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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커머스, 블랙프라이데이·광군제 쫓다가 '뱁새' 될라

재고정리 아닌 마케팅 행사로 변질…물량 부족 시 허위마케팅 의심 등 '역효과'

2018.11.08(Thu) 16:46:26

[비즈한국] 절대강자가 없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는 요즘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인다. 11월 1일부터 11일까지 대규모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는데, 대부분의 업체가 ‘역대 최대’를 강조한다. 짧은 기간 동안 거래액과 매출이 큰 폭으로 확대되는 장점도 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역마진은 물론 소비자 불만까지 늘어 업계에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행사”라는 반응도 나온다.

 

11월은 유통업계 ‘전통 비수기’다. 추석 명절이 있는 9~10월과 연말인 12월 사이에 끼어 있고, 마땅한 특수도 없다.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기간이라 업계에선 11월이 쉬어가는 기간으로 통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 사이 11월은 이커머스 업계를 중심으로 ‘대목’이 됐다. 세계적인 쇼핑 행사가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대표적인 행사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의 ‘광군제’이다.

 

민간 업체들이 주도해 ‘떨이’ 형식으로 최대 90%까지 할인을 하는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에서 11월 마지막 금요일에 열린다. 한 해 가장 큰 규모의 쇼핑 이벤트로 꼽힌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중국의 광군제는 직역하면 ‘빛나는 막대기’라는 뜻이다. 11월 11일로 지정돼 있는데, 배우자나 연인이 없는 독신을 위한 날이다. 우리나라의 ‘빼빼로데이’와는 반대 의미다.  

 

미국과 중국의 대규모 11월 쇼핑 행사가 국내 시장에 정착하면서 이커머스 업계도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위메프


# 세계 쇼핑 행사 국내 정착하면서 ‘판​ 커져

 

온라인 거래가 짧은 시간 동안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대형 행사들이 국내 시장에 정착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미국과 중국의 대형 유통업체를 통하면 국내보다도 절반 이상 싸게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소비자들이 해외 직구 형태로 구매하기 시작했고, 이 방식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되자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비슷한 기간에 할인 행사를 열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복잡한 해외 직구 절차 없이 비슷한 값에 상품을 살 수 있는 행사로 시작됐다”며 “이후 온라인 쇼핑에 최적화된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행사를 열었고, 최근 확실하게 쇼핑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 가장 먼저 할인 전쟁의 ‘판’을 깐 건 11번가다. 2008년 이후부터 매년 회사 이름을 딴 ‘십일절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행사가 주목받은 건 3~4년 전 블랙프라이데이와 광군제 행사가 국내 시장에 영향력을 발휘한 시점 이후지만, 지난해 경쟁업체들 가운데 유일하게 거래액 실적을 공개하는 등 11번가 입장에선 가장 자신 있는 행사다. 이후 판을 키운 건 위메프와 티몬, 이베이코리아 등이다. 위메프와 티몬 등은 특가 전략, 이베이코리아는 물량 공세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거래액 규모도 큰 폭으로 늘었다. 통계청의 ‘온라인 쇼핑 동향’을 보면, 지난해 11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7조 5516억 원을 기록했다. 2016년 11월과 비교해 21.7% 상승했고, 전통적으로 소비가 늘어나는 2017년 12월(7조 5311억 원)과 비교해도 0.7%포인트 높다.

 

11월 쇼핑 전쟁이 자리 잡으면서 온라인 쇼핑 거래액도 큰 폭으로 늘었지만, 이커머스 업계에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사진=11번가


# ‘손실에, 소비자 불만에…​ 웃지 못하는 이커머스 업계

 

하지만 11월 쇼핑 전쟁이 이커머스 업계에겐 ‘양날의 검’이라는 시각도 있다. 행사 진행으로 얻는 ‘득’은 마케팅 효과다. 11월 1일부터 일부 이커머스 업체들이 차례로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한 게 그 예다. 독보적으로 시장을 이끄는 업체가 없어 ‘춘추전국시대’로 통하는 이커머스 업계에선 ‘실검 1위’보다 효과적인 광고효과는 없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파격적인 할인행사나 물량 공세를 펼치면 단순한 상품 판매뿐만 아니라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 가입자도 한꺼번에 늘어난다”며 “최근엔 기존 고객이 아닌 새 고객을 모으는 데 드는 비용이 점차 올라가고 있다. 할인을 통해 고객을 모으는 건 회사 입장에선 비용을 아끼는 일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 업체에만 통하는 효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11월 쇼핑 전쟁을 치르기 위해 막대한 비용 지출을 각오한다. 행사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리려면 결국 마케팅 비용이 필요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그 비용도 올라간다. 

 

이베이코리아(옥션, 지마켓)를 제외한 국내 이커머스 업체는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적게는 수십억 원대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대에 달한다. 업계에서 빠른 실적 개선을 보이는 업체로 평가되는 11번가와 위메프도 손실폭은 줄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는 수십억 원대에 달한다. 

 

다른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11월 행사가 큰 성공을 거두더라도 행사 규모가 클수록 들어가는 비용도 커진다. 할인으로 손실이 생긴다면 최대한 고객을 모아 할인하지 않는 상품 판매로 손실을 메우는 방식이 된다”며 “국내 경쟁을 떠나 세계적인 온라인 쇼핑 시기라 발을 뺄 수도 없다. 결국 늘 하고 있는 출혈경쟁의 판을 11월에 더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가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또 다른 소비자 불만이 생겨나는 점도 이커머스 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접속자가 몰려 홈페이지 접속이 불가능한 점은 기본이고 특가를 앞세우면서도 10개에 불과한 적은 수량을 준비했다거나, 아예 판매 수량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 대표적인 불만거리다. 최근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이커머스 업체들이 ‘허위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조사를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오고 있다.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관심이 높아지면 부작용도 커진다. 어렵게 고객의 관심을 끌어 놓고 기존 고객까지 잃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11월 할인 행사가 이제 업계 연례행사로 자리 잡은 만큼 문제를 개선하는 움직임도 동시에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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