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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운전대 고쳐잡은 정의선 부회장의 승부수는?

수석부회장 취임 후 첫 임원인사에서 AI·수소차·디자인 강화…"비전 제시와 명분 확보가 먼저"

2018.11.02(Fri) 11:59:25

[비즈한국]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10월 29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9월 14일 수석부회장에 오른 지 한 달 보름 만이다. 현대차는 올 3분기 영업이익이 288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쪼그라드는 등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모빌리티 혁명과 미국·중국 등 해외 판매 부진, 교역환경 악화 등 악재가 현대차를 둘러싸고 있다. ‘현대차 위기론’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의 펀더멘털을 나타내는 주가가 올 5월부터 최근까지 30% 이상 하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임원 인사는 이런 대내외 악재를 극복하기 위한 승부수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10월 29일 단행한 임원 인사에서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현대차 글로벌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자율주행차 기술 등 미래전략을 발표하는 정의선 수석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정 부회장은 지난 9월 인도에서 열린 ‘무브(MOVE)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에 참석해 “현대자동차를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 제조 및 판매에서 자동차 유통 및 주행 거리에 비례한 과금으로 밸류 체인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모든 차량이 공유차가 돼 자율주행으로 도로를 누비며 사람들을 수송하는 개념이다. 

 

1일 도요타자동차가 월정액제 차량 무제한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저들이 카셰어링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는 이번 임원 인사에서 인공지능(AI)을 전담하는 AIR랩(Artificial Intelligence Research Lab)을 신설했다. AIR랩은 정 부회장 직속 기구인 전략기술본부 산하다. 정 부회장이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지의 뜻으로 풀이된다.

 

AIR랩은 자율주행차의 생산과 공급, 운용, 데이터 확보 등의 업무를 하게 될 전망이다. 일찌감치 자율주행차를 준비한 제너럴모터스(GM)·포드·도요타 등 경쟁사들은 내년부터 무인택시를 출시할 계획이다. 5세대 이동통신이 본격 보급되는 2021년부터 자율주행차 보급이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현대차의 참전은 다소 뒤늦었지만, 세계적인 흐름에 더 이상 뒤처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또 연구개발본부 산하에 수소차 개발을 전담하는 연료전지사업부를 신설했다. 현재 배터리 충전으로 달리는 전기차가 2030년께부터는 수소차로 전환하기 시작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수소차는 수소전지를 통해 스스로 전기를 생산하며 배기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아 ‘최후의 친환경차’로 평가받는다. 연료전지사업부장에는 투싼ix, 넥쏘의 개발을 주도한 김세훈 연료전지개발실장 상무를 내정했다

 

디자인과 고성능차 부문도 강화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구동계 계통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대개 각 부품을 조합해 모듈화 제작하기에 독일 명차 브랜드와 중국 신흥 제조사 간에 경쟁력 격차가 사라진다. 결국 판매량을 결정하는 것은 차량의 디자인과 브랜드의 정체성이다.

 

정 부회장은 루크 동커볼케 현대디자인센터장을 현대차그룹 디자인최고책임자(CDO)로 승진시켰다. 현대디자인센터장에 이상엽 현대차제네시스 스타일링 담당을, 주병철 현대차 프레스티지디자인실장(이사)을 기아차 스타일링담당(상무)로 각각 승진 발령했다. 그룹 의사결정 과정에서 디자인 사업부의 의견을 더욱 존중하겠다는 뜻이다. 고성능사업부장인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에게는 상품전략본부장을 맡겨 상품기획 전반을 책임지게 했다. 

 

해외 사업도 대대적으로 재편한다. 현대차는 이번 인사에서 이경수 미주판매법인장을 1년 만에 본사 자문으로 불러들였다. 신형 싼타페 출시에도 미국 판매가 부진함에 따라 미국 사업 전반에 변화를 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신 러시아권역본부를 설립하고 인도 등 도로 사정이 나쁜 신흥국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출시해 판로 다변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현대차가 모빌리티 혁신에 한발 늦었다는 점과 정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기아차 대표이사 시절에도 디자인 경영을 추진하며 라인업에 전반적인 변화를 꾀하며 회사를 위기에서 구한 바 있다”며 “이번 인선으로 사내에 확실한 주도권을 쥐게 돼 본격적인 자기 경영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엘리엇 매니지먼트 리스크로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지체되고 있어 정 부회장은 개별 사업부별 비전 제시를 통한 명분 확보가 먼저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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