보유하던 회사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와 서영엔지니어링을 고의로 누락했다고 발표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는 1979년 설립 당시부터 2014년 8월까지 삼성물산이 실질적 소유주였고, 서영엔지니어링은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의 100% 자회사였다.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와 서영엔지니어링이 삼성 계열사라면 약 20년 전 삼성의 건설기술관리법 위반 가능성이 발견된다. 바로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서울월드컵경기장 건설과 관련한 것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1998년 말 착공, 2001년 말 개장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2002 피파 월드컵 한국/일본’ 개막전을 장식, 세네갈이 프랑스를 1 대 0으로 승리하는 이변을 낳은 곳이다. 한국과 독일의 4강전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1998년 9월, 서울시는 서울월드컵경기장 시공사로 삼성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을 선택했다. 경쟁 상대였던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제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 건설사업관리(CM) 업체로는 한미건설기술건축사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CM 업체는 공사 발주자를 대신해 설계, 감리 등을 담당하는데, 한미건설기술건축사가 서울월드컵경기장 공사의 감리를 맡은 것이다.
당시 한미건설기술건축사의 모회사는 서영기술단이었다. 서영기술단은 공정위가 삼성 위장 계열사로 인정한 서영엔지니어링의 전신이다. 당시 서영기술단은 한미건설기술건축사 지분 55%를 보유하고 있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서영엔지니어링이 삼성의 계열사라면 한미건설기술건축사도 삼성 계열사가 된다.
문제는 건설기술관리법(현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발주자가 공사를 도급받은 자 및 도급받은 자의 계열회사를 감리업체로 선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행령은 1989년 제정됐기에 1998년에는 ‘지켜야 할’ 법이지만 당시로는 한미건설기술건축사가 삼성 계열사가 아니었기에 공사는 그대로 진행됐다.
이후 한미건설기술건축사는 2000년 미국 파슨스사의 투자를 받아 사명을 한미파슨스로 변경했고, 2011년 한미글로벌로 다시 사명을 변경했다. 서영엔지니어링과 파슨스는 2006년 지분을 회사 임직원들에게 전량 매각, 현재도 한미글로벌의 주요주주는 한미글로벌 임원진들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고 삼성 측이 위장 계열사임을 인정하지 않아 진실 확인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축구계의 상징과도 같은 곳인 만큼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1998년과 1999년 두 차례에 걸쳐 위장 계열사와 관련한 공정위 조사가 있었는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삼성이 2014년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를 인수할 때도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지분을 매입했다. 이 정도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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