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8일 우리은행은 임시 이사회를 열어 손태승 우리은행장을 차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했다. 사실 손 행장이 이 기사 타이틀처럼 ‘뉴페이스’는 아니다. 그러나 행장과 회장은 그 역할과 무게감이 다르다. 우리은행도 내년 1월 금융지주사 전환을 목표로, 최근 약 80명의 직원을 지주사 전환 태스크포스(TF)에 배치했다.
당초 우리금융 회장 후보로는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지난 8월부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우리은행지부(우리은행노조·위원장 박필준)가 손 행장의 회장직 겸임을 주장하는 등 손 행장 측으로 여론이 기울었다(관련기사 우리은행 지주 회장 레이스 스타트, 정부는요?).
우리은행 측은 “지주사가 출범하더라도 우리은행의 비중이 99%로 절대적이어서 당분간은 우리은행 중심의 그룹 경영이 불가피하다”며 “우리카드·우리종합금융의 지주 자회사 이전 등 현안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지주사와 은행 간 긴밀한 협조가 가능한 겸직체제가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손 행장이 2020년 3월 결산주주총회까지 우리금융 회장을 겸직하고 이후 분리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손 행장은 12월 28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새롭게 설립되는 우리금융 회장으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손 행장의 겸직을 제안한 사람은 배창식 우리은행 비상임이사로 전해진다. 그는 우리은행 지분 18.43%를 보유한 예금보험공사 측 인사로 현재 예금보험공사 인재개발실장으로 근무 중이다. 2016년 말 예금보험공사는 한국투자증권 등 7개 과점주주에게 각각 지분 4~6%를 매각하면서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의결을 거쳐 예금보험공사와 우리은행 간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을 해지했다”며 “새로운 과점주주들이 주도적으로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공적자금 관리 차원에서 최소한의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창식 비상임이사는 향후 출범할 우리금융 비상임이사도 맡는다. 정부가 말을 바꾼 셈이지만 우리은행 내·외부에서 큰 불만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금보험공사의 역할은 우리은행의 지분을 매각해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것인데 그러려면 우리금융의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며 “우리금융 내부에서도 가치를 높이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12월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손 행장은 올해 1~3분기 잠정 영업수익(매출) 15조 6358억 원, 영업이익 2조 5735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영업수익 16조 6340억 원, 영업이익 1조 8019억 원과 비교했을 때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영업수익은 줄었다.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며 낙관적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3분기 당기순이익 사상 최대를 달성한 것은 손태승 행장 취임 후 자산관리, 자본시장, 글로벌 위주의 수익 확대 전략 및 철저한 건전성 관리로 수익창출 능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결과”라며 “향후 지주사로 전환되면 비은행 부문으로의 사업 다각화를 통해 그룹의 수익기반이 더욱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월, 손 행장은 한국전문경영인 학회가 선정한 ‘2018년 한국전문경영인 대상’을 수상했다. 학회 관계자는 “손 행장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최근 우리은행은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달성했다”며 “수익성 강화뿐 아니라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으로 사회적 책임 활동을 강화하는 등 전문경영인으로서 손 행장의 공로를 인정해 상을 수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최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손 행장이지만 1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고 실적도 상승시킬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우선 손 행장은 예금보험공사의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진행해야 한다. 손 행장의 회장 임기가 1년에 불과하고, 예금보험공사와 과점주주들의 의견도 조율해야 하기에 쉬운 일은 아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간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 후 인수·합병(M&A)이 있을 것이라고 선언해왔기에 M&A라는 숙제도 갖고 있다. 4대 금융지주사인 KB·신한·하나·NH농협금융과의 경쟁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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