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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업계 1위 SBI저축은행 '쌍끌이' 임진구 vs 정진문

일본 회사의 한국인 각자대표들…대기업 출신, 저축은행 경력 없는 공통점

2018.10.30(Tue) 17:11:51

[비즈한국] 저축은행은 수신·여신업무를 주로 하는 금융기관으로, 예대금리가 시중은행에 비해 비교적 높다. 따라서 시중은행을 이용하기에는 신용도가 부족하고 대부업체를 찾기에는 신용도가 높은 사람들이 저축은행의 주요 고객층이다.

 

저축은행 업계 1위로 SBI저축은행이 꼽힌다. 지난해 SBI저축은행은 영업수익(매출) 6660억 원, 영업이익은 800억 원을 기록했다. 라이벌인 OK저축은행(지난해 영업수익 5811억 원), 웰컴저축은행(3379억 원), 애큐온저축은행(2419억 원) 등을 압도하는 실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SBI저축은행의 자산은 5조 7298억 원에 달했다.

 

임진구(왼쪽) 정진문 SBI저축은행 대표. 사진=SBI저축은행


SBI저축은행의 전신은 1970년 설립된 신삼무진주식회사다. 이후 몇 차례 사명을 변경했고 2000년 스위스의 머서(Mercer)사가 지분을 투자하면서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이 됐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현대와는 아무 관계가 없지만 프로야구팀 현대 유니콘스 감독 출신인 김재박 씨가 현대스위스저축은행 광고를 찍으면서 현대그룹과 관련이 있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2011년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 계열사들은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상대로 상호에 ​‘현대’를 ​쓰지 말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2013년 5월, 법원은 범현대 계열사들의 손을 들어줘 범현대그룹만 현대라는 상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보다 앞선 2013년 2월, 금융위기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던 SBI저축은행은 2375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 당시 3대주주였던 일본 SBI그룹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최대주주와 경영권 모두 SBI 측에 넘어갔다. 2013년 9월, 사명도 SBI저축은행으로 변경됐다.

 

# ‘IB 전문가’ 임진구 대표

 

SBI저축은행은 현재 임진구·정진문 각자대표 체제다. 임진구 대표가 투자은행(IB), 정진문 대표가 소매금융(리테일)을 담당한다. 

 

1964년생인 임진구 대표는 연세대학교 수학과를 중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브라이언트대학교 경영학 학사, 뉴욕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LG그룹에 입사해 LG상사 벤처투자팀, LG정유(현 GS칼텍스) 싱가포르지사에서 근무했다. 그는 홍콩 오아시스 사모펀드를 거쳐 퍼시픽그룹 사모펀드 대표 등을 역임하는 등 몇 차례 직장을 옮겼다.

 

그가 SBI저축은행에 합류한 건 2013년. SBI가 경영권을 인수한 후 키타오 요시타카 SBI그룹 회장이 임 대표를 영입한 것이다. 2013년 3월 SBI저축은행 IB그룹장으로 시작한 임 대표는 2013년 9월 SBI저축은행의 자회사였던 SBI2저축은행 대표로 취임했다. 2014년 10월 SBI저축은행과 SBI2저축은행이 합병한 후에는 SBI저축은행 전무로 일하다 2015년 9월 SBI저축은행 대표로 취임했다. 

 

임 대표는 SBI저축은행 사보인 ‘희망’ 2015년 가을호를 통해 “IB본부장, SBI2저축은행 대표를 맡았던 때보다 훨씬 더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한다”며 “SBI저축은행의 발전뿐만 아니라 구성원 모두의 발전과 행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소통하는 CEO(최고경영자)가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전했다.

 

2016년 11월 임진구 SBI저축은행 대표(오른쪽)가 서울시 중구청에서 소외계층 아동을 위한 기부금을 전달하는 모습. 사진=SBI저축은행


임 대표는 사모펀드 등 IB 분야에서 오래 일했기에 저축은행 CEO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SBI저축은행의 다양한 투자를 이끌어내며 실적 향상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지난해 SBI저축은행은 유가증권평가 및 처분이익으로 96억 원, 파생상품평가이익으로 58억 원을 벌어들였다.

 

임 대표는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빠뜨리지 않고 강조하는 것으로 ‘미리미리’, ‘내가 아닌 우리로서 같이 가는 SBI인’, ‘철저한 리스크 관리’, 세 가지를 꼽는다. 임 대표는 사이클을 취미로 삼으면서 건강관리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임 대표는 ‘희망’과의 인터뷰에서 “직원들의 건강은 곧 조직의 건강으로 연결되며 이는 회사의 수익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직원들이 건강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카드사 출신’ 정진문 대표

 

1955년생인 정진문 대표는 경북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인 1982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삼성물산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1989년 삼성카드로 자리를 옮겼다.

 

2005년 초 현대카드로 이직해 CS(고객만족)실장을 거쳐 영업본부장, 개인금융본부장, 법인사업본부장 등을 맡았다. 2005년 12월 상무로, 2010년 12월 전무로 승진하면서 나름 입지를 다졌다. 현대카드는 2008년부터 우수 신용카드 설계사와 대출 설계사를 시상하는 행사를 열기 시작했는데, 정 대표도 행사에 얼굴을 자주 보이면서 언론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카드업계에서 일한 정 대표는 2012년 말 돌연 현대카드를 퇴사했다. 이후 야인으로 살다가 SBI저축은행이 2014년 초 그를 리테일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정 대표가 저축은행 업계에서 일한 적은 없지만 현대카드 개인금융본부장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점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7년 2월 정진문 SBI저축은행 대표(오른쪽)가 간편송금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핀테크 사업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장면. 사진=SBI저축은행


정 대표 입사 초기에는 상무였던 임진구 대표보다 직급이 높았다. 그러나 2015년 9월 임 대표가 취임하면서 서열이 바뀌었다. 2016년 3월 나카무라 히데오 전 SBI저축은행 대표가 퇴임하고 임 대표가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 동급이 됐다. SBI저축은행은 일본계지만 한국인 중심 경영의 토대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각자대표 두 명을 모두 한국인으로 선임했다.

 

정 대표의 가장 큰 업적으로는 중금리 대출상품 ‘사이다’가 꼽힌다. 사이다는 SBI저축은행이 2015년 말 출시한 대출상품으로 대출금리는 신용등급 1등급 6.9%부터 6등급 13.5%까지, 대출한도는 최대 3000만 원이다. 사이다는 SBI저축은행을 상징하는 상품이 됐고, 상품 개발을 주도한 정 대표의 능력을 인정받는 계기도 됐다.

 

정 대표는 인터넷전문은행에도 관심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SBI저축은행이 비대면 영업을 강화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2017년 9월 SBI저축은행이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를 오픈하면서 정 대표는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으로 금융사들이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SBI저축은행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고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해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야구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삼성카드 심사팀장이던 1995년 12월 그는 ‘한국경제’ 기고글에서 “학교에 다닐 때 비록 키는 작지만 야구 감각이 있어 소위 말하는 동네 야구를 많이 했다”며 “삼성카드 야구동호회가 1993년 창단돼 다시 운동장에 뛸 수 있었다. 연습이 끝나고 마시는 맥주 한잔은 쌓인 스트레스 해소와 직위와 나이를 넘은 훈훈한 동료애를 느끼게 한다”고 회고했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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