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갑질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뉴스타파’와 ‘셜록’ 보도에 따르면 양 회장은 직원들에게 닭 등 동물 죽이기와 머리카락 염색 등을 강요하고 직원을 폭행하기까지 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양 회장은 SNS를 통해 “모든 직을 내려놓고 회사를 떠나 다시는 회사 직원들에게 상처 주는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저로 인해 고통과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전했다.
양 회장뿐 아니라 재벌의 갑질은 최근 몇 년간 크게 불거졌다. 야구 방망이로 직원을 폭행한 최철원 전 M&M 대표부터 올해 노동계를 강타한 대한항공 사태까지 셀 수 없을 정도다. ‘비즈한국’은 대표적 사례를 통해 ‘재벌 갑질’을 되돌아봤다.
# 영화로 재현된 최철원 전 M&M 대표의 ‘맷값 폭행’
2010년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철원 전 M&M 대표의 ‘맷값 폭행’이 있었다. 유 아무개 씨가 다니던 회사가 M&M에 인수·합병(M&A)된 후 고용승계 관련 논란이 일자 유 씨는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항의에 나섰다. 이에 최철원 전 대표는 알루미늄 방망이로 유 씨를 폭행, 총 13대를 때렸다. 최 전 대표는 유 씨에게 맷값 명목으로 2000만 원을 줬다. 이 사건은 2015년 개봉한 영화 ‘베테랑’에서 재연되기도 했다.
최 전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아 풀려났다. 현재까지 경영 복귀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SK가의 공식 행사에도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박철 전 부장검사는 사건 후 SK그룹 전무로 입사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 4년 만에 또 검찰 조사…대한항공 조현아·조현민 자매
2014년에는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이 벌어지면서 한진가의 갑질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봉지를 뜯지 않은 채 견과류(‘넛츠’가 땅콩으로 번역됨)를 줬다며 승무원과 박창진 사무장을 질책했고, 이로 인해 비행기 이륙이 늦어진 사건이다. 1심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대법원도 2심의 판결을 확정했다.
사건 후 조 전 부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올해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한 달 후인 지난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집어던진 ‘물컵 갑질’사건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다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조현아·조현민 자매는 현재까지도 경영에 복귀하지 못했다.
# ‘미스터 피자’ 정우현 회장, 갑질 의혹에 회장직 사퇴
보여주기 식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갑질 논란을 빚은 재벌들은 대부분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잠시나마 사퇴 수순을 밟는다.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도 가맹점에 치즈를 비싸게 팔고 탈퇴한 가맹점주 가게 인근에 직영점을 여는 등의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회장직을 사퇴했다.
갑질을 저지른 모든 사람들이 사퇴하는 건 아니다. 2014~2015년 운전기사를 상습 폭행한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지난해 4월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 부회장은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대림산업 대표이사를 맡다가 올해 3월 퇴임했다. 여전히 대림산업 등기임원으로 부회장직을 유지 중이기 때문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고 볼 수는 없다.
# 폭언 논란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 알짜 계열사 이사직은 유지
최근에는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이 직원들에게 폭언을 일삼은 것이 드러나자 대웅제약 대표에서 사퇴했다. 그러나 계열사인 대웅바이오 이사직은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됐다(관련 기사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 대웅바이오·대웅재단 이사 사퇴 안했다).
이처럼 재벌들의 갑질은 잊을 만하면 등장해 사회의 지탄을 받고, 이에 대처하는 태도 역시 천차만별이다. 노동계에서는 갑질 자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관계자는 “19대 국회에서 직장 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등이 네 차례 발의됐으나 모두 폐기됐다”며 “20대 국회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여전히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 직무유기가 직장 내 괴롭힘을 지속시키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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