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KT가 NH농협은행이 발주한 전용회선 통신망 고도화 사업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로써 KT는 향후 5년간 전국 약 6200개 NH농협은행, 단위농협, 축협 등을 네트워크로 잇는 금융업계 최대 전용회선 구축 사업을 맡게 되며 사업 규모는 약 1200억 원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 10월 8일 공고를 내고 사업자 모집을 거쳐 11월 2일 제안설명회를 진행했다. 보통 5년 주기로 진행되며, 그간 NH농협은행 전용회선은 줄곧 KT가 맡아온 만큼 이번에도 KT가 무난하게 입찰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예상대로 KT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기술적 협의를 거쳐 12월 중 최종 계약에서 도장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KT가 새로 구축되는 전용회선에 중국 화웨이가 만든 장비를 도입하기로 해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KT는 입찰제안서에 전용회선 구축의 핵심인 전송장비(Transporter)를 비롯해 라우터(시스코)를 제외한 주요 핵심 네트워크 부품에 화웨이 제품을 쓰기로 했기 때문. 이전까지 KT는 NH농협은행의 전용회선에 알카텔루슨트(현 노키아) 제품을 사용했다.
문제는 최근 세계 각국에서 화웨이 통신 장비의 보안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는 점이다. 지난 6월 미국 상원의회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정부기관이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ZTE와 화웨이 장비 또는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임대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호주 정부 역시 2012년 화웨이의 광대역 네트워크 구축 사업 참여를 금지하는 한편, 2017년에는 보안 우려가 있는 해외 장비를 국가 기간시설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러한 논란은 5G 도입을 앞둔 세계 각국에서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LG유플러스가 5G 네트워크 구축을 앞두고 화웨이 장비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 보안 기술자문협의회를 운영해 보안 문제를 정부가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지만,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아예 사업에서 배제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거세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올해 국정감사에 멍 샤오윈 화웨이코리아 지사장이 증인으로 나와 보안 논란을 해명했지만, 도입을 추진하는 LG유플러스에 국회의원들의 질타와 우려가 빗발쳤다. 앞서 2012년에는 국군기무사령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통합망 구축사업에 KT와 LG유플러스가 전송장비로 화웨이를 제안한 사실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기무사 사업과 마찬가지로 NH농협은행 전용회선 고도화 사업 입찰제안서에서 KT와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전송장비를, SK브로드밴드는 노키아 전송장비를 채택한 상황. 관련 업계는 LG유플러스가 KT의 기간망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KT와 동일한 회사의 장비를 선정해 제안에 참여한 것으로 본다.
통신장비업계 한 관계자는 “NH농협은행은 지방 작은 마을 단위까지 촘촘하게 뻗어 있다는 점에서 중요도는 국가 기간시설이나 다름없다”며 “세계적으로 보안 논란이 이어지는 화웨이 장비를 KT가 왜 선택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특정 기업의 장비를 지정하거나 제한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KT 역시 “금융권에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 것은 NH농협은행이 최초가 아니며, 도입 배경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봉성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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