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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즉행] 서울 한복판에서 '힐링타임' 템플스테이

북한산 자락 금선사, 화계사, 진관사…사찰음식 체험도 가능

2018.10.31(Wed) 16:57:07

[비즈한국] “Where is your mind?(당신의 마음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사찰에 들어서자 대뜸, 스님은 질문인지 해답인지 모를 한마디를 건넨다. 참가자 중 외국인이 섞여 있던 탓에 영어와 한국어가 동시에 들려온다. 

 

무력감이 밀려오면 때때로 번아웃이 된 건 아닐까 의심도 든다. 그럴 때, 가까운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해보는 건 어떨까. 서울 안에 있어도 멀리 떠나온 것 같은 휴식을 맛볼 수 있다. 북한산 금선사에서 내려다보는 전경. 사진=이송이 기자


“아 깜박했어, 요즘 정신이 없어서.” 

 

흔하게 쓰고 또 듣는 말이다. 그렇게 모두가 매일매일 정신없는 세상을 살아간다. 정신 차리고 보면 계절이 바뀌어 있거나 훌쩍 나이를 먹어 있다. 시간과 함께 흘러가 버리지 않고, 상황에 떠밀려가지 않고, 제 정신 차리고 오롯이 살아가고 싶은데, 제 몸 제 마음 제 시간이 제 뜻대로 되지 않는다. 무력감이 밀려오면 때때로 번아웃이 된 건 아닐까 의심도 든다. 그럴 때, 가까운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해보는 건 어떨까. 서울 속에서도 먼 곳으로 떠나온 것 같은 휴식을 맛볼 수 있다.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템플스테이에 반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사찰에서 머물지만 종교의식에 꼭 참여할 필요는 없다. 깊은 산중에 머물며 고요히 명상을 하고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며 나를 돌아보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힐링 프로그램이다. 

 

지난 주말 북한산 금선사를 찾았다. 차에서 내려 5분 정도 계단을 올라야 절이 모습을 드러낸다. 자가용 끌고 나들이 다니는 ‘어중이떠중이’는 오지 않는다. 서울 한복판인데도 지리산 자락에서나 맛보던 첩첩산중의 느낌이 든다. 입구에서 보이는 산자락에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니 남산타워 아래로 먼 듯 가까운 듯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인다. 서울 아닌 서울이다. 

 

짐이랄 것도 없는 간단한 여장을 풀고 산사를 둘러본다. 오랜만에 맛보는 고요함. 단순히 외부의 소리가 차단된 적막함이 아니라 새소리, 나무에 이는 바람 소리, 흙 밟는 소리, 가을 햇살이 번지는 소리가 조화롭게 익어가는, 참으로 마뜩한 고요다. 이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힐링이 된다. 어딜 가나 사람에 치이는 단풍철 산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오롯함. 번잡하지 않은 자연이 주는 휴식은 기대 이상이다. 

 

새소리, 나무에 이는 바람 소리, 흙 밟는 소리, 가을 햇살이 번지는 소리가 조화롭게 익어가는 마뜩한 고요가 펼쳐진다. 금선사 템플스테이 숙소의 테라스. 사진=이송이 기자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사찰마다 대동소이하다. 새벽과 저녁에 예불을 드리고, 식사 시간에는 신선한 채식으로 절밥을 먹고, 그 사이 간간이 명상과 차담, 산책,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종교에 따라 예불은 선택이고 다른 프로그램들은 고요한 채 소소하게 흘러간다. 통유리창으로 내려다보이는 고고한 풍경과 함께 누구나 책 한 권, 차 한 잔 즐길 수 있는 차방은 금선사의 명물로 통한다.

 

잠시나마 세상 걱정 잊고 무념무상, 마음까지 벗고 오로지 자연에 기댄다. 일정에 따라 때때로 ‘묵언’을 하며 말도 잊어본다. 간질거리며 올라오는 수많은 생각과 말을 접어두고 호흡을 바라보며 명상을 한다. “​마음까지 그저 쉬세요. 마음에 들어오는 온갖 생각을 따라다니며 스스로를 낭비하지 마세요.”​ 스님의 한소리에 욕심 가득한 마음까지 슬며시 내려놓는다.

 

잠시나마 세상 걱정 잊고 무념무상, 마음까지 벗고 오로지 자연에 기댄다. 간질거리며 올라오는 수많은 생각과 말들을 접어두고 호흡을 바라보며 명상을 해본다. 사진=이송이 기자


금선사는 외국인 전용 템플스테이 사찰이기도 하다. 스님과 진행자의 영어가 유창하다. 애초 템플스테이는 외국인을 위해 만들어졌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외국인 숙박시설의 부족과 한국 전통문화 알리기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템플스테이가 가능한 전국 136개 사찰 중 29곳에서 외국인 템플스테이를 진행한다. 

 

11월 5일부터 30일까지는 외국인 템플스테이 주간으로, 올 8월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새롭게 지정된 7곳의 사찰 등을 더해 총 39곳의 사찰에서 진행한다. 외국인과 함께 머물고 싶다면 외국인용 영문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외국인 대상이긴 하지만 이 기간에는 특별히 평소보다 비용도 싸진다. 당일형은 1만 원, 1박 2일형은 2만 원이다. 자연스럽게 외국인 친구를 사귈 기회도 되겠다.  

 

11월 5일부터 30일까지는 외국인 템플스테이 주간으로 올 8월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새롭게 지정된 7곳의 사찰 등을 더해 총 39곳의 사찰에서 진행한다. 사진=이송이 기자


금선사 외에도 서울 같지 않은 깊은 자연을 맛보며 템플스테이를 할 수 있는 사찰이 더 있다. 역시 북한산 자락의 화계사와 진관사다. 두 사찰 역시 자가용으로 바로 접근이 어려워 한적하고 아늑한 고요를 맛볼 수 있다.

 

화계사는 북한산 자락 울창한 숲속에 자리하고 있다. 작은 걸음만으로도 세상의 번잡함을 쉬 떨쳐낼 수 있다. 주위로 백운대·만경대·인수봉으로 이어지는 북한산의 동남쪽 칼바위 능선이 둘러 있다. 걷기 명상인 ‘​행선’​을 하며 북한산으로 가벼운 산행을 해도 좋다. 한쪽으로는 서울의 화려한 전경과 다른 쪽으로는 북한산 능선을 굽어볼 수 있다. 북한산둘레길 3코스인 흰구름길 구간에 있어 둘레길 걷기도 편하다. ‘문화가 있는 날’인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는 특별히 30% 할인된 가격으로 템플스테이를 체험할 수 있다. 

 

역시 북한산에 기댄 진관사도 자연이 깊다. 초입에서 가까운 진관사 계곡도 서울 시내라고는 믿기지 않는 풍경을 선사한다. 일대가 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진관사 주변으로는 북한산둘레길 8코스 구름정원길과 9코스 마실길이 있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사찰마다 대동소이하다. 새벽과 저녁에 예불을 드리고 신선한 채식으로 절밥을 먹고 그 사이 명상과 차담, 산책,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사진=이송이 기자


천 년의 역사를 이어온 진관사는 ‘사찰음식’으로도 유명하다. 종종 산사음식 시연회와 전시회를 연다. 자연에서 난 제철 재료를 활용해 산사음식을 만드는 정성스러운 과정과 산사음식을 대하는 마음까지를 모두 수행으로 여긴다. 태국 공주와 모나코 공주, 오바마 대통령의 요리사가 들러 갔을 정도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정갈하고 소박한 한국의 사찰음식을 음미하는 여유를 부릴 수 있다. 10명 이상의 그룹을 위한 산사음식체험으로 ‘자연을 먹다’​ 프로그램도 있다.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전통찻집도 진관사 운치에서 빼 놓을 수 없다. 

 

진관사 외에도 전문적으로 사찰음식을 배우거나 맛보는 체험을 할 수 있는 절이 전국에 여럿 있다. 수원 봉녕사, 대구 동화사, 의성 고운사, 부산 홍법사 등이다. 

 

더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사찰도 있다. 차 훈증 요법 명상인 차훈명상을 할 수 있는 인제 백담사, 황토방에서 머물 수 있는 영암 도갑사, 쑥뜸과 온구 체험을 할 수 있는 양주 육지장사 등에서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볼 수 있다. 또 강릉 보현사에서는 로스팅과 핸드드립 등 커피관련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고, 강화 전등사에서는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다. 

   

템플스테이는 당일형, 체험형, 휴식형으로 나뉜다. 당일형은 숙박은 하지 않고 반나절이나 하루 절에 머물며 명상과 108배, 공양(사찰식사), 차담, 포행(산책) 등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이고, 체험형은 사찰의 일상적 하루와 함께 사찰음식 만들기, 사물체험, 집중명상 등 특별한 프로그램을 더한 것이다. 휴식형은 프로그램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쉬면 된다. 당일형은 3만 원선, 1박 2일형은 5만~7만 원선이다. 경우에 따라 한두 달의 장기체류도 가능하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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