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반등의 시작!” 지난 6일 유한양행이 얀센 바이오테크와 폐암 치료 신약 ‘레이터티닙’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자 증권가에서는 호평을 쏟아내며 속속 매수의견을 내놨다. 실제 이날 유한양행은 상한가를 기록한데 이어 이튿날도 7%대 올랐다. 유한양행에 레이터티닙을 매각한 오스코텍을 비롯해 이날 바이오 섹터 주가는 일제히 상승했다.
최근 코스피가 1900선까지 밀리는 등 지지부진한 가운데 유독 바이오 기업들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으로 올 5월부터 업종 전체 주가가 주춤했지만, 최근 다시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바이오 기업에 대한 사랑은 언제까지 갈까.
바이오 기업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5년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과 항암제 올무티닙 기술 이전 계약을 6억 9000만 달러에 체결하면서다. 대형 계약을 체결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기술력이 있으며, 대박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업종 전반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
셀트리온은 2015년 7만 원대이던 주가가 올 초 38만 원까지 뛰었다. 오랜 기간 코스닥 대장주였는데 코스피로 옮긴 뒤 주가가 크게 올라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시가총액 3위에 올랐다. 신라젠·제넥신·바이로메드 등 대다수 제약·바이오 기업 주가는 이 기간 2~10배 상승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일부 바이오 기업이 대규모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며 바이오가 유일한 성장 모멘텀을 가진 업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며 “아마존, 구글 등 미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지난 2~3년간 투자금이 몰린 것과 비슷한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미국의 경우 바이오 기업의 주가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나스닥바이오테크놀로지인덱스는 최근 3400대에 머물고 있다.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처음 각광받기 시작한 2015년에는 4100대로 지금보다도 700가량 높았다. 나스닥에 상장한 제약기업의 주가는 되레 뒷걸음질 친 셈이다. 또 다른 바이오 섹터 지수인 뉴욕거래소 제약지수도 2015년 8월 607에서 현재 528로 떨어진 상태다.
이에 밸류에이션(평가가치)만으로 형성된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냐는 의문이 나온다. 유독 한국만 바이오 기업 주가가 올랐고, 이에 따른 고평가 논란과 신약의 개발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실제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는 실적 대비 높은 편이다. 기업의 주당 가치를 평가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을 살펴보면 셀트리온은 75배, 한미약품 79.41배 등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 등 7~9배 수준인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에 비해 10배 이상 높다. PER는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수치로 높으면 수익성에 비해 주가가 높고, 낮으면 순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다는 뜻이다. 특히 신라젠·바이로메드 등 적자를 기록 중인 기업들은 마이너스 PER를 기록하고 있다.
또 바이오 기업은 신약을 상용화하는 데까지 임상 1~3상을 비롯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당국의 승인, 파이프라인 구축 등 험난한 고개를 넘어야 한다. 한미약품도 ‘올무티닙’의 임상 3상에 실패하며 주가가 곤두박질친 바 있다. 이번 대형 계약을 성사시킨 유한양행도 아직 임상 2상을 마무리하는 단계라, 불확실성이 있다. FDA에 따르면 임상 3상을 통과할 확률은 58%에 불과하며, 개발 초기 신약이 상품화 되는 확률은 10%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증시가 휘청거린다는 점은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를 냉각시킬 수 있다. 최근 미국 증시가 급락했을 때 밸류에이션 투자가 많았던 애플·구글·테슬라 등 ICT 기업 주가가 전체 증시 평균보다 더 많이 하락했다. 기대감이 큰 만큼 하락폭도 큰 셈이다.
한 증권사 연구위원은 “일부 바이오 기업은 사업 계획만으로 투자 유치에 성공할 정도로 바이오주 투자 열풍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밸류에이션보다는 실적 위주의 투자로 태세 전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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