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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아마존이 미국 물가에 미치는 영향

미국 고성장세에도 물가 안정…전자상거래기업 덕분에 수입물가 조정돼

2018.11.13(Tue) 09:41:17

[비즈한국] 최근 미국의 물가가 안정을 보이는 이유에 궁금증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많다. 지난 10월 미국의 시간당 임금 상승률이 3.2%까지 상승하고 3분기 국내총생산이 3.5%(연율 기준)를 기록하는 등 고성장세를 지속하는데, 물가지표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개인소비지출 근원 디플레이터(PCE Core Deflator) 상승율은 9월에 1.97% 상승하는 데 그쳐 미 연준의 목표 수준(2.0%)을 밑돌고 있다. 

 

이런 기현상이 나타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수입물가의 안정에 있다. 아래 그래프에 나타난 것처럼, 최근 수입물가의 상승 탄력이 둔화되는 가운데 개인소비지출 근원 디플레이터의 급등세가 진정되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미국은 전체 GDP에서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단 15.0%에 불과할 정도로 압도적인 ‘내수 위주’의 시장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이렇게 수입물가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게 된 걸까? 

 

미국 개인소비지출 근원 디플레이터 상승률과 수입물가(석유류 제외) 상승률 추이. 자료=미국 상무부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아마존을 비롯한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영향력이 확대된 것을 주목하는 경제학자들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카발로 교수로, 그는 잭슨홀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논문 ‘아마존 효과를 넘어서: 온라인 경쟁과 가격 결정 메커니즘의 변화‘를 통해 아마존 등 온라인 전자상거래 기업의 영향을 매우 다양한 부분까지 파헤쳤다.*  

 

카발로 교수는 유통업체의 ‘가격 조정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현상에 주목했다. 편의점이나 대형 마트를 자주 방문하는 고객들이라면 금방 눈치채겠지만, 유통업체들은 가격표를 자주 바꿔 달지 않는다. 왜냐하면 가격표를 수정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적지 않은 데다, 가격 수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프라인의 매장을 운영하지 않는 아마존 등 온라인 소매업체는 가격표를 바꿔 다는 데 주저함이 없다. 왜냐하면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서 가격표를 바꾸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데다, 경쟁기업에 비해 낮은 가격을 신속하게 제시해 더 많은 고객들을 유인할 수 있다면 큰 이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 유통업체들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빈번하게 제품의 가격표를 교체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가구 및 가정용품으로, 2008~2010년에는 약 14개월마다 한 차례 가격표를 바꿨지만 2014~2017년에는 단 5개월마다 가격표를 교체할 정도로 점점 더 가격 조정이 빈번해지고 있다고 한다. 

 

업종별 가격 조정 주기 변화. 자료=Alberto Cavallo(2018)

 

카발로 교수는 ‘가격 조정 주기’뿐만 아니라, 이른바 로컬 가격의 소멸현상에도 주목했다. 미국은 국토가 넓기 때문에 음식료품(F&B)를 중심으로 지역별로 제품의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아마존 등 강력한 온라인 소매판매 기업들이 등장한 이후 이런 현상이 점차 소멸되고 있다. 

 

예를 들어 월마트에서 팔리는 제품 중 아마존에서도 검색이 가능한 제품인 경우 지역별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지역별로 조달되는 제품의 가격 차이가 클 수밖에 없는 식료품(F&B)조차 아마존에서는 가격의 동질성이 84%에 이른다. 참고로 레저 및 가전제품인 경우에는 아마존에서 팔리거나 그렇지 않거나 상관없이 가격 동질성이 99%에 이른다고 하니, 얼마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의 전통적인 소매업체와 아마존의 전국 가격 동질성 비교. 자료=Alberto Cavallo(2018)

 

특히 최근에 읽은 책 ‘플랫폼 제국의 미래’에 따르면 아마존은 ‘프라임 회원’을 적극 유치함으로써 이런 현상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연간 119달러의 비용을 내고 프라임 회원에 가입하면 무료 배송의 혜택을 누릴 뿐만 아니라 일반 회원에 비해 짧은 배송기간을 누릴 수 있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은 충성도가 높아 아마존의 매출을 보장해주며, 비회원이 쓰는 금액에 비해 약 40% 더 많은 연간 구매금액을 보장한다. 만일 아마존 프라임이 지금의 속도로 계속 성장하고 사람들이 미래에도 아마존에 충성한다면, 앞으로 8년 안에 아마존 프라임 회원 가구는 케이블 TV 서비스에 가입한 가구보다 많아질 것이다. (중략) 아마존의 인프라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가구들로 이어지는 강력한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고소득 가구 가운데 70%가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다. -책 82~83쪽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존 소매업체의 지역별 가격 차이가 줄어드는 등 미국 전체 물가지표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아마존

 

이런 강력한 배송시스템 덕분에 미국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신속하게 가격표가 바뀌는 것을 경험하며, 더 나아가 지역별 가격 차이가 좁혀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온라인 상거래의 영향력 확대는 또 다른 경제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카발로 교수는 ‘월마트의 판매 상품’을 대상으로 아마존에서도 구입이 가능한 상품과 그렇지 않은 상품을 구분하여, 유가와 환율 변화에 따른 가격 전가(pass-through)를 조사하였다. 아래의 그래프에 잘 나타난 것처럼, 월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는 상품 중 아마존에서도 구매가 가능한 상품, 다시 말해 즉각적인 가격 비교가 가능한 상품일수록 원유나 환율 등 외부 환경 변화에 즉각 영향을 받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아마존에서도 주문 가능한 품목과 그렇지 않은 품목의 가격 전가율 비교. 자료=Alberto Cavallo(2018)

 

결국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업체의 출현으로 미국 소매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이야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국제유가도 하락하고 있어 미국의 물가지표는 안정 흐름을 보이겠지만, 수입물가가 상승하는 흐름을 보일 때에는 물가 불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수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Alberto Cavallo(2018), “More Amazon Effects: Online Competition and Pricing Behaviors”, Jackson Hole Economic Symposium Conference Proceedings.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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