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그동안 내 마음속 최고를 소개해왔다. 문득 모두의 마음속 최고가 누군지 궁금했다. 모두의 마음속을 들여다 볼 수는 없기에 과일차트를 들어갔다. 아이유의 ‘삐삐’가 1등이었다.
2018년에 삐삐가 웬 말인가. 삐삐의 자그마한 화면에 1004가 찍혔을 때의 설렘이라도 노래한 걸까. 다급하게 공중전화를 찾는 그 마음을 아이유가 알까. 몇 가지 궁금증을 안고 뮤직비디오를 보며 먹을 양과자를 찾는다.
연상퀴즈를 맞추듯 눈을 감고 아이유를 상상한다. 곧바로 우유빛깔 아이유가, 이어서 푸하하 웃는 아이유가 떠오른다. 그렇다면 한 입 콱 깨물면 풍성한 우유 향이 입 안에 가득 차 절로 푸하하 웃음이 나오는 푸하하 크림빵, 그 중에서도 소금크림빵이 제격이다.
푸하하 크림빵은 버터와 계란이 들어간 브리오슈 안에 크림이 가득 찬 크림빵이다. 이 크림은 가볍고 부드러운 것이 심지어 산뜻한 느낌까지 들기에 배가 많이 고프거나 디저트 전용 배가 크다면 두 개 정도는 한 번에 뚝딱 할 수 있다. 소금크림빵 외에 다른 크림빵도 충분히 맛있지만 아마 소금크림빵을 먹고 나면 이걸 두 개 살 걸, 하며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정답은 세 개를 사는 것이다.
이번 아이유의 삐삐는 아이유의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싱글이다. 10년 동안 아이유는 항상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에 뚜렷한 메시지를 담아내는 음악가였다. 10주년이라면 으레 지난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제시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삐삐는 무려 ‘얼터너티브 알앤비’다. 두근거린다. 아이유가 본인의 10주년을 알앤비로 기념했다.
아이유의 삐삐는 그 삐삐가 아니었다. 여기서의 삐삐는 선을 넘었을 때 나는 경고음으로써의 삐삐, 그리고 반칙을 가한 축구선수에게 옐로카드를 보여주기 전 주심이 부는 휘슬소리 삐삐다. 이 옐로카드는 오지랖을 부리며 선을 넘으면 받게 된다. 거기까지. 그 선 지켜. 넘어오지 마.
두툼한 킥과 베이스, 그 위에 살포시 아이유의 목소리까지 얹어져서 귀에 착착 붙는 것이 틀림없는 알앤비다. 알앤비는 대표적인 흑인음악 아닌가. 그에 맞게 아이유는 레게머리를 땋고, 프린팅이 화려하고 통이 넓은 옷을 입었다. 알앤비의 분위기가 한층 더 살아난다.
그리고 알앤비에 어울리는 꿀렁이는 안무를 춘다. 이걸 보기 전까지는 아이유가 춤을 못 춘다고 생각했다. 이젠 아니다. 아이유에겐 아이유만의 그루브가 있다. 자신만의 그루브를 가진 춤 앞에서는 잘 춘다, 못 춘다 하는 평가가 의미를 잃는다.
쟤는 왜 대체 저런 옷을 좋아한다며 오지랖을 부릴 때 아이유가 입고 있는 투명한 소재의 블라우스, 마찬가지로 투명한 구두, 눈 꼬리가 올라간 디자인의 선글라스, 커다란 폰트의 글씨가 낙서처럼 써 있는 치마 등 독특하고 실험적인 요소가 가득한 의상에는 요즘 유행하는 패션이 꼼꼼하게 담겨있다.
옐로 씨 에이 알 디, 즉 옐로카드를 줄 때 입고 있는 옷은 다름 아닌 다시 돌아온 유행, 표범 무늬다. 거기에 맞춰 노란색 크리퍼 스니커즈. 하나같이 멋지고 쿨한 아이템이다. 생소한 의상에 한 마디 얹고 싶어지는가? 그렇다면 삐삐. 이 선 넘으면 침범이야.
2절에서 선을 넘어 침범하는 자들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한층 올리더니 급기야 아이유는 빨간 옷을 입고 나타난다. 입으로 레드카드, 퇴장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사실 레드카드를 입고 춤을 추는 형국이다. 이 빨간 추리닝은 한창 대세인 스트리트패션을 반영하고 있다. 알이 굉장히 작은 복고풍 선글라스와 목도리 모양의 패딩 또한 아직 신선한 아이템이다.
곡의 중반부엔 전체적인 곡의 분위기와 상반되는, 다소 엉뚱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삽입됐다. 이 또한 요즘 유행하는 편곡 기법이다. 이 부분에서 아이유는 아까 했던 걸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더욱 강한 어조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거기 너 내 말 알아들어? 또 나만 나빠? 잘 모르겠으면 이젠 좀 외워. 이때 아이유는 아예 건물 밖에 빨간색 걸개를 걸어 놨다. 옐로카드를 이미 받았는데 자꾸 레드를 보여준다. 조심해야 한다.
뮤비 내내 그라운드 위에는 노란 줄이 그어진다. 선을 넘으면 경고다. 삐삐. 그리고 차단. 이제 오지랖을 받아줄 여유와 관용은 없다. 오지랖을 마주하는 우리의 마음이 그렇듯이.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가토 드 뮤지끄]
'장기하와 얼굴들'과의 작별은 빈투바가 제격
· [가토 드 뮤지끄]
밀푀유를 콰작 씹으며 '김간지X하헌진'을 듣자
· [가토 드 뮤지끄]
김사월의 발랄함은 '나무색 까눌레'를 닮았다
· [올드라마]
조선왕조 500년 역사상 최고의 캐릭터 '장희빈'
· [올드라마]
쿨하지 않은 불꽃같은 사랑에 '올인'