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직장생활은 불안하고 4차산업혁명 운운하는 미래도 불확실하기만 하다. 출근해서 창밖을 바라보면 매일 여행을 떠나고만 싶다. 인터넷 검색하다 무심코 발견한 ‘관광벤처 지원사업’, 생각만 해왔던 나의 작은 여행 아이디어도 사업이 될 수 있을까? 자영업은 해본 적도 없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지?
“후배와 삼척으로 스노클링 다니는 모임을 만들었어요. 페이스북으로 사람을 모으다가 잘 돼서 앱(애플리케이션)까지 만들게 됐죠. 다들 놀러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인데 총대 멜 사람이 필요한 거 같았죠. 그래서 저희가 총대를 메고 사람들을 모았어요.”
컨설팅 회사에 다니다가 퇴사 후 액티비티 공유 플랫폼 프립(frip)을 만든 임수열 대표도 시작은 ‘미약’했다. 2013년에 놀이 삼아 2~3명으로 시작한 액티비티 모임은 이제 직원이 33명이나 되는, 잘나가는 5년차 스타트업이 됐다. 그 배경에는 관광벤처 지원사업이 있었다.
# 아이디어 단계부터 지원 가능, 창업자금은 크라우드펀딩으로
여행 사업 아이템은 있는데 어떻게 창업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정부 지원사업을 두드려보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공동 진행하는 ‘관광벤처기업 발굴 및 육성사업’과 ‘관광 중소기업 크라우드펀딩 지원사업’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관광벤처기업 발굴 및 육성사업’은 사업자의 조건에 따라 예비관광기업과 관광벤처기업을 구분해 선정한 후 지원한다. 선정기준은 창의성, 시장성, 사업전략, 지속가능성, 리더십 등이다. 예비관광기업으로 선정되면 컨설팅과 공간 등의 인프라 지원 외에도 2000만여 원의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고 예비관광기업에서 관광벤처기업으로 승격되면 이에 더해 1000만여 원의 마케팅비를 추가로 지원받는다.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예비창업자도 예비관광기업을 거쳐 관광벤처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관광벤처 지원사업에서는 매년 20~30개의 관광벤처기업을 선정하는데 이 중 절반 정도가 예비관광업체에서 승급된 경우다. 100여 개의 관광벤처기업 중에는 앱이나 웹을 활용한 IT 관련 업체뿐 아니라 시설이나 체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업체도 절반을 넘는다.
이와 별개로 ‘관광 중소기업 크라우드펀딩 지원사업’도 있다. 사업자가 14개의 중개사를 통해 크라우드펀딩에 지원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 펀딩 등록에 필요한 콘텐츠 제작비와 펀딩 수수료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후원형과 증권형으로 나뉘어 사업자에 따라 초기에는 후원형으로, 사업 중기로 넘어가면서 증권형으로 넘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홍보나 상품성 테스트 차원의 50만~100만 원 단위 후원형 소액펀딩부터 사업자금 조달을 위한 억 단위 증권형 펀딩까지 지원범위가 다양하다. 펀딩을 통해 창업자금을 받고 브랜드 홍보까지 할 수 있다.
이 역시 관광벤처 지원과 마찬가지로 아직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예비창업자뿐 아니라 이미 상품화한 창업 7년 이하의 비상장 중소기업도 신청 가능하다. 대회 형식으로 진행되는 크라우드펀딩에서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면 250만 원부터 2000만 원까지 상금도 받는다. 관광벤처 지원을 받으면서 크라우드펀딩을 신청할 수도 있다.
관광벤처 지원사업의 공모 내용은 내년 초 홈페이지를 통해 게시될 예정이며 관광크라우드펀딩 지원사업은 홈페이지 내 관광크라우드펀딩 메뉴에서 연중 신청할 수 있다. 단 두 사업 모두 해외관광이 아닌 국내관광진흥에 기여하는 아이템일 때 지원 가능하다.
# 요즘 핫한 어반플레이, 프립, 홍캠프도 지원받아
관광벤처 지원사업과 관광크라우드 지원사업에 선정돼 홍보와 자금 등을 지원받은 업체들의 아이템은 요즘 여가 트렌드와 맞다. 삶의 공간에 대한 재인식, 일상 속 힐링, 일과 삶의 균형 등 무조건 떠나는 여행이 아닌 머무는 여행에 초점을 맞춘다.
그 중 로컬 콘텐츠에 기반을 둔 지역재생플랫폼인 어반플레이는 동네 사람들 눈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로컬 콘텐츠와 창작자들을 연결해 그 지역만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관광 스타트업이다.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 창작자, 방문자가 서로 소통하며 새로운 지역 문화를 만들고 동네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2016년에 관광벤처기업에 선정됐고 올 가을에는 크라우드펀딩 사업의 지원을 통해 1억 7000만여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동안 ‘연희 걷다’ ‘연남위크’ ‘오늘은 경리단’ 등 지역 기반의 여러 문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특히 ‘연희 걷다’는 2015년부터 시작해 올 가을까지 4년째 진행되며 인기를 얻은 골목 축제다. 연희동 곳곳에 ‘연희패스’ ‘연희마켓’ ‘도시살롱 연희동라이브’ ‘연희 미식회’ ‘연희 스탬프투어’ 등을 마련해 ‘사는 동네’ 연희동을 ‘놀기도 하는 동네’ 연희동으로 새롭게 재조명했다. ‘오늘은 경리단’에서는 지역 기반의 창작자들과 함께 25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소상공인들과 50여 개의 할인쿠폰을 발행해 방문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2016년 관광벤처기업에 선정되고 크라우드펀딩에도 성공한 홍캠프 역시 지원사업의 수혜를 통해 성장한 관광 스타트업이다. 예비관광업체로 시작해 관광벤처로 승급됐고, 관광크라우드펀딩까지 도전하며 관의 다양한 지원을 단계별로 받았다. 심리치료를 전공한 강사진을 갖추고 음악치유, 미술치유, 커피테라피, 우드테라피, 숲치유 등 스트레스 치유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기업워크숍과 가족캠프를 진행하는데, 매년 매출이 2배씩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김홍수 홍캠프 대표는 “자연 친화적인 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한다. 야외에서 바비큐를 하거나 커피 한잔하는 것도 전문 강사진의 진행 아래서라면 치유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홍캠프는 삼성전자 직원들의 워크숍을 고정으로 진행한다. 삼성전자의 엄격한 파일럿 테스트를 5차례나 거쳐 최종사업자로 선정됐다. 소방재난본부 등 감정노동이 심한 직군에도 맞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구로디지털단지에 ‘어처구니공방’이라는 시설도 마련해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힐링플레이스를 만들었다.
김 대표는 “본격적으로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관광벤처 지원사업의 지원금과 홍보 효과를 적절하게 봤다. 2000만~3000만 원의 지원금도 도움이 됐지만, 홍보 루트가 부족한 스타트업에게는 지자체 등에 브랜드를 알리거나 한국관광공사 여행주간에 참여하는 등 여러 홍보 채널을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앞서 소개한 액티비티 중개 플랫폼 프립 역시 관광벤처기업의 지원을 받은 우수사례다. 2015~2016년에 예비관광벤처로 선정되어 지원을 받았고 이듬해 관광벤처기업으로 승격돼 창업 초반의 인프라 지원과 외부 투자도 받았다. 2018년 현재는 삶의 질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필수 앱이 될 정도로 성장했다.
임수열 프립 대표는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나 심리적 불안감을 극복하는 것이 처음 사업화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가름하는 첫 관문”이라며 “요즘은 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외에도 초기 창업자를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많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중간 단계에서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이 필요한데 그럴 때 여러 지원 프로그램과 펀딩투자를 이용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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