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규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에 하늘길이 열린다. 국토교통부가 2년 만에 LCC 신규 면허 심사를 본격화해서다. 결과에 따라 항공사가 최대 3개 더 늘어날 수 있게 된 만큼 과당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오히려 시장 판도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LCC 사업을 준비하는 신생 항공사들에 공문을 보내 11월 9일까지 면허신청서를 접수하라고 공지했다. 지난 10월 31일 새로운 LCC심사 기준 등을 담은 ‘항공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공포한 직후다. 신청서 접수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면허 심사에 착수한다.
면허신청 처리기간은 90일. 이르면 내년 2월 새로운 LCC항공사가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국토부가 신규 LCC 면허와 관련한 구체적 일정을 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 모든 준비는 끝났다…이륙 사인 기다리는 신규 LCC
현재 국내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2개의 대형항공사(FSC, Full Service Carrier)와 제주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6개 LCC가 영업을 하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새롭게 시장 진입에 도전할 항공사는 4곳이다. ‘에어로케이’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여객 3곳과 화물전용 항공사업자 ‘가디언즈’다.
가장 적극적인 항공사는 청주국제공항을 거점으로 출범을 준비 중인 에어로케이. 지난 2017년 6월 면허신청 반려 이후 지난 10월 다시 도전했다. 에어로케이 측은 과당경쟁 우려가 없는 항공 자유화 지역 등 11개 노선을 정해 3년 동안 무조건 운항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과감한 투자를 통한 노선 개척의 의지를 드러낸 것.
플라이강원의 의지도 강력하다. 지난 5월 30일 일찌감치 정부에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신청했다. 2016년 4월과 2017년 12월 두 차례 면허신청을 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플라이강원은 이후 자본금 규모를 185억 원에서 302억 7000만 원으로 늘리고 투자 확약 200억 원, 투자의향 535억 원 등을 더해 총 1037억 원 규모의 자금운영계획을 제출했다. 5대 이상 항공기 임차 의향서(LOI)도 확보했다. 면허 발급 직후부터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섰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그 밖에 인천공항을 거점 삼아 중장거리 위주 운항으로 차별화 전략을 세운 에어프리미아와 항공화물 운송 전용사업을 구상하는 가디언즈, 소형항공사업자로 출발했지만 장기적으로 LCC 신규 면허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에어필립도 후보군이다.
# 최대 진입장벽 ‘과당경쟁 우려’ 조항 삭제
선발 업체들은 새 LCC들이 반갑지 않다. 업체 간 출혈경쟁이 난무하는 등 이미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주장이다. ‘밥그릇 챙기기’라는 지적을 들으면서도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경쟁 촉진으로 이용자들의 편의성이 늘고 서비스가 개선되기보다는 업계 전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내놓는다.
국토부 역시 그동안 선발 업체들의 주장과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국내 LCC로 범위를 좁혀도 짧은 시간에 항공사가 늘어 ‘과당경쟁’ 우려가 높고, 이는 항공사 부실의 요인이 된다는 판단이었다.
실제 국토부는 항공사업법상 면허기준 중 하나인 ‘사업자 간 과당경쟁의 우려가 없을 것’ 조항을 근거로 LCC 시장 진입장벽을 높여왔다. 지난 2016년과 2017년 앞서의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가 면허신청을 접수했지만 고배를 마신 이유가 ‘과당경쟁 조항’이라는 벽 때문이었다. 국토부가 신규 면허를 내준 건 2015년 12월 에어서울이 마지막이다.
하지만 과당경쟁 우려에는 당분간 힘이 실리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면허 심사는 지난 10월 18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정현안점검회의에서 ‘사업자 간 과당경쟁의 우려가 없을 것’ 조항을 삭제하기로 의결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시장경쟁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불합리한 규제라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과당경쟁이라는 가장 강력한 ‘진입장벽’이 허물어진 만큼 적어도 항공사들이 자격을 다 갖추고도 탈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관건은 신규 LCC들의 사업성과 안전성이 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 엄격해진 심사가 ‘변수’…1~2개 통과 가능성
이번 면허 심사로 ‘하늘길’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지만, 오히려 시장 판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단 면허 심사부터 변수가 적지 않다. 국토부가 공포한 앞서의 개정안과 새로운 추진계획을 보면, 기존에 없던 절차가 생기거나 다소 강화됐다.
지금까지는 면허신청이 접수되면 국토부가 자체적으로 자본금과 항공기 대수 등 요건을 갖췄는지 심사하고 면허자문회의 의견을 참고해 면허 발급 여부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번엔 요건 심사를 통과한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국토부 내 7개 항공 관련 부서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가 다시 검토한다.
이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에 전문 검토를 의뢰하고, 교통연구원 검토 결과와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면허자문회의 자문 등 법정절차를 거친 뒤 최종 면허 발급 여부가 결정된다. 면허심사 기간이 기존 25일에서 90일로 대폭 늘어난 이유다. 기본 요건인 항공기 대수도 기존 3대에서 5대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이번 면허 심사로 최대 3곳의 항공사가 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지만, 업계에선 1개 또는 많아야 2개 항공사만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에 신규 LCC가 시장 진입에 성공하더라도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기존 항공사들이 불만이 많다는 말이 나오지만, 사실 별다른 위기감은 느끼지 못한다”며 “항공업계에서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보통 운영하는 항공기 대수가 우선이다. 업계 1위 제주항공은 약 40대, 2위 진에어는 24대, 이스타항공은 20대다. 신규 LCC가 시작부터 이 정도 규모를 갖추기 어렵고, 이후 항공기를 추가로 도입하더라도 상당한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항에서도 탑승 게이트가 가까운 자리는 이미 대형항공사와 주요 LCC가 차지하고 있다. 탑승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황금시간대 운항도 이들 몫이다. 신규 항공사가 이를 피해 지방에 거점을 두더라도 상대적으로 적은 이용자 수가 고민이 될 것”이라며 “최근 수년 사이 항공업계 성장세가 워낙 ‘고공비행’ 중이라 적자를 보진 않겠지만, 시장이 후발업체에게 불리한 구조인 건 사실이다. 신규 항공사가 2곳이 들어오든 3곳이 들어오든 기존 업체들과 나란히 경쟁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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