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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신잡] 30대 투잡으로 인기 '도그워커'와 함께 산책을

시급 1만 8400원 '고소득' 소개…강남에 일거리 집중, 서울 벗어나면 수요 없어

2018.11.08(Thu) 17:51:55

[비즈한국]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정주연 씨(50)를 보자 레아(6·골든리트리버)가 반가움에 꼬리를 흔들었다. 정 씨는 레아의 컨디션을 점검한 뒤 가방에서 목줄을 꺼내 채우고 함께 집을 나섰다. 그는 두세 걸음에 한 번씩 킁킁 냄새를 맡는 레아의 뒤를 조용히 뒤따르며 소변을 보거나 마킹(영역표시)할 때마다 휴대폰 앱(애플리케이션)에 체크했다. 정 씨는 “견주가 확인할 수 있도록 산책 중 변을 보거나 특이 행동 등을 꼼꼼히 체크해 기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씨는 반려견의 산책을 돕는 ‘도그워커’다. 

 

도그워커 정주연 씨와 산책 중인 레아. 사진=박해나 기자

 

# 여유로운 산책? 아기 돌보듯 한눈팔 수 없어

 

도그워커는 말 그대로 ‘강아지 산책’을 주 업무로 하는 신종 직업이다. 견주를 대신해 산책하며 반려견의 건강과 정서적 안정을 돕는 일을 한다. 반려견 1000만 시대에 들어서며 국내에서는 낯설었던 도그워커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도그워커 서비스 ‘우푸’를 운영 중인 워키도기에 따르면 10월 기준 도그워커 서비스 월 이용건수는 800건 이상으로 지난해보다 4~5배 늘었다. 

 

직업으로서 도그워커를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워키도기 관계자는 “현재 활동 중인 도그워커는 80명 수준으로 30대가 가장 많고, 20대와 40대가 뒤를 잇는다”라며 “투잡으로 도그워커 활동을 하거나 주부들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레아의 산책을 담당하는 정 씨는 8월부터 도그워커 활동을 시작했다. 주 5~6회, 1시간씩 방문해 함께 집 주변을 걷는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 정년퇴임 이후의 생계를 고민하다가 도그워커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은 퇴근 후 ‘투잡’ 개념으로 도그워커 활동을 하고 퇴직 후에는 직업으로 삼을 계획이다. 

 

반려견 산책은 보통 1시간 정도. 도그워커가 집으로 찾아와 반려견을 데리고 주변 산책을 한 뒤 발과 배 등을 깨끗이 닦고 마무리한다. 퇴근하고 왔다는 정 씨는 운동복 차림이었다. 그는 “도그워커로 활동하려면 편한 복장과 운동화가 필수”라며 “주기적으로 활동을 하다 보니 출근 복장이 산책용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산책 시에는 늘 ‘안전’에 유의한다.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산책 중 다른 개나 사람과 마주치는 일을 피하고, 줄을 놓칠까 봐 목줄도 가방에 연결한다. 길을 걸을 때도 반려견은 차도 쪽이 아닌 길 안쪽에서 걸을 수 있게 안내해야 한다. 정 씨는 “아기 돌보는 것과 같다”라며 “다른 사람의 반려견이기에 더 주의하고 세심하게 케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의 산책 코스는 동네 한 바퀴를 돌고 근처 공원을 다녀오는 것. 장 씨는 동네 여기저기 레아가 가는 걸음대로 움직였다. 사람들이 있는 도로변에서는 목줄을 짧게 잡고, 공원에서는 끈을 길게 잡아 레아의 움직임이 편안하도록 배려했다. 산책 중간에도 시선은 레아에게 고정됐다. 1시간의 산책 시간이라기에 천천히 명상이라도 하며 걸을 수 있을 줄 알았건만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다. 언제 어디서 반려견이 길에 떨어진 음식물 등을 삼킬지 모르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레아의 보호자 유 아무개 씨(29)는 “혼자 육아를 하고 있는데 아기가 먼지 등에 민감한 아토피성 피부라 산책을 함께 나가기가 힘들다”라며 “도그워커를 고용했는데 굉장히 만족한다. 레아가 항상 도그워커 오기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도그워커는 산책 중 반려견이 변을 보거나 특이 행동을 할 때마다 꼼꼼히 기록해 견주에게 전달한다. 사진=박해나 기자

 

# 도그워커 시급 1만 8400원, 미국에서는 연봉 4000만 원 

 

도그워커와 견주의 매칭은 관련 플랫폼이나 반려견 커뮤니티에서 이뤄진다. 플랫폼에서 도그워커로 활동하려면 지정된 교육을 이수하고 프로필 촬영 및 신원 인증 과정 등을 거쳐야 한다. 워키도기의 경우 4주 교육 과정에 19만 8000원의 교육비를 받는다. 

 

해당 업체에서 도그워커 서비스를 이용하는 금액은 시간당 2만 5300원이다. 그 중 20%의 수수료와 세금 등을 제외하면 도그워커가 받는 시급은 1만 8400원. 시급으로만 따지면 최저임금의 2배 이상이다. 도그워커를 ‘고소득 직업’으로 소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 씨는 “주 5일 2시간씩, 3주 정도 일하면 60만 원의 수입을 벌 수 있다”라며 “퇴직 후에는 월수입 150만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키도기 관계자는 “도그워커 수입은 천차만별”이라며 “월 2회 정산을 하는데, 2주일 기준 220만 원을 받은 도그워커도 있다”고 말했다.

 

도그워커가 진정한 ‘고소득 직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그만큼 찾는 이들이 많아져야 하지만 아직은 수요가 많지 않다. 서울 지역에 집중된 것도 한계다. 수도권에서 활동 중인 한 도그워커 활동자는 “서울 지역에는 수요가 많은데, 경기, 인천으로만 가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워키도기 관계자 역시 “도그워커 서비스가 강남권에 밀집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통 도그워커는 거주지 중심으로 수요자와 매칭되기에 수도권이나 지방 지역에 거주할 경우 일거리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임금 정보 분석 업체 페이스케일(Payscale)에 나온 미국 도그워커의 임금. 경력 10년 이상은 연 3만 8000달러(4249만 원)를 받는다. 사진=페이스케일 캡처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도그워커가 인기 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임금 정보 분석 업체인 페이스케일(Payscale)에 따르면 미국의 도그워커 평균 시급은 13.28달러(1만 4000원)로 초급자(경력 5년 미만)의 경우 연 2만 7000달러(3019만 원)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 10년 이상의 경우 연 3만 8000달러(4249만 원)를 받는다.

 

해외에선 도그워커에 대한 수요도 많지만 한 번에 여러 마리의 그룹 워킹을 진행해 고수익이 가능하다. 워키도기 관계자는 “외국은 반려견 교육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여러 마리를 한 번에 산책시키는 그룹 워킹이 가능하지만 국내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라며 “반려견 산책의 중요성이 많이 알려지고 교육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진다면 추후에는 그룹 워킹도 가능해질 것”이라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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