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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고시 뺨친다" 공인중개사 응시생들 뿔난 까닭

최신 판례, 긴 지문, 공동저당 계산 등 어려워…산인공 "일부러 어렵게 낼 이유 없어"

2018.10.30(Tue) 16:00:12

[비즈한국] 지난 27일 제 29회 공인중개사 시험이 치러졌다. 수험생들은 시험이 예상보다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난이도가 ‘역대급’이라며 “사법고시 뺨친다”, “지문만 2페이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인중개사 시험 재검토를 해달라’는 글이 게재됐고 9000명 가까운 인원이 참여 중이다. 

 

공인중개사 시험 접수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부터 30만 명을 넘어섰다.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들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 ‘중년고시’ 옛말…2030 응시율 41.5%

 

공인중개사 시험은 1년에 한 번, 10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실시된다. 1, 2차로 구분되며 절대평가 방식이다. 매 과목 40점 이상(100점 만점), 전 과목(1차 2과목, 2차 3과목) 평균 60점 이상 득점하면 합격이다. 1차 합격 시 2차 시험을 치를 수 있으며, 한 번에 동차 응시도 가능하다. 1차만 합격했을 경우, 다음 해에는 1차 면제가 돼 2차만 응시할 수 있다. 2차에서 불합격할 경우 다시 1차부터 응시해야 한다. 

 

29회 공인중개사 시험 접수자는 1, 2차 합산 32만 2591명이다. 1차와 2차를 동시에 응시한 인원을 감안하면 실제 수험생은 약 22만 명으로 예상된다. 수험생은 해마다 느는 추세다. 2015년 공인중개사 시험 접수자는 15만 8659명(합산 기준)이었으나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부터 3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중년고시’라 불리던 말이 무색하게 최근에는 젊은 응시자 비율이 상당히 높아졌다. 올해 연령대별 응시자 인원을 살펴보면 1차 기준 2030 응시자가 8만 1727명으로 전체 인원의 41.5%를 차지한다. 40대는 6만 3596명(32.3%), 50대는 4만 2090명(21.4%)이다. 10대(532명), 60대(8477명), 70대(494명), 80대(23명)를 합한 숫자는 전체 인원의 4.9% 수준이다. 

 

# 체감 난이도 ‘역대급’​재시험 국민청원까지 

 

매년 공인중개사 시험이 끝나면 온라인 커뮤니티에 시험 후기가 올라온다. 올해는 유독 난이도 조정 실패라는 원성이 높았다. 수험생 사이에서는 “시험 난도가 납득되지 않는다”라며 “재시험을 요청해야 한다”, “이의제기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특히 수험생들은 부동산공법(2차)과 민법 및 민사특별법(1차) 과목이 어려웠다고 꼽았다. 

 

응시자 박 아무개 씨(30)는 “1년간 독서실을 다니며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했다. 지난해 1차에 합격하고 올해 2차만 준비했는데 생각보다 시험이 어려워 놀랐다”며 “문제당 지문이 너무 길어 시간 내 푸는 것이 어려웠다. 응시생 사이에서는 ‘사법고시만큼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고 말했다. 

 

종합교육기업 에듀윌 측 역시 부동산공법과 민법 및 민사특별법의 난도가 높았다고 총평했다. 민법 및 민사특별법의 경우 “최근 치러진 시험 중 난이도가 가장 높았다”며 “40문제 중 30문제가 판례 문제고, 최신 판례를 정답으로 출제, 까다롭고 지문이 긴 사례, 공동저당에 관한 계산 문제를 출제해 수험생이 시간 내 문제를 풀기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했다. 

 

부동산 공법 역시 중·상위 난도로 출제됐다. 에듀윌 측은 “도시정비법, 건축법, 농지법은 지엽적인 부분이 다수 출제되고 전반적인 출제 경향이 예전에 비해 단순암기형보다는 암기와 이해를 병행하는 내용 위주”라고 설명했다. 

 

수험생 중 일부는 이번 시험의 난도를 납득할 수 없다며 재시험 요청까지 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공인중개사 시험 재시험 당장 검토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공인중개사 시험이 난이도 조정 실패로 초유의 재시험을 치른 사례는 2005년 한 차례뿐이다. 2004년 실시된 15회 공인중개사 시험이 과거에 비해 어렵게 출제되며 합격률이 1% 이하에 불과했다. 이에 많은 수험생이 항의했고 다음해 5월 재시험이 치러졌다. 

 

2011년에도 응시생 50여 명이 한국산업인력공단(산인공) 울산 본사 정문 앞에서 출제 문제 오류 해결을 촉구하며 재시험을 요구한 사례도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합격률은 20~30% 수준으로 나타났다.

 

# 산인공 “매년 합격률 변동 거의 없어” 

 

공인중개사 시험은 산인공에서 주관한다. 산인공 측은 “아직 가답안만 나오고 합격률은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시험 난이도는 주관적인 만큼 ‘어렵다, 쉽다’를 말하기는 섣부르다”고 말했다. 

 

현재 산인공에는 전화 문의, 홈페이지를 통한 이의제기 등 응시자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시험에 대한 이의제기는 11월 2일까지 가능하다. 산인공 관계자는 “이의제기가 들어오면 한 건도 무시하지 않고 모두 확인한다”며 “출제위원이나 검토위원이 아닌 별도의 심사위원회가 한 번 더 이의제기 문제를 검토한다”고 말했다. 

 

매년 응시자의 이의제기는 수천 건을 넘어선다. 산인공 관계자는 “법률 관련 문제이다 보니 해석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라며 “기존의 판례를 참고해 문제를 해석하기 나름이라 이의제기가 많은 편”이라 답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져 정답 처리가 달라지는 경우는 미미하다. 지난해 공인중개사 시험 1, 2차 총 200문제 중 약 20문제가 오류 논란에 휩싸였지만 산인공은 1개 문제만 복수정답 처리했다. 

 

문제 출제위원은 관련 전공 교수, 현장 공인중개사 실무자 등 내부 기준에 맞춰 선발한다. 이들은 연속 위촉할 수 없어 올해 문제를 출제할 경우 내년도 출제위원으로 참여할 수 없다. 그 다음해 참여는 가능하다. 

 

산인공 관계자는 “출제 과정에서도 반복적으로 검토를 하고 출제 후에도 출제위원 외 다른 사람들이 또 다시 검토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시험의 공정성을 강조했다. 공인중개사 과다 배출을 조정하기 위해 일부러 시험 난도를 높인 것이라는 일부 수험생의 주장에는 “일부러 어렵게 낼 수도 없고, 어렵게 출제할 이유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매년 공인중개사 합격률이 비슷하다. 시험 난이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수험생의 걱정(합격률이 낮아지는 것은)이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인공 측에서 제공한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합격률은 20~30% 수준으로 나타났다. 2017년 합격률은 31%, 2016년 31.1%, 2015년 25.6%, 2014년 19.6%, 2013년 25%였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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