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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던 차에 뺨 맞은 아베, 'BTS 보복' 우려

일본 정부 입김 강한 금융시장 교류 축소부터 한류 문화공연 시장 위축 가능성 대비해야

2018.11.13(Tue) 16:31:39

[비즈한국] 인기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일본 음악 프로그램 출연이 취소되면서, 온라인이 시끌벅적하다. 일본 방송사 측에서 밝힌 이유는 ‘광복절 티셔츠’를 입었다는 것. 일각에서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치졸한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외교계 일각에서는 신중하게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일본 정부의 전방위적, 본격 대응이 시작됐다는 평이 나온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가 경제 협력 분야 등 대응 분야를 넓혀 갈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서 방탄소년단은 일본 돔투어를 앞둔 지난 9일, 예정돼 있던 일본 TV아사히 ‘뮤직스테이션(엠스테)’ 출연이 출국 2시간 전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엠스테 측이 밝힌 출연 취소 사유는 과거 영상 속에서 입고 있던 한 티셔츠였다.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은 유튜브 다큐 ‘번더스테이지’에서 ‘애국심 우리역사 해방 한국’ 등의 글귀와 일본 원자폭탄 투하 사진, 한국 광복 사진 등이 담겨 있는 이른바 ‘광복티셔츠’를 입었다.

 

인기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일본 음악 프로그램 출연이 취소되면서, 온라인이 시끌벅적하다. 지난 1월 ‘제32회 골든디스크 음원 부문’ 시상식에서 본상을 수상한 방탄소년단. 사진=특별취재단


하지만 이는 ‘손타쿠’라는 게 외교계의 분석이다. 손타쿠는 일본 문화 중 하나로 윗사람이라는 원하는 바를 강압적으로 지시하거나 명령하지 않았는데 아랫사람이 알아서 시행하는 것을 얘기한다. 최근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배상에 대한 개인 청구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자, 급속도로 경색된 일본 정부 내 분위기를 반영한 결정이라는 얘기다.

 

일본통 외교계 관계자는 “겉으로 비치는 것보다, 일본 정부 내 분위기는 좋지 않다”며 “일본은 이번 대법원의 선고 전부터 ‘결정을 번복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비공식적인 루트로 전달해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 아베 신조 총리 등은 한국 대법원 판결 직후 불편한 심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개인 청구권을 인정한) 이번 판결과 관련해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에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생각한다”며 더 이상의 배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도 “한국 정부는 일본 기업과 일본 국민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조속히 필요한 조치를 단단히 해주길 바란다”고 반발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한국 정부의 대응을 우선 지켜보고 싶다. 국제재판소 제소를 포함해 여러 가지를 시야에 두고 대응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문화뿐 아니라, 경제 협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앞서의 외교계 관계자는 “일본 내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시 배상하라’고 말하는 한국 정부에 불만이 엄청나다”며 “이번 판결을 놓고 ‘갈 데까지 갔다’는 말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특히 그는 “한일 통화스와프 등 몇몇 경제 협력의 경우 한동안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일본이 우리보다 더 사이가 안 좋았던 중국과도 통화스와프를 체결하지 않았느냐, 한국 패싱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지난 10월 26일 2000억 위안(약 33조 원)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는데, 이는 2013년 중단된 지 5년 만에 재개된 결정이었다. 금액도 과거에 비해 10배 늘어난 규모다. 협정 기간은 향후 3년이며 상호 합의에 의해 연장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양국은 중국 국유은행인 중국은행의 도쿄지점을 일본 내 위안화 결제은행으로 지정하는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9월 25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파커 뉴욕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감안할 때 이례적이다. 한국과 일본의 통화스와프는 2015년 만기 종료된 후 연장되지 않았다. 우리 측은 연장을 원했지만, 일본은 부산 총영사관 앞 소녀상 등을 문제 삼아 통화스와프 신규 체결을 거부했다. 그리고 이번 대법원 판결로 더 요원해졌다는 게 외교계 중론이다. 

 

게이단렌(經團連)과 경제동우회, 일본상공회의소, 일본경영자단체연맹 등 일본의 경제 4단체 역시 이번 판결에 대해 “양호한 한·일 관계를 손상할 수 있다는 깊은 우려를 한다”고 공동 입장을 내놓았다.

 

일본 소식에 정통한 한 법조인 역시 “일본에서 가능한 모든 외교적 수단을 검토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통화스와프 외에 여러 방면에서 일본과 경제적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부 차원의 제재가 가장 먼저 경제 여파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앞서의 법조인은 “일반적인 상거래 시장에서는 정부의 입김이 닿기 어렵다. 일본도 한국에 전자부품 등을 수출하는 게 상당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무역시장보다는 정부의 의견이 크게 반영되는 금융 거래 시장에서 한국과의 교류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과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처럼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한 가운데 금융 위기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한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미국, 일본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움직여 통화스와프를 맺었고 결과적으로 이 통화스와프가 외환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해 리먼 쇼크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이 밖에 문화공연 시장의 위축 가능성이 제기된다. 방탄소년단처럼 가수들의 공연이나 영화 등이 일본 시장에서 제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2014년 11월 가수 이승철은 일본 공항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4시간가량 억류되는 봉변을 당했다. 출입국사무소 직원은 입국불허 이유를 “언론보도 때문”이라고 밝혔는데, 이승철은 그해 광복절을 앞두고 탈북청년합창단과 독도를 찾아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를 발표했다. 

 

앞서의 법조계 관계자는 “일본은 상대적으로 미디어 산업이 정부의 입김을 많이 받는 편”이라며 “우리나라 가수들의 공연이나 영화 수출 등에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더 꼼꼼하게 따지고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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