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외국어를 공부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어학원에 가거나 스터디 커뮤니티에 가거나. 검색창에 영어스터디, 영어커뮤니티, 직장인영어 등을 치니 어학원과 함께 수많은 영어 커뮤니티가 나온다. 어학원보다는 커뮤니티 쪽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외국어 스터디 커뮤니티 역시 대부분 원어민 선생을 리더로 두고 일정한 돈을 거둬 주는 식으로 학원의 회화반처럼 운영된다. 보통 시간당 1만 원에서부터 2만 원까지 돈이 오가기에 주최하는 입장에서는 영어 실력을 조금이라도 키워갈 수 있도록 대화 주제를 제시하고 자료를 나누어주기도 한다. 리드하는 원어민이 있고 나머지 참여자들은 좀 더 자유로운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가격 역시 학원비와 맞먹는다. 시간당 1만 원만 하더라도 하루 2시간, 일주일에 1~2번, 한 달이면 8만~15만 원선이다.
좀 더 싸면서 자연스럽게 외국어 공부도 하고 친구도 사귈 수 있는 곳은 없을까? 그래서 요즘에 입소문 난 두 곳을 직접 체험해봤다. 서울 홍대 앞에 있는 GSM(Global Seoul Mates)과 강남에 위치한 컬쳐랩이다.
# 펍처럼 흥겹게 술 마시고 편하게 왁자지껄, GSM
테라스라고도 부르는 홍대 GSM은 겉에서 보기엔 일반 술집처럼 생겼다. 안으로 들어가니 더욱 술집 같은 분위기다. 들어가자마자 입구에서 1만 원을 받고 쿠폰 2개를 준다. 아무 때나 음료 2가지를 마실 수 있는 쿠폰이다. 커피부터 티, 주스, 맥주, 칵테일, 와인까지 음료의 종류도 다양하다. 홍대 근처에서 음료 2잔을 1만 원에 마실 수 있다니. 일단 본전은 뽑고 들어가는 기분이다.
2층으로 된 홍대 GSM의 1층에서는 7~8명으로 구성된 중국어 모임이 한창이었는데, 얼핏 오랜 친구들끼리 술 한잔하는 친목 모임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이거나 한두 번 본 사람이다. 영어 외에도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등 날짜별로 다양한 언어 모임 시간을 만들어 놓았다. GSM에서 공간을 마련해 시간을 정해두고 음료를 서비스 하면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그 시간에 그 공간에 오면 된다.
정해진 시간은 없다. 술집이나 카페처럼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아무 때나 오고 갈 수 있다. 8시, 9시 등 매시 정각에 한 번씩 테이블의 사람들이 순환된다는 원칙만 있다. 정각이 되면 매니저가 올라와 테이블 번호가 적힌 카드를 주고 뽑게 한다. 본인이 뽑은 번호의 테이블로 음료를 들고 이동하면 된다. 카드에는 질문거리나 이야기 주제 등이 적혀 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각자 일상의 이야기들을 주고받는다.
그룹이 작은 제2외국어 모임은 주로 1층에 자리를 잡고 상대적으로 수가 많은 영어 모임은 주로 2층에서 열린다. 맥주 한 병 들고 2층으로 올라가니 여느 동창회나 동호회 모임처럼 왁자지껄하다. 안내를 해주는 사람은 따로 없다. 그냥 원하는 자리에 앉으면 되는데 쑥스러우면 매니저에게 안내를 부탁해도 된다.
기자가 안내받은 4좌석 테이블에는 이란계 말레이시아인 1명, 캐나다인 1명, 한국인 1명이 앉아 있었다. 둘러보니 20명 내외의 참여자 가운데 외국인이 4분의 1 정도, 교포나 유학생 출신이 절반, 나머지는 한국에서 영어 좀 하는 사람들이다. 마침 한국의 부동산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다. 방을 어떻게 구하는지, 어느 동네가 싸고 비싼지, 전세의 개념과 부동산중개수수료 등 생활밀착형 토크가 이어진다.
덕분에 영어를 잘하든 못하든 어느 정도는 대화에 끼어들 여지가 충분하다. 테이블에 따라 한 번에 7~8명이 함께 앉아 영어 수다를 떨기도 한다. 자리 이동에도 특별히 정해진 룰은 없다. 언제든 인사를 건네고 앉고 싶은 자리에 앉을 수 있다.
대화는 누구나 주도할 수 있다. 주눅 들지 않는 성격이면 된다. 누군가의 말이 다 끝나도록 기다려주지도 않고 듣기평가 하듯 경청하지도 않는다. 아무 때고 불쑥 대화에 끼어들고, 대화 주제도 럭비공 튀듯 이리저리 제 맘대로 흘러간다. 해외여행을 하다 펍(pub)에서 우연히 친구를 사귀게 될 때 왕왕 일어날 법한 상황이다.
대화는 그저 흘러가고 사람들은 맥주를 들고 자리를 이동한다. 다만 공간이 좁고 테이블이 붙어 있어 소음에는 취약하다. 한국말도 알아듣기 힘들 정도일 때도 있다. 이 역시 학원에서는 만날 수 없는 생생한 언어 현장이다. 다만 초급자는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 영어로 점잖게 소통하며 문화 활동까지, 컬쳐랩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컬쳐랩은 들어가는 입구부터 GSM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조용한 카페나 갤러리로 들어서는 느낌이다. 입구로 들어가 자동결제시스템인 키오스크에서 1만 원을 결제하면 주문표가 나온다. 바로 옆 데스크 매니저에게 주문표를 전달하면 아메리카노와 주스, 밀크티, 청량음료 등 7~8종의 음료를 제한 없이 마실 수 있는 ‘무제한 셀프바’ 이용컵을 준다. 혹은 캐러멜 마키아토나 카페라테 등 일반 카페에서 마실 수 있는 커피나 병맥주 한 병을 선택할 수 있다.
처음이라면 먼저 세션매니저의 안내를 받아 닉네임과 성별 등을 컴퓨터에 등록한다. 처음 온 사람은 뉴커머, 정기적으로 오는 사람은 레귤러, 자주 오는 사람은 볼런티어(volunteer)로 활동하며 스태프로 등록되기도 한다. 등록된 멤버는 자체 셔플링시스템(suffling system)을 통해 테이블 배정이 이루어진다. 3~4명으로 구성되는 한 테이블은 시스템을 통해 연령과 성별, 참여 빈도에 따라 테이블마다 잘 융화될 수 있도록 인원이 배정된다.
컬쳐랩은 평일, 주말로 구분되어 모임 시간이 정해져 있다. 평일은 10:30~12:00, 14:00~16:00, 19:30~21:00로 3회, 주말에는 11:00~12:30, 15:00~17:00, 2회 열린다. 사전 신청하는 걸 권장하지만 꼭 예약하지 않아도 시간에 맞춰 그냥 가면 된다. 한 타임은 다시 30분 단위의 세션으로 쪼개지며 한 세션마다 자리를 이동한다. 빡빡할 것 같지만 처음 방문한 사람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 자주 온 사람과 처음 온 사람, 남과 여 등이 자연스럽게 섞인다.
컬쳐랩에 모이는 사람들의 영어 수준은 중급, 혹은 중상급이다. 유학을 다녀왔거나 외국에서 살았던 경험자가 많다. 간혹 섞여 있는 외국인은 여행자보다는 한국에 터를 잡고 사는 주한 외국인들로 5% 내외다. 컬쳐랩의 목적 자체가 영어 스터디나 회화의 활용이 아니라 영어를 매개로 한 커뮤니티 사업이기 때문이다.
영어로 소통하지만 사람 관계에 더 중점을 둔다. 영어 초급자라 대화에 적응하기 어렵다면 따로 초급자 레슨도 신청할 수 있다. 날짜에 따라 중국어와 일본어 세션도 있다. 구성으로 보면 20~30대가 주류지만 40~50대가 어울려도 괜찮을 분위기다.
영어 세션이 끝난 후엔 한국어로 이야기하는 애프터 모임 ‘게더링’도 진행한다. 때때로 뮤지컬랩, 머니랩, 와인랩 등을 통해 커뮤니티 안에서 문화를 함께 즐기는 소모임도 만든다. 이 소모임은 한국어로 진행된다. 영어를 매개로 하지만 외국인과의 연결보다 내국인끼리의 네트워크를 중시한다.
GSM이 펍이라면, 컬쳐랩은 카페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같은 사람이라도 장소에 따라 태도가 변하듯 참여자들도 공간이 주는 분위기에 따라 모습이 달랐다. GSM은 좀 더 자유롭고 릴렉스한 분위기이고 컬쳐랩은 정돈되어 있다. 취향에 따라 언제든 1만 원으로 즐길 수 있는 영어 파티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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